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차 초보의 첫 TT, 첫 훈지 및 나의 러닝 이야기
런갤에 온지 벌써 2달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인간적인 글을 보면서 감동도 하고 핫딜에 혹해서 맨날 지르기도 하고 ㅋㅋㅋ
특히 꾸준히 훈지를 올리는 분들을 보면서 추천, 리플 많이 받는게 신기하면서 또 난 언제 저런 실력이 될까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TT 훈련을 해보고 문득 글을 써보고 싶어서 첫 훈지 겸 저의 러닝 스토리를 올려볼까 합니다
저는 원래 마른 멸치였지만 20대 중후반부터는 쭉 돼지로 살았습니다 176cm에 최고 106kg까지 찍었나 그랬는데
결혼식 날 거의 10년 만에? 몸무게 앞 자릿수를 7을 찍었어요 근데 신혼여행 다녀와서 순식간에 6kg 넘게 찌고 다시 세자리수를 돌파ㅋㅋ
그치만 결혼 전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웨이트를 꾸준히 해서 나름 근육은 많다고 혼자 거울보고 만족하는 그런 평범한 돼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올해 5월인가 6월인가 친한 친구가 갑자기 러닝 대회를 나가보자는 겁니다
알고보니 그 친구는 올 초부터 꾸준히 트레드밀을 탔더군요 그래 내가 비록 돼지지만 근력운동도 오래해서 자신있지 하고 냉큼 수락했습니다
평소 러닝에 관심도 있었고 어릴 땐 곧잘 했었기 때문에 계기가 필요했었는데 친구를 잘 둔 덕택이죠
어떤 일이든 닥치면 벼락치기로 하는 저의 특성 상 러닝은 뒤로 쭉 밀렸지만 살은 빼놔야 제한시간 안에 들어오겠다는 생각에
7월부터 식단을 손보기 시작합니다 8월엔 인클라인 걷기를 시작했죠 유산소 = 근손실 이라고 부르짖던 제가 많이 변한 겁니다 ㅋㅋ
이 때 유산소 운동 효과에 깜짝 놀랐는데 평소 심박수가 100을 왔다갔다 하던게 유산소 한 달 만에 정말 드라마틱하게 내려간 겁니다
가만히 있을 때 70-80 왔다갔다 하고 누워서 자기 전엔 60대도 보이더니 지금은 평소에도 한 번씩 50대 심박수가 찍히네요
그리고 대망의 달리기를 9월 5일 처음 시작했습니다
왜 시작부터 가민이 있냐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21년에 야심차게 러닝에 입문해서 런데이 8주차 프로그램을 하다가 도중하차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 사두고 안 쓰다가 정말 오랜만에 충전해서 가져간거죠 아무 문제 없이 잘 작동하더군요 ㅋㅋㅋ 당시에도 한참 한물 간 모델이었던 645 입니다
나도 265 갖고 싶다.... 아무튼 헬스하면서 반 독학으로 유튜브 보면서 익혔기 때문에 저절로 운동 관련한 이런저런 정보나 지식이 쌓이게 되었는데
그렇게 나온 결론이 저 기록입니다 존2 심박수에 케이던스 180 ㅋㅋㅋ 러닝 처음 시작했을 때 176cm / 96kg 였으니까 적절했던 것 같네요
참고로 제 vo2max는 아주 쓰레기 중에 쓰레기라서 33? 34? 수치에 피트니스 연령이 70대 수준이라고 가민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후 드문드문 천천히 8-9분대 페이스로 달리면서 서서히 마일리지를 쌓아나갔고 9월 한 달 동안 50km를 달렸습니다
대회는 10km였고 10월 27일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없었지만 어차피 목표가 제한시간 안에 들어오는 거라서 위기의식은 없었습니다
10월 초에 친구랑 같이 조인해서 야외 달리기를 해보기로 하고 10월 4일 처음 10km를 달렸는데 1시간 30분을 기록했습니다
친구는 저보다 잘 달리지만 저에게 맞춰줬고 같이 멋진 야경을 보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면서 하는 동반주는 정말 짜릿하더군요
점점 달리기가 좋아지면서 이 정도면 기록을 더 땡길 수 있겠는데? 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후로 대회 전까지 매주 한 번은 10km를 달리며 달릴 때 마다 10분씩 기록을 단축했고 결국 목표했던 시간을 훨씬 초과해서
대회날엔 1시간 3분 50초라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이 때 느꼈던 짜릿함과 해냈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대회뽕이라는 걸 몸소 경험했습니다 또한 대회 전 마지막 러닝에서 가민 운동성과 +19라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는데 이 때 제가 기록한 페이스는 고작 6분 초반이지만 항상 8-9분으로 달리다 뒤에서 미는 것처럼 저절로 다리가 움직이는데
마치 용수철처럼 몸이 튕겨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네요 지금 생각해봐도 뜬금없는 레벨업이 신기합니다
대회 날 기억에 남는 건 가족끼리 같이 달리러 온 사람들이 굉장히 부러웠다는 것 그리고 브룩스는 저밖에 없더군요 ㅋㅋㅋㅋㅋ
런갤에서 본 좋은 신발들 알파, 베이퍼, 프로3, 엔프4, 메스파 등등 모든 브랜드의 신발을 다 본 것 같은데 진짜 브룩스는 아무도 없었음
10월엔 9월의 2배인 마일리지 100km를 찍었고 11월에도 꾸준히 러닝을 이어나갑니다
겨울철에 추운데 무슨 달리기냐 남자가 남사스럽게 무슨 레깅스냐 생각했던 제가 추운 날씨에
레깅스만 입고 나가서 달리면서 해방감을 느끼다니 참 경험하기 전에는 뭐든지 절대 단언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친구랑 같이 10km 처음 뛸 때도 서로 마라톤은 하지 말자 이런 말을 했던 제가 지금은 풀 마라톤에 푹 빠져버렸으니까요
러닝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집 바로 근처에 이런 풍경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까요?
자동차로 가도 절대 짧지 않은 거리인 15km를 이젠 나름 평온하게 뛰면서 거리관념이 바뀌는 걸 보면서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제 마무리로 오늘의 훈지를 써보겠습니다 11월 들어와서 가민을 좀 더 활용해보고자 내년 상반기 하프를 겨냥해서
가민 워크아웃으로 운동하고 있는데 Jeff 아저씨가 매직마일이란 걸 해보라고 권하더군요
상당히 추운 날씨였지만 이제 어느 정도 겨울철 러닝에 익숙해져서 레깅스, 하프집업, 바막, 장갑, 나루마스크, 헤드밴드를 쓰고
달리러 나갔습니다 오늘 달리기 전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아 6분 후반 페이스로 달려도 심박수가 미쳐 날뛰어서
그냥 무리하지 않고 달리려고 했는데 엊그제 달리면서 뭔가 좀 깨달은 덕분인지 상당히 몸이 가볍더군요
Jeff아저씨가 잡다한 걸 많이 시켜서 차트가 지저분한데 붉은선으로 표시한 부분이 매직마일입니다 나름 처음 해보는 TT라고 볼 수 있고
덕분에 5:45라는 페이스로 1.61km를 달렸습니다 누군가에겐 조깅 페이스겠지만 지금도 항상 7분 페이스에 가깝게 뛰던 저에겐
5분대 페이스는 처음 보는 기록이자 내년 목표인 하프 서브2, 풀마 서브4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페이스라서 의미가 있네요
어느 정도 현실감과 함께 목표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다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과 손에 잡힐 것 같은 기분 좋음이 공존하네요 ㅎㅎ
러닝을 시작한지 이제 막 3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3달동안 이전에는 전혀 꿈도 꾸지 못했을 250km라는 거리를 달렸고
웨이트를 할 때 혼자 유튜브보고 궁리하면서 자세를 익혀나갔던 것처럼 러닝을 하면서 꾸준히 쌓아나가는 재미와 함께
자세에 관해 한 번씩 깨달으면서 점차 발전해가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여기 있는 고수분들은 6분대 페이스에 무슨 롤링이냐 하겠지만
제가 최근 깨닫고 점점 자세가 바뀌고 있는게 바로 롤링을 하는 듯한 감각인데요 농구공을 던질 때 손가락 끝으로 긁는 것처럼
땅바닥을 발바닥으로 미는게 아니라 마치 할퀴는 듯한 감각으로 달리니 고관절이 저절로 접히고 통통 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자세라 심박수, 호흡이 미쳐 날뛰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서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마라톤 온라인과 Ben Parkes, 영조대왕님의 영상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유튜브를 보면서 그걸 나름대로 적용해보고 또 스스로 깨달으면서 점차 자세를 완성시켜나가는게 웨이트랑 완전 똑같습니다 ㅋㅋ
이 재미에 웨이트도 2년 넘게 쉬지않고 해왔는데 이젠 러닝이 웨이트만큼이나 재밌고 제 삶의 일부가 된 것 같습니다
여전히 보투막은 37에 러닝 3개월 하면서 살은 하나도 안 빠졌지만 스킨이 얇아진 느낌? 몸이 좋아진게 느껴지고
내년에 좋은 기록으로 하프, 풀을 도전하기 위해 이제 다시 살도 열심히 빼보고 겨울 러닝도 즐겨볼 참입니다
앞으로도 런갤에서 좋은 정보와 가르침 많이 얻어가겠습니다
다들 부상 없이 펀런 즐런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