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세닉은 저에게 소형차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주행 성능을 선사했습니다. 이 차량의 크기만을 놓고 보았을 때, EV3나 EV4 같은 모델들과 비교될 수 있겠죠. 그러나 EV3나 EV4는 르노 세닉이 제공하는 주행 감성을 결코 따라올 수 없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러한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말을 믿지 않으시기에 직접 시승해 보시라고 권하지만, 실제로 시승해 보시는 분들은 많지 않죠. 저도 이런 반응이 익숙합니다. 본래 사람들의 반응이 그러하니까요.

르노 세닉에 대한 전체적인 평점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차량은 정말 오리지널 르노의 성향이 강하다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것을 넘어, 르노의 차량이 어떠한 느낌을 주는지를 이 차를 통해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주행성능 점수만을 놓고 본다면, 이 차의 달리기 실력에는 90점 이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제가 과거 20대 시절 골프를 타면서 느꼈던 그 감성과 흡사한 경험을 이번 르노 세닉에서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골프는 고성능 수입차를 대표하는 모델이었고, 적은 수입차 시장에서는 거의 포르쉐와 비견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차량이었죠. 그렇기에 르노 세닉에 대한 저의 기대감은 매우 컸습니다.

제가 르노 세닉에 큰 기대를 했던 이유는 이전에 시승하며 호평했던 그랑 콜레오스와는 다른 지점 때문입니다. 그랑 콜레오스는 한국 시장에 맞춰 철저하게 재설계된 차량이지만, 르노 세닉은 유럽형 세팅을 거의 그대로 한국에 들여와 일부 한국 사양화만 거쳤습니다. 이는 르노가 어떤 회사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르노는 유럽형 차량의 서스펜션을 그대로 탑재하고, 서스펜션 세팅을 매우 잘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독일의 프리미엄 3사를 존경의 대상으로 여기는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의 자동차 감성은 무엇인지 궁금해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프랑스 차들은 하체가 매우 튼튼하고 기본기가 탄탄한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기본기가 튼튼한 것을 넘어, 주행 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느낌 또한 매우 좋습니다. 과거 제가 푸조 차량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량들은 타보기가 쉽지 않지만, 한 번 경험하면 그 매력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유럽 감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고 타이트한 핸들링을 제공하며, 한계치가 매우 높으면서도 일상 주행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합니다.

국내 차량들이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때로는 불안함을 주는 반면, 독일 차들이 단단하고 고집스러운 성향을 가진다면, 프랑스 차는 그 중간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성향을 가졌다는 점에서 요즘의 아우디나 BMW 차량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전반적으로 단단했던 차들이 부드러워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차가 고성능이라고 해서 항상 단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르노 세닉은 부드러움을 유지하면서도 고속 주행 시 달리기 실력이 일품이라는 점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 차를 시승하며 아쉬웠던 점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실내에 배치된 전자식 버튼의 직관성 부분에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은 물리 버튼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핸들 주변에 여러 개의 버튼이 배치되어 있어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 SM3 같은 차량들에서 사용되던 방식의 음악 플레이 버튼 위치도 개인적으로는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유저나 마니아분들은 이러한 익숙함을 '맛'이라고 여기며 불편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버튼이 세 개나 모여 있다 보니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운전 중 트립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버튼을 조작해야 하는 방식 또한 다소 어색하게 다가왔습니다. 르노 차량을 오랫동안 타신 분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이 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분명 어색함을 느낄 것입니다.

르노뿐만 아니라 쉐보레 차량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전자식 기어봉이나 버튼 타입이 대세인 상황에서 르노 세닉의 기어 레버는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중요도로 보았을 때 다소 작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차를 타기 전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던 주된 이유는 르노 세닉이 20인치 휠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그만 차에 20인치 휠이라니요. 셀토스만한 크기의 차에 20인치 휠을 끼운 격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단번에 되더군요. 이 정도면 미친 듯이 딱딱한 승차감이 예상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르노 세닉을 시승해 보니 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 차는 정말 오리지널 르노의 강한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차량의 달리기 실력, 즉 주행 성능에 90점 이상을 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1년에 수많은 차량을 시승하며 평가합니다. 최근에는 ID.5와 넥쏘도 시승했었죠. 다양한 차량을 경험했지만, 르노 세닉은 가장 즐거운 표정을 짓게 하는 차였습니다.

넥쏘의 경우, '이 차는 단단한 차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시승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좋은 차였지만, 한결같이 단단한 특성 때문에 때로는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C타입 MDPS는 넥쏘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국산차들이 도대체 왜 MDPS를 개선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조금씩 개선은 되고 있지만, 여전히 크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마 국내 소비자분들이 주행 보조 기능 등에 더 집중하고 MDPS에 대한 큰 불만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르노 세닉을 타면서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ID.5를 시승할 때는 '이것이 독일 차구나' 하고 좋았지만, 특출난 장점이 없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의 DNA를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행 감성에 초점을 둔 것인지 애매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면에서 그냥 B+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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