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수장, 중동 전면전 위기에 "지옥 문 열리고 있어"
미국·프랑스, 이스라엘-헤즈볼라 21일간 휴전안 제시
이란 "레드라인 넘었다" 이스라엘 성토…이스라엘 "피란민 귀환 이뤄져야"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교전이 전면전 수준으로 근접하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확전만은 막아야 한다며 일제히 양측에 자제를 호소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수백명이 숨진 레바논과,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스라엘이 선을 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미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21일간 휴전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하는 등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외교전에 나섰다.
사흘 넘게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은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에서 지상전 돌입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중동 위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갈등이 격화하자 유엔 안보리는 레바논 문제 논의를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며, 확전을 막기 위한 각국 정상들의 외교적 노력이 긴박하게 전개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으로 군사 작전을 확대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특히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안보리 등 국제 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저지른 '범죄'가 처벌받지 않고 지나가지 않으리란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레바논의 나지브 미카티 총리도 이스라엘이 자국의 영토주권을 침범하고 있다면서 유엔 안보리가 이스라엘이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레바논의 영토주권과 안보에 대한 침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며, 러시아의 세르게이 베르시닌 외무차관도 중동 위기를 고조시키는 모든 적대 행위의 중단과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레바논에 지옥이 열리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일시 휴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등 확전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미국과 프랑스는 이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협상을 위해 21일간 휴전하는 내용의 휴전안을 마련해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공개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휴전안을 제안하면서 "모든 주체들이 확전 자제의 경로로 단호하게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외교적 길을 위한 최종 지침"에 대해 양측과 소통을 했다면서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해당 휴전안과 관련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휴전 계획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후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최근 몇시간 사이 레바논에서 일시 휴전에 대해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레바논에서의 전쟁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확전을 막기 위해 자국 외무장관을 이번주 내에 레바논으로 급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국 정부와 동맹국들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미카티 레바논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레바논에서 확전 가능성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분쟁에 대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강조했다고 독일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일본 등은 이날 레바논에서 일시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최근 며칠간 외교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국경 간 추가적인 확전을 피하기 위한 일시 휴전에 대한 공동의 요구와 관련해 협업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성명에 미국과 프랑스에 더해 호주, 캐나다, EU, 독일, 이탈리아,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가 지지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각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공격의 목표로 내세운 이스라엘 북부의 자국 피란민들의 귀환을 달성해야 한다면서 전면전 돌입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며 각국의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휴전과 더불어 자국 피란민들의 귀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휴전과 더불어 북부에 있는 이스라엘인과 레바논 남부에 있는 레바논인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이루고 싶은 전부다. 이는 전쟁 이전 혹은 이후에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이 전쟁 전에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논 대사는 또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겨냥해 정밀 타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이스라엘 소식통이 미국과 프랑스가 제시한 휴전안과 관련해 아직 유의미한 진전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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