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충고 건넨 숄츠…일언지하에 거절한 네타냐후

김태훈 2023. 3. 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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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협력국이자 이스라엘의 가까운 친구로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한테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1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정상회담 도중 숄츠 총리는 "민주주의 가치 협력국이자 이스라엘의 가까운 친구로서 우리(독일)는 이(사법개혁) 논란을 크게 우려한다"고 운을 뗐다.

외신들은 숄츠 총리가 네타냐후 총리 앞에서 이스라엘 국내 문제를 거론할 때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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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협력국이자 이스라엘의 가까운 친구로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한테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 때문에 이스라엘은 독일에겐 여전히 ‘어려운’ 상대방이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에 벌어지고 있는 ‘사법개혁’이란 이름의 사법부 개악이 숄츠 총리로 하여금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게 만들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를 바라보는 숄츠 총리의 시선이 다소 냉담하게 느껴진다. 베를린=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정상회담 도중 숄츠 총리는 “민주주의 가치 협력국이자 이스라엘의 가까운 친구로서 우리(독일)는 이(사법개혁) 논란을 크게 우려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의 희망은 가치 협력국 이스라엘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머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내놓은 타협안에 대해 아직 논의의 여지가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립정부는 집권 직후 사법개혁안을 마련해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말이 ‘개혁’이지 이대로 시행되면 사법부 독립이 무력화할 수 있어 개악이란 비난이 이스라엘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일고 있다. 독립적이고 강력한 검찰, 마찬가지로 독립적이고 강력한 법원이 있어야 부패 정치인들을 구속해 감옥에 보낼 수 있는데 모든 게 거꾸로 가니 시민들이 분노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위기에 처했다”며 벌써 두달째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정상회담을 위해 독일로 출국하자 “외국에 나가 아예 귀국할 생각조차 말라”고 외쳤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만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베를린=로이터연합뉴스
사정이 이렇자 헤르조그 대통령이 얼마 전 일종의 타협안을 마련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그 수용을 권고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역할만 할 뿐 실권은 총리한테 있다. 자연히 네타냐후 총리는 헤르조그 대통령의 타협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그는 숄츠 총리의 점잖은 충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머물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이 전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해 귀담아 들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사법개혁안으로부터 한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는 말로 강행 의자를 내비쳤다.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 세력이 정권을 잡은 시기, 그리고 2차대전 기간 중 자국은 물론 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들도 가혹하게 탄압했다. 수많은 유대인이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가스실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유대인은 6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종전 후 독일은 이스라엘에 백배사죄하고 외교관계도 수립했으나 과거사에 대한 죄책감 탓인지 여전히 이스라엘은 독일에게 어려운 상대방이다. 외신들은 숄츠 총리가 네타냐후 총리 앞에서 이스라엘 국내 문제를 거론할 때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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