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다음 달 ㈜CJ에 신설되는 미래기획실장을 맡기로 했다. 6년 만에 부사장 직급으로 지주사에 복귀하는 이 실장은 식품사업을 넘어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지휘하게 된다. 후계자로서의 위상과 권한이 강화되는 변곡점을 맞아 경영 승계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CJ에 따르면 이 실장이 9월에 지주사 미래기획실장으로 이동한다. 인사는 이르면 1일 자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 실장은 미래 성장동력과 신사업 확대를 맡을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이어온 수시인사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미래기획실은 신수종 사업을 기획하는 전담조직으로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신규 성장엔진 발굴에 주력하고, 미래 관점의 전략적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미래경영연구원, 재무실 등과 함께 김홍기 CJ 대표이사 직속 조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는 이 실장이 CJ제일제당에서 글로벌 식품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비고’ 세계화 등 중추 과제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지주사에서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물류를 아우르는 업무를 수행할 적임자로 봤다는 설명이다. 앞서 2019년 지주사에서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 실장은 미국 냉동식품 가공 업체 슈완스의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주도하며 북미 시장 안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한 뒤로는 사내벤처·혁신조직 육성과 ‘퀴진K’ 기획 등으로 한식 선진화에 힘써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경영수업을 넘어 오너4세 승계를 위한 전초전 성격을 띤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침 올해 들어 CJ·CJ올리브영 합병이라는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의 퍼즐이 빠르게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현재 이 실장이 보유한 CJ 지분은 3.20%(보통주 기준)에 불과하다. 그가 11.04%를 가진 CJ올리브영이 CJ에 흡수합병될 경우 자연스레 지배력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올해 5월 CJ올리브영은 과거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한국뷰티파이오니어(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설립한 SPC) 지분 11.3%를 자사주로 매입했다. 3년 내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1년 만에 조기 행사하며 외부 주주를 정리한 것이다. 이로써 CJ올리브영은 자사주(22.57%)와 CJ(51.15%), 그외 오너일가가 합산 99.39%를 보유한 지분 관계를 갖추며 원활한 합병에 한 발 다가선 상태다.
향후 이 실장이 지주사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장내매수나 공개매수를 시도할 경우 책임경영 등의 명분을 내세우려면 CJ 소속이어야 한다는 점 역시 이번 인사를 뒷받침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해야 정당성을 얻는 데 유리하다”며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쌓는 인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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