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미코리아가 플래그십폰을 표방한 70만원대 스마트폰 ‘샤오미 17T’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한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 공백을 파고든다. 신제품은 라이카 5배 망원 카메라, 최대 120배 인공지능(AI) 줌, 6500mAh 배터리를 갖추고도 가격은 70만원대에 불과하다.
100만원 안팎으로 형성된 갤럭시 S26 기본형·아이폰 17e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차별화된 카메라와 배터리 사양을 앞세워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웨어러블과 스마트홈에서 확보한 국내 소비자 기반을 스마트폰으로 넓히며 갤럭시·아이폰 양강 구도에 틈새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70만원 대에 플래그십 기능 탑재
29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 마련된 샤오미오피스에서 써머 펑(Summer Peng) 샤오미코리아 사장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전쟁 등으로 업계 전반이 원가 압박을 받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 샤오미의 점유율은 아직 낮다”며 “삼성과 애플이 높은 점유율을 가진 한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매우 성의 있는 가격대를 정했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이날 ‘샤오미 17T’를 한국 등 글로벌 국가에 출시하고 사전 예약에 돌입했다. 라이카와 공동 개발 기반의 카메라 시스템과 AI 이미징 기술, 6500mAh 대용량 실리콘 카본 배터리, 고주사율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샤오미 T 시리즈 최초로 라이카 5배 망원 카메라를 적용했으며, 움직임과 감정까지 기록하는 ‘라이카 라이브 모먼트(Leica Live Moment)’ 기능을 탑재해 한층 몰입감 있는 모바일 이미징 경험을 제공한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독일 TUV 라인란드(TÜV Rheinland) 4중 시력 보호 인증과 인텔리전트 아이 케어 인증을 획득해 사용자 시력까지 신경썼다. 가격은 12GB(램)+256GB(저장 용량) 모델이 79만9800원, 12GB+512GB 모델이 87만9800원에 불과하다.

샤오미 17T의 국내 출시 전략은 단순한 저가 공세와 거리가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한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상위 제품과 정면으로 맞붙기보다 기본형 플래그십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층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굳어졌지만 최근 부품 가격 상승과 고사양화 영향으로 플래그십 제품의 출고가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만원을 넘는 기본형 플래그십과 200만원 안팎의 최상위 모델 사이에서 선택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샤오미 17T는 70만원대 가격에 라이카 카메라와 대용량 배터리를 결합해 가격 부담을 느끼는 기본형 플래그십 수요를 겨냥했다. 고가 프리미엄폰 수준의 일부 사용 경험을 낮은 가격대에서 제공해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비교 대상은 삼성전자 갤럭시 S26 기본형과 애플 아이폰 17e다. 갤럭시 S26 기본형은 국내에서 256GB 모델 기준 125만4000원대로 출시됐다. 해당 제품은 6.3인치 디스플레이, 4300mAh 배터리, 5000만 화소 광각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를 갖췄다. 아이폰 17e는 256GB 저장 용량, A19 칩, 4800만 화소 퓨전 카메라를 탑재하고 미국 가격 기준 599달러부터 시작하는 제품이다. 국내 가격은 99만원부터 형성됐다. 샤오미 17T는 가격 기준으로 갤럭시 S26 기본형보다 40만원 이상, 아이폰 17e보다 20만원가량 낮은 구간에 자리 한다.
저렴한 가격과 성능으로 소비자 접점 확대
샤오미가 강조하는 17T의 핵심 경쟁력은 카메라다. 샤오미 17T는 라이카 주미룩스 광학 렌즈와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중심으로 트리플 카메라 시스템을 갖췄다. 23mm부터 115mm까지 다양한 화각을 지원해 풍경, 인물, 공연, 일상 촬영 등 여러 환경에 대응한다. 5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와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을 기반으로 최대 10배 광학급 줌, 최대 120배 인공지능 울트라 줌도 지원한다.
특히 망원 카메라는 공연과 스포츠 경기, 여행 촬영 수요와 맞닿아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경쟁이 단순 화소 경쟁에서 실제 촬영 거리와 보정 성능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샤오미는 라이카 5배 망원 카메라를 전면에 세웠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과 짧은 영상을 자주 올리는 소비자에게는 카메라 체감 성능이 구매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샤오미 17T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곧바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브랜드 충성도, 운영체제 생태계, 통신사 유통망, 사후서비스망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격과 사양만으로 소비자를 움직이기 어려운 시장인 셈이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가 국내에서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샤오미는 단기간에 삼성전자와 애플을 직접 위협하기보다 저렴한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우선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샤오미가 기대를 거는 부분은 스마트폰 외 제품군에서 이미 쌓은 소비자 기반이다. 샤오미코리아는 올해 1월부터 약 5개월 만에 전 카테고리 누적 출하량 약 27만대를 기록했다. 웨어러블 제품군만 약 15만대에 달했다. 회사 측은 올해 쿠팡 웨어러블 밴드 판매 순위 1~3위를 모두 샤오미 제품이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홈 제품군도 국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샤오미코리아에 따르면 특정 스마트 선풍기 제품은 국내에서 하루 평균 약 1000대 판매를 기록했다. 총거래액도 2025년 1월 이후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스마트홈 제품에서 고르게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만큼 한국 시장에서 생태계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써머 펑 사장은 한국 내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관련 “삼성과 애플의 영향력이 굉장히 컸고 샤오미의 진입이 늦었기 때문”이라며 “단기간 내 한국 시장에서 톱3에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인내심을 갖고 소비자 신뢰를 얻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