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경영인정기보험 규제...생보업계 판매 위축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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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또 한 번 생명보험업계 주력 상품에 대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경영인정기보험이다. 생보업계는 금감원의 계속되는 보험상품 규제 압박에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판매 촉진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상품마다 제동을 걸어서다.

제3보험 시장에서 생보업계 상품의 경쟁력이 강화됐다고는 하나 아직 손해보험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훨씬 높다. 이런 환경에서 생보사가 주력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정기보험과 종신보험이다. 새로운 회계제도에서 저축보험과 연금보험 판매는 보험사의 수익 창출에 필요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23일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불완전판매를 부추기는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며 "CSM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정기보험이나 종신보험의 판매를 늘려야 하는데 이를 규제하면 단기납 종신보험 규제 이후처럼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경영인정기보험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주의’ 단계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경영인정기보험은 법인 최고경영자(CEO) 등을 피보험자로 해 사망을 주보장하는 보장성보험이다. 따라서 저축 목적으로 적합하지 않은데도 설계사 중 일부가 여전히 저축보험을 빙자한 상품으로 접근한다고 감독당국은 보고 있다.

또 일부 설계사가 보험사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미승인 안내자료를 이용해 수익률을 과장하거나 법인세 차감액을 수익금액에 포함하는 부분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이 밖에도 '법인세 절감' '절세전략' 등을 강조해 경영인정기보험을 절세 목적의 보험상품처럼 판매하는 점도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법인이 납부한 보험료는 세법에서 정한 요건 등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비용(손금)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비용으로 인정되더라도 향후 해약환급금 등을 수령(익금)하면 법인세 등이 부과돼 절세상품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법인컨설팅의 대가로 경영인정기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보험대리점(GA)이 법인컨설팅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대신 고액의 경영인정기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집질서 위반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 GA에 대한 현장검사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며 "위법행위가 적발된 업체에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등록취소 등 제재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금감원은 올해 2월에도 단기납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완료 이후 10년 시점 (해약)환급률을 135%까지 끌어올리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이에 앞서 생보사들이 자체적으로 환급률을 조정해 직접적인 개입 없이 일단락됐다.

지난해는 5·7년납 종신보험의 보험료 완납 시 환급률이 높다는 점만 부각해 상품을 판매한다며 납입완료 때 환급률을 100% 이하로 하고 납입 종료 후 제공하는 장기유지보너스 지급을 금지하도록 해 절판 판매영업을 부추기기도 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됐음에도 일부 판매 과정에서의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춰 상품구조 개선 조치를 취했다"며 "단기납 종신보험뿐 아니라 경영인정기보험도 일부에서 그릇된 방식으로 판매하는 부분을 소비자경보까지 발령하며 마치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를 남겨 신계약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