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서 돌아온 황교안, 재기 가능할까

박성의 기자 2023. 3. 1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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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통해 ‘존재감’ 커져…김기현도 黃 찾아 “도와달라”
잦은 ‘선거조작’ 의혹 제기‧부족한 당내 세력은 ‘숙제’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2019년 11월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청와대 부근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를 찾았다. 집회를 주최한 전광훈 목사가 "왜 이제야 왔느냐"고 하자 황 대표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고 답했다. 이어 황 대표는 "'좌파 독재'로 가는 길을 막아내야 한다"고 외쳤다. 광장에서 보수의 부활을 다짐했던 황 대표. 그러나 이듬해 열린 4월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완패하며 황 대표는 여의도 정치에서 퇴장했다.

그로부터 3년, 원외에 머물던 황 전 대표가 여의도에 다시 등장했다. 황 전 대표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다. 김기현‧안철수‧천하람 후보에게 밀리며 낙선했지만 황 전 대표는 걸출한 현역 정치인들을 제치며 '4강'에 들었다. 황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선 "성공적인 컴백"이란 평가와 "반짝 바람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과연 정치인 황교안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19년 9월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집회 연설대에 오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전광훈 '손절' 황교안, 전대서 '깜짝 선전'

극우, 태극기 부대, 아스팔트 보수. 황 전 대표 앞에는 이 같은 꼬리표가 붙는다.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극우 진영'과 손잡으면서다. 실제 황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극우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에 자주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전광훈 목사 등 강성 보수 진영 인사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당시 당내 수도권 의원들은 황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를 표했으나, 황 전 대표의 '우향우'는 계속됐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완패하며 황 전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황 전 대표 본인도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밀리며 낙선했다. 결국 원외로 밀려난 황 전 대표는 그 후 '대중'과 더 멀어졌다. 동시에 '주류 보수가 아니다'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2020년 4·15 총선과 2022년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탓일까. 황 전 대표가 2023년 3‧8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할 당시 정치권은 그의 선전에 회의적이었다. 이른바 '광탈'(빠르게 탈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친윤석열계의 압도적 지지를 업은 김기현 대표와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안철수 의원이란 '투톱' 앞에 황 전 대표가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여기에 비윤석열계 대표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출마하면서 황 전 대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더 어려워졌단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전망은 엇나갔다. 황 전 대표는 '광탈'이 아닌 컷오프 통과라는 1차 목표를 이뤘다. 결국 낙선하기는 했지만, 현역 중진인 윤상현‧조경태 의원 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선 과정에서는 김기현 후보를 겨냥한 이른바 '울산 땅 투기 의혹' 등을 가장 먼저 제기하며 각광받았다. 여권 일각에선 황 전 대표가 '김황연대'(김기현-황교안 연대)를 맺고 완주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황 전 대표는 되레 안철수 의원과 손잡고 대세 후보인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황 전 대표에게 칠해진 극우 색(色)이 옅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황 전 대표는 전당대회 전 '태극기 브라더'로 불리며 돈독한 친분을 자랑했던 전광훈 목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전 목사가 황 전 대표를 겨냥해 '돈 공천'을 했다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일 황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전광훈 목사는 제 정신이 아니다"며 "저에게 맞고발을 하겠다는 말도 했다. 얼마든지 하십시오. 무고로 또 고소할 것"이라고 적었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대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김기현·황교안·천하람 후보 ⓒ 연합뉴스

김기현도 손 내민 黃…부족한 勢는 숙제

과연 황 전 대표는 '주류 보수'에 편입될 수 있을까. 적어도 전당대회 전과 비교하면 황 전 대표의 주가는 올라갔다. 김기현 대표가 먼저 황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여의도 한 일식당에서 황 전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다. 김 대표는 오찬을 마친 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당이 총선을 이길 수 있을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황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황 전 대표에게 칠해진 '극우 이미지'가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니다. 황 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의 '조작설'을 제기하면서다. 황 전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경선과정에서 나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료들을 보고드려야 할 시간"이라며 "조작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5초 간격으로 집계되는 실시간 투표인 수가 모바일투표 첫날 특정 시간대에 10명 단위로 '딱딱' 끊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4·15 총선과 2022년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 탈락 이후에도 득표율 조작을 주장하며 경선 중단 가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황 전 대표가 제기한 조작설에 일부 강성 보수층이 호응했지만, 실체 규명에는 실패하면서 중도 보수층과의 괴리가 더 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 전 대표로서는 당내 세(勢)가 없다는 점도 숙제다. 전당대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선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 신인에 가까운 천하람 후보에게도 크게 밀렸다. 지난 전당대회 득표율은 김기현 후보(52.93%), 안철수 후보(23.37%), 천하람 후보(14.98%), 황교안 후보(8.72%) 순이었다.

당내 계파 갈등이 황 전 대표의 존재감을 가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전 대표는 이른바 친윤석열계와도, 비윤석열계와도 뚜렷한 접점이 없다. 되레 양측 모두와 앙금이 있다. 황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를 겨냥해 '후보 사퇴'를 요구했고,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동시에 '반성 없는 이준석계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황 전 대표의 입장이다.

적지 않은 장애물과 숙제에도 황 전 대표는 본인의 '정치 재기'를 자신하고 있다. 동시에 차기 총선 도전 의지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황 전 대표는 1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나라를 지키고 당을 살리고 민생을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며 "차기 총선 정국 전까지도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니 미리 말씀을 다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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