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버린 손자 14년간 키운 할머니…집에 불나자 모든 걸 잃었다
“손자가 4살 때 우리 집 문 앞에 혼자 있었어요.”
전북에 사는 고연자(74) 할머니는 손자 원빈(18)군, 그리고 폐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과 매일을 전투처럼 살아가고 있다.
고씨의 사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씨의 딸은 배우자의 외도로 별거에 들어갔고, 당시 4살이던 원빈군은 사위가 키우기로 했으나 어느 날 고씨네 집 문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혈육을 저버릴 수는 없었지만,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고씨에게 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고씨는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예기치 못한 화재로 또 한 번의 시련을 맞이하게 됐다. 화장실에서 시작된 불로 집안이 모두 그을음으로 덮일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복구 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고씨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매달 받는 지원금으로는 일상생활조차 빠듯했다. 고씨의 딸이자 원빈군의 어머니는 일용직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씨는 “집주인이 원상복구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때 이랜드복지재단의 ‘SOS 위고’ 사업이 그들에게 희망의 빛이 돼주었다. 긴급 지원금으로 집을 수리할 수 있었다. 고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퍼지자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집수리를 도와주기도 했다.
고씨는 한글을 잘 모르지만, 재단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도 당신들의 도움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성인이 된 원빈군은 군에 입대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조손가정 사례는 또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복녀(64) 할머니는 손자 민철(16)군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민철군은 아버지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할머니 손에서 자라왔다.
이씨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손자를 키웠지만, 얼마 전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씨는 샤워할 공간도 없는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민철군의 미래를 위해 지원금을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임대주택 보증금 3000만원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이랜드복지재단의 ‘SOS 위고’ 사업에 도움을 요청한 후 3일 만에 부족한 돈이 지원됐다. 덕분에 이씨는 방 두 개에 화장실이 있는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부모의 부재나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조손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거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조손가정의 수는 약 8만 가구에 이른다. 그중 절반은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2023 주거 취약계층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의 73%가 주거비 과부담을 겪고 있다. 이는 일반 가정 대비 2배 높은 수준이다. 이런 환경은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조부모의 생활 또한 더욱 힘겨워진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는 하루가 급하다”며 “특히 주거 위기의 경우 며칠의 지연이 한 가정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3일 이내 지원’은 우리의 원칙이자 약속”이라고 했다. 이어 “주거 환경 개선은 한 가정의 미래를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며 “특히 조손가정에서 이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조손가정과 위기 가정을 찾아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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