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소주 시대 다시 올까...고도수 틈새 노리는 주류 업계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클래식' /사진 제공=롯데칠성음료

다년간 저도수 중심으로 굳어진 소주 시장에 다시 고도수 제품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도수는 낮아질 대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강한 소주를 찾는 수요도 조용히 남아 있다. 주류업계는 저도주 일색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소외된 마니아층을 잡기 위해 고도수 카드를 다시 꺼내 들기 시작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알코올 도수 20도짜리 소주 '처음처럼 클래식'을 출시한다. 기존에 페트 용기 형태로만 유통하던 '처음처럼 진'을 전면 손질한 제품이다.

제품의 핵심 콘셉트는 출시 초기로의 회귀다. 2006년 처음처럼이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은 20도 도수를 되살리고, 당시 배합에 썼던 알라닌·아스파라진·자일리톨 등을 다시 넣었다. 대관령 기슭 암반수와 쌀증류주, 알룰로스 등 현재 처음처럼의 기본 원료는 그대로 유지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고도수 소주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을 위해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맑은 소주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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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시장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2년 326만8623㎘에서 2024년 315만1371㎘로 줄었다. 업계 실적도 동반 하락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연결 기준 매출 2조4986억원, 영업이익 1723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대비 3.9%, 17.2% 줄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사업 매출도 7527억원에 머물러 1년 만에 7.5%가 감소했다.

음주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소버라이프' 확산과 외식 경기 부진이 겹친 결과다. 소주·맥주를 주력으로 하는 주점 업종이 잇따라 문을 닫는 상황에서 불황형 소비재로 통하던 소주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도화 흐름에는 소비 트렌드 외에도 경제적 유인이 작동한다. 1924년 35도로 출발한 국내 소주 도수는 100년 가까운 시간을 거치며 내려왔다. 2006년 처음처럼이 20.1도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례적인 낮은 도수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15도 중반대 소주가 팔리는 시대다. 업계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를 0.1도 낮출 때마다 소주 한 병당 출고가를 3원 안팎 줄일 수 있어, 저도화는 기업 입장에서도 원가 절감 수단이 된다.

마니아 수요는 살아있다

저도주가 시장을 석권할수록 반대편의 윤곽도 되레 뚜렷해졌다. 화요·원소주 같은 증류식 소주가 프리미엄 고도수의 대안으로 자리를 굳혀온 것이 그 방증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원재료 본연의 풍미와 강도를 택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전체 음주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남은 주당들의 취향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술자리 빈도가 낮아질수록 그 자리에서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르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마니아층 수요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처럼 클래식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오리지널, 이른바 '빨간 뚜껑' 소주와 고도수 마니아 시장을 두고 맞붙는 포지셔닝"이라며 "두 제품 모두 진한 소주 맛을 찾는 층을 겨냥하지만, 처음처럼 클래식은 브랜드 헤리티지 복원이라는 각도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짚었다. 고도수 마니아 시장의 빈 자리를 누가 먼저 채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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