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은 앵무새와 함께

이 영상을 보라. 청계천 앞에서 앵무새 2마리를 어깨에 올리고 한 노인이 산책을 하고 있다. 이 앵무새, 요즘 어르신들 사이에서 완전 핫하다는데. 유튜브 댓글로“요새 앵무새와 함께 다니는 노인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수많은 어르신이 몰리는 패션의 거리, 동묘. 형형색색의 패션에 압도당한 사람들 분명 있을테다. 동묘하면 지드래곤과 정형돈이 누비던 추억의 골목이 우선 떠오르는데.

요새 어르신들의 또 다른 동묘 핫플로 떠오르는 곳은 바로 앵무새 거리다.앵무새를 구매하기 위해 노인들이 동묘를 방문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왱구님들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직접 동묘 앵무새 거리를 찾았다.

여기는 동묘앞역. 역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새소리가 들린다. 앵무새가 짹짹거리는 소리다.

앵무새를 판매하는 상점 가까이 다가가보니 ‘말하는 앵무새’라는 스티커가 유리에 붙어 있었다. 유리 너머에는 앵무새 수십마리가 있었다. 상인에게 물어보니 주요 고객층은 노인들이라고. 왜 이들이 앞다투어 앵무새를 사는 걸까?

[동묘 앵무새거리 상인]

치매방지 때문에 많이 키우고 애들이 말을 따라하니까 상황에 맞게끔 얘기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까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었어? 이런걸 따라하다보니까 대화처럼 느껴지는

그러니까 말할 사람이 없고, 하루종일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말동무를 찾기 위해 앵무새를 사고 있다는 것.

마침 가게 앞에 쪼그려앉아 앵무새를 구경하는 할아버지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70대 박진수 할아버지는 앵무새를 무려 6마리를 키우는 다둥이 앵무새 아빠다.

[앵무새를 6마리 키우는 박진수 할아버지]

한 6마리 돼요. 얘는 은희, 남자는 금희, 그다음에 주호 준희, 그 다음에 일롱이 이롱이, 2마리는 알을 낳아가지고 부화했고

앵무새에게 이름을 지어줄만큼 각별한 관계라고. 박 할아버지는 배우자의 간병으로 힘겨워진 삶을 위안받기 위해 앵무새를 키운다고 했다.

[앵무새를 6마리 키우는 박진수 할아버지]

집사람이 아파가지고 그래가지고 많이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적에 얘들을 키우니까 많이 위안이 됐어요. 그래서 말도 하고 그래서 키우게 됐는데, 사랑해, 맘마, 안녕 그 다음에 감사합니다 몇 마디 해요.

박 할아버지의 자녀들은 모두 결혼했고, 직장을 찾아 나가 멀리 떨어져 지낸다. 투병하는 부인을 제외하면 하루종일 대화할 사람이 없던 와중에 앵무새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또 다른 앵무새 상점에서 만난 60대 할아버지도 주변 친구들이 앵무새를 많이 키운다고 했다. 같이 산책까지 나온다고.

[앵무새거리 60대 손님]

우리 주위 사람들이 많아요. 봄 되면 새 산책하려고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동네 주민들이 연세가 저보다 더 많으신 편이죠. 노인들이 외로우니까...

앵무새와 산책하는 어르신을 찾기 위해 동묘와 청계천을 계속 걸어다녔다. 저 멀리 앵무새 2마리를 어깨에 올리고 걷고 있는 70대 할머니를 찾았다.

근 편의점에서 일 하는 분인데, 앵무새 할머니로 이미 동네에서 유명하다고.

어깨 위 앵무새는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안녕’이라고 인사를 했다. 앵무새 한마리는 통상 3만5000원 정도. 이 돈만 주면 새 친구를 하나 구할 수 있으니 노인들에겐 꽤 매력적인 소비라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 대화할 이가 없어 앵무새를 찾는 노인들의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니다. 곧 우리에게 닥칠 현실일 수 있을까? 수십년 뒤 앵무새의 자리는 챗 gpt 같은 AI가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