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비 로망을 둘러싼 갈등의 시작
일본의 고급 포도 품종 ‘루비 로망’이 최근 한일 갈등의 중심에 섰다. 한 송이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이 포도는 2007년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품종 등록된 이후 일본 농업의 자존심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해당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내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즉각 “한국이 품종을 훔쳐갔다”는 격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는 곧 감정적인 외교 이슈로까지 번지며 과일 한 송이가 양국 관계의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국제 규약상 보호받지 못한 일본의 실책
하지만 실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일본은 루비 로망을 자국 내에서는 보호 등록했지만, 해외에는 정식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품종 보호 제도에 등록하지 않은 탓에, 해외에서는 루비 로망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품종 보호 기간조차 종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외국에서 해당 품종을 재배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 합법이었다. 즉, 문제는 한국의 ‘도용’이 아니라 일본의 등록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셈이다.

한국의 합법적 도입과 재배 과정
한국의 농가들은 루비 로망을 불법적으로 반입하거나 몰래 빼돌린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묘목 구입을 통해 재배를 시작했다. 이는 국제 규약을 따르는 정상적인 거래였으며, 법적인 문제도 전혀 없다. 한국은 새로운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일부는 자체 교배와 개량을 통해 시장성 있는 새로운 포도 품종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루비 로망 재배는 ‘도용’이 아닌, 국제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합법적 농업 활동이었다는 점이 분명하다.

중국의 무단 재배와 혼동된 논란
이번 사태가 더욱 복잡하게 비친 이유는 중국의 무단 재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루비 로망 종자가 불법 반출되어 허가받지 않은 대규모 재배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국제 사회에서 ‘명백한 품종 도용’으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 여론은 이러한 불법적 행위와 한국의 합법적 재배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동일 선상에 놓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혼란을 두고 일본이 등록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와 중국의 불법 사례, 한국의 합법적 절차가 뒤섞이면서 본질이 흐려졌다고 분석한다.

책임을 전가한 일본의 대응 한계
일본이 한국을 향해 “왜 훔쳐갔냐”는 비난을 쏟아낸 것은 결국 자국의 농업 관리 부실을 감추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많다. 해외 등록 절차를 무시한 채 자국 내 관리에만 집중한 결과, 일본 스스로가 국제 보호 체계를 활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책임을 외부로 돌리며 한국을 겨냥했지만, 사실관계가 드러나면서 국제사회는 일본의 미숙한 대응에 더 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농업 기술 보호에서도 국제적 시각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투명한 연구와 합법적 경쟁으로 미래를 열자
루비 로망 사태는 단순히 포도 품종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국제 농업 경쟁에서 법과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일본은 등록 관리 부실과 불투명한 대응으로 스스로 신뢰를 잃었고, 한국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품종을 도입했다. 비난보다 필요한 것은 투명한 관리와 규약 준수에 기반한 연구·재배 경쟁이다. 한국은 앞으로도 국제 규정을 충실히 따르면서 새로운 품종 개발과 농업 혁신을 통해 당당한 농업 강국으로 도약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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