“나는 누군지 몰라” “관련자 소명하라”…‘명태균의 입’에 흔들리는 여권

변문우 기자 2024. 10. 10.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정권창출 주역 자처, 부지기수”…홍준표 “문제의 인물이 여권 흔들어”
한동훈 “소명 통해 국민 뜻 맞는 정치해야”…김재원 “허풍쟁이 수사‧구속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9월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 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지도부·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을 쥐고 있는 '명태균씨 발언'에 여권을 흔들리는 모습이다.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내외는 물론 여권 인사들과도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당사자들은 명씨를 '선거 브로커', '문제의 인물'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은 관련자들을 향해 "직접 소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2년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화두에 올랐다. 이후 명씨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이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등 주요 정치적 현안에 대해 직접 조언했으며, 대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와 공직을 제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한 달이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될 텐데 감당되겠나. 감당되면 하라"는 발언까지 했다. 이에 야권은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명태균 게이트가 일파만파 커지자, 국민의힘 인사들은 명씨에 대해 '모르는 인물'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명씨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여의도에 정권창출의 주역이라고 자처하는 분들이 수만 명, 수천 명 있다.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대통령께서) 여러 사람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이 합당하다면 저한테도 여러 가지 의견을 전달했을 것"이라며 "제가 기억하기에는 (명 씨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명 씨의 말을 그렇다고 100% 우리가 다 신뢰할 수는 없지 않느냐. 위법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있을 대는 (당사자들이) 명확하게 해명을 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명씨를 겨냥해 "문제 인물로 보고 애초부터 접근을 차단했던 인물이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며 "작업한 여론조사를 들고 각종 선거캠프를 들락거리던 선거브로커가 언젠가 일을 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파장이 클 줄은 예상 못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명씨가 불투명한 전력 등으로 정치권의 신뢰를 처음부터 얻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명씨가) 허풍이 많은 것 같다"며 "'나를 구속하면 이 정권 한 달 안에 끝장날 거야, 대통령 하야할 거야' 그런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국무총리로 추천했다'고 언급한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하는 분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소위 정치 브로커 같은 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 번째)가 10월10일 오전 인천 강화군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인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권에서는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의혹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한동훈 대표도 9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당당하고 솔직하게 소명해야 한다.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하고 저희가 하려는 정치가 그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분(명씨)이 뻥을 치다 못해 자신이 입을 열면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하루빨리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도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수사를 빨리 진행해서 꼭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풍쟁이가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는지 한 번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시장은 "(명씨는) 어차피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사람이라서 자기가 살기 위해서 사실여부를 떠나 허위, 허풍 폭로전을 계속 할 것"이라며 "조속히 수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정치판에 이런 아류의 선거브로커가 활개 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대통령 내외에 명씨를 처음 소개했다"며 명씨가 대통령과 별도의 친분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국민의힘 정치인은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으로 알려졌다. 또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한 인사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