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낙원에서 범죄도시로 [김경민의 적시타]
중국 자본 이탈 후 무법지대로 변한 카지노 단지
캄보디아 경제 의존 구조와 부패의 악순환

1950년대 프랑스와 캄보디아의 협력으로 건설된 이 신항만 도시는 국왕 노로돔 시아누크의 이름을 따 '시아누크의 성스러운 도시'로 명명됐다. 독립 이후 캄보디아의 수출입 관문이자 주요 산업항으로 성장했으며 현재 국가 물류의 약 75%가 이곳을 거친다. 국제항과 공항, 철도까지 갖춘 전략 요충지이자 프놈펜과 남부를 잇는 경제 중심지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도시 전역이 카지노와 리조트 건설 현장으로 변했다. 불과 몇 년 만에 간판의 절반이 중국어로 바뀌었고 급격한 개발로 환경오염과 홍수, 범죄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자 카지노 단지는 유령도시로 변했다. 그 공백을 불법 조직이 파고들었다.
현재 시아누크빌은 불법 온라인 사기(스캠) 조직의 근거지로 악명 높다. 외국인들을 '고수익 정보기술(IT) 일자리'로 속여 유인한 뒤 감금·노동 착취에 동원하거나 협박·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최근 한국인 피해자들이 속속 구출되면서 이 도시는 한국 사회에도 충격을 안겼다.

캄보디아 정부가 단속에 나섰지만 부패한 지방 경찰과 일부 공무원이 범죄조직과 결탁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시아누크 주 일대에는 여전히 감금 피해자들의 탈출 시도와 인권 침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현지 교민사회조차 밤에는 외출을 삼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한국 외교부는 지난 8월 시아누크 주 일대를 포함한 캄보디아 남부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인신매매와 폭행, 불법 감금 사건이 다수 발생해 현지 치안이 매우 불안하다"며 해당 지역으로의 여행 자제를 강력히 권고했다. 현지 대사관은 실종자 신고 접수 및 긴급대응 전담반을 운영 중이다.
한때 황금사자상 앞 해변에서 노을을 즐기던 관광객들은 사라졌고, 도심 곳곳엔 폐허가 된 카지노와 무허가 숙소가 들어섰다. 외신들은 "시아누크빌은 더 이상 휴양지가 아니라 범죄의 허브가 됐다"고 보도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뒤늦게 도시 재정비 계획과 국제항 현대화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이미지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인신매매와 스캠 조직의 뿌리가 깊은 만큼 단기간 해결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천혜의 자연과 어둠의 범죄가 공존하는 '두 얼굴의 도시', 시아누크빌은 이제 세계가 경계하는 '위험한 낙원'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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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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