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울려 퍼지는 함성 사이로 또 하나의 ‘야구 커플’이 탄생했다. KIA 타이거즈 포수 한준수(26)와 전 LG 트윈스 치어리더 김이서(25)가 9월, 각자 SNS를 통해 “평생의 동반자가 생겼다”는 말로 결혼을 알렸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들의 서사는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넘어 한국 스포츠 산업의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김이서라는 인물의 궤적—치어리더, 모델, 대중 아이콘—이 결혼 발표와 만나면서, ‘스포츠-엔터테인먼트-개인 브랜드’가 어떻게 서로 얽히고 성장하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김이서의 무대는 넓고 길었다. 2016년 안양 KGC인삼공사 치어리더로 데뷔한 그는 농구·배구·축구·야구를 종횡무진하며 팀의 색깔에 맞춘 퍼포먼스로 팬덤을 쌓았다. 원주 DB, 인천 전자랜드, 신한은행, 고양 데이원, 서울 삼성, 용인 삼성생명, 대전 삼성화재, 충남 아산 FC 등 다양한 구단을 거쳤고, 2023~2024년에는 LG 트윈스 치어리더로 잠실의 열기를 몸으로 증폭시켰다. 긴 팔다리에서 나오는 선이 큰 동작, 무대 장악력,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 연기까지, 그는 ‘경기장의 에너지’를 ‘콘텐츠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법을 일찍 익혔다. 같은 해 남성지 표지 모델로 대중적 인지도를 급상승시킨 것도 이 연장선이다. 팬데믹 시절의 개인적 어려움과 아르바이트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꾸준히 버티는 서사’를 쌓았다는 점도, 오늘의 이미지에 삶의 입체감을 더했다.

그래서 그의 결혼 발표는 단순한 연예 뉴스가 아니다. 김이서는 최근 SNS에서 2025시즌을 끝으로 활동 중단을 암시했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이 체력·일정·이미지 관리를 모두 요구하는 강도 높은 노동임을 생각하면, 생애 주기의 전환점에서 커리어의 다음 페이지를 고민하는 건 자연스럽다. 결혼이 그 계기가 됐고, 그것이 곧 은퇴를 확정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소한 ‘무대의 방식’을 바꿀 신호다. 경기장 코트라인 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던 프로가 이제는 브랜드·콘텐츠·사업 등 새로운 무대를 택하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지난 9년간의 경험이 ‘감독·연출·기획’의 자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표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지점은 보도 양상이다. 여러 매체가 공통적으로 ‘한준수의 SNS 자필 발표’와 ‘김이서의 치어리더·모델 경력’을 핵심 문장으로 잡았다. 다만 디테일의 배치가 달랐다. 어떤 보도는 김이서의 표지 모델 이력과 야구장에서 이어진 인연을 강조했고, 다른 보도는 팬들의 축하 반응과 따뜻한 댓글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차이는 독자 타깃에 따라 ‘뉴스의 인물’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편집적 선택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그 선택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이 커플의 서사는 ‘야구’와 ‘무대’라는 두 축이 이미 촘촘히 엮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은 둘이다. 한준수는 KIA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포수 퍼즐의 중요한 조각이다. 그의 프로필은 ‘광주 토박이-1차 지명-정통 포수 루트’라는 정체성을 선명하게 새긴다. 184cm·95kg의 단단한 체구, 우투좌타, 리드·블로킹·송구가 고르게 성장 중인 수비형 기반, 그리고 플래툰을 통해 조금씩 키워가는 타격. 공격 지표는 보도·자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25시즌 약 100경기, 타율 .226·7홈런·OPS .681의 그림과, 50경기 전후·타율 .256의 그림이 겹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수비 이닝이 늘고, 투수와의 호흡이 안정될수록 ‘팀이 믿고 맡기는 경기’의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김태군과의 분담 구도 속에서 프레이밍·컨디션 관리·타자 연구의 루틴을 체계화하는 단계, 즉 ‘주전 한걸음 앞’에서 문을 두드리는 시기다. KIA가 투수진 리빌드와 불펜 재정비를 병행하는 동안, 견고한 포수 운용은 곧 팀 실점의 균열을 막아내는 방패다. 결혼 발표가 ‘심리적 안정’이라는 무형의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야구장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치어리더는 응원 문화를 설계하고, 관중의 감정선을 경기와 함께 흔드는 동력이다. 포수는 덕아웃의 설계를 그라운드에 번역하는 현장 감독이다. 야구의 두 층위—경기력과 관람 경험—에서 핵심을 맡아 온 이들이 ‘한 팀’이 되는 장면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의 정서와 닿아 있다. 그래서 팬들이 기꺼이 축하하고, 웨딩 화보를 기다리고, 가을 야구가 열리는 날의 시구·시타 상상까지 덧붙인다. 이는 개인의 행복을 축하하는 일인 동시에, 스포츠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확장된 가족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김이서의 경력 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키워드가 도드라진다. ‘전환’과 ‘재가동’이다. 데뷔 초 농구·배구를 오가다 축구·야구로 종목을 넓히고, 팀이 바뀔 때마다 콘셉트와 동선을 재정립했다. LG 트윈스 군무의 정밀함, 삼성·신한은행 등에서 보여 준 직선적인 에너지, 프로배구에서의 파워풀한 리듬감—각 무대의 문법을 흡수하고 다시 자신의 언어로 재가공했다. 이 능력은 은퇴 후에도 유효하다. 안무 기획, 루틴 제작, 팀 브랜딩, 팬과의 인터랙션 설계 등 ‘무대 뒤’의 일은, 무대 앞에서 오래 버틴 사람에게 가장 빨리 이해된다. 복수 국적, 다양한 현장 경험, 콘텐츠 업계 문법에 대한 감각은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 자산이다.

물론 치어리더 은퇴 가능성을 언급하면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경기장에서 더는 못 보게 되는가?” 아쉬움은 크다. 그러나 스포츠는 늘 다음 무대를 요구한다. 선수는 시즌을 통해 성장하고, 치어리더는 시즌마다 팀과 함께 진화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각자의 축적을 새로운 자리에서 펼쳐야 한다. 김이서의 결혼 발표는, 그 전환의 타이밍을 스스로 결정했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스스로 선택한 변화는 대개 더 건강하다. 팬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과거의 무대를 추억하고, 다음 무대를 응원하는 것이다.
한준수에게도 결혼은 ‘하나의 루틴’이 될 수 있다. 포수는 루틴의 스포츠다. 하루하루의 수면, 식사, 웨이트, 스트레칭, 비디오 분석, 투수 미팅, 배터리 플랜—이 모든 것이 안정적일수록 경기력은 반석 위에 선다. 플래툰 파트너와의 역할 조율, 젊은 선발과 베테랑 불펜 사이에서의 언어, 심판 존의 그날 컨디션까지 감각적으로 읽어내야 하는 포지션에서, 외부 변수를 줄여주는 사적인 평온은 의외의 ‘슬로 이퀄라이저’가 된다. 그가 600이닝 이상 수비를 소화하며 리그 평균 이상의 프레이밍·블로킹을 보여주고, 공격에선 컨택의 기복을 줄이며 장타를 조금씩 얹어가는 과정—이 모든 도정에 이번 결혼이 좋은 배경음이길 바란다.

끝으로, 이 커플이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스포츠 직업군의 삶은 경기장 안에서만 쓰이지 않는다. 김이서는 무대의 모든 층위를 걸쳤고, 이제 다음 층위로 발을 옮긴다. 둘째, 팬덤은 선수와 치어리더의 사생활을 ‘감시’가 아니라 ‘함께 자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때 더 단단해진다. 셋째, 지역성과 역사성을 가진 구단(KIA)에서 태어난 커플의 행복은, 지역 커뮤니티의 기쁨으로 확장된다. 광주의 포수와, 잠실의 에너지를 이끈 무대인이 같은 팀을 이루는 순간—스포츠가 왜 ‘사람의 일’인지 다시 확인된다.
이제 남은 건 축복과 기대다. 결혼식 날짜와 장소, 웨딩 사진, 그리고 아마도 다가올 겨울의 조용한 휴식. 내년 시즌 KIA 덕아웃에서 더 단단해진 포수의 표정, 혹은 새로운 무대 뒤에서 팀의 에너지를 설계하는 김이서의 모습. 어느 쪽이든 이들의 다음 장면은 ‘좋은 삶의 리듬’으로 이어질 것이다. 야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루틴과 갱신, 응원과 연대—이 커플의 내일에서도 바뀌지 않으리라 믿는다. 두 사람의 선택과 여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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