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유럽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출고 대기 시간이 1년 가까이 늘어났다. 2,740만 원부터 시작하는 이 차는 과연 그만한 시간을 기다릴 가치가 있을까.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가솔린 모델의 성공 공식을 전기차로 옮겨놓은 결과물이다. 하지만 단순한 파워트레인 교체가 아니라 상당한 변화를 거쳤다. 전장이 3,825∼3,845㎜로 가솔린 모델보다 20㎜ 가량 늘어났고, 축거도 2,580㎜로 확장됐다. 42∼49 kWh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넣기 위한 필수적 조치였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앞면이다. 연비 향상을 위해 그릴을 대폭 단순화했고, 뒷면에는 사각형 패턴의 독특한 램프를 적용해 전기차임을 어필했다. 기존 캐스퍼의 친근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도 한층 세련된 느낌을 준다.

실내는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차다. 계기판에 10.25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스티어링휠도 2 스포크에서 3 스포크로 바뀌었다. 센터 콘솔의 디스플레이도 커져 내비게이션 조작이 한결 편해졌다.


편의 장비도 대폭 늘어났다. 디지털 키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은 물론,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개선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탑재했다. 특히 V2L(Vehicle-to-Load) 기능으로 외부 전자제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캠핑이나 야외 활동 시 유용하다.

성능은 71.1kW(표준형)와 84.5kW(롱레인지) 두 가지 모터 옵션을 제공한다. 0∼100㎞/h 가속은 10.1∼10.3초로 일상 주행엔 충분하다. 최고속도는 150㎞/h다. 가솔린 모델보다 확실히 여유로운 가속력을 보여준다.

도심 주행에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정지와 출발이 반복되는 시내 도로에서도 매끄러운 가속과 감속을 보인다. 서스펜션 세팅도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해 승차감이 우수하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도 직선 구간에서는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제동 성능이 다소 아쉽다. 연비 향상을 위한 친환경 타이어 적용으로 제동 거리가 최대 44m까지 늘어날 수 있다. 급제동 상황에서는 미리 여유를 두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연비는 복합 기준 5.1∼5.8㎞/kWh를 기록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78∼315㎞다. 도심 연비(5.7∼6.5㎞/kWh)가 고속도로 연비(4.6∼5.1㎞/kWh) 보다 높아 도심형 전기차로서의 성격이 뚜렷하다.

경제성을 따져보면 복잡하다. 가솔린 모델과의 가격 차이를 상쇄하려면 7∼8만㎞를 주행해야 한다. 연간 2만㎞ 내외를 운행하는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3∼4년은 타야 본전을 뽑는 셈이다.

하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의 진짜 가치는 주행 편의성에 있다. 엔진 소음과 진동이 없어 도심 주행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든다. 여기에 우수한 ADAS 성능까지 더해져 안전성 면에서도 신뢰할 만하다.

기능성과 성능, 안전성의 균형이 잘 잡힌 소형 전기차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럽에서 호평받는 것도 이런 완성도 때문으로 보인다. 가격 부담은 있지만 전기차 전환을 고민하는 도심 거주자들에게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다. 1년을 기다려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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