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하나로 인생 망가진 한국 최고 투수".. 몰락한 국민 마무리 임창용 이야기

지난주, 쉰 살의 전직 야구선수가 법정에서 고개를 숙였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지인에게 8,000만원을 빌려 갚지 못한 혐의. 1심의 실형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지만, 그가 남긴 고백이 더 아팠다.

현역 시절 도박을 하고 싶어 시즌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이 남자의 이름은 임창용. 한때 한국, 일본, 미국을 모두 정복했던 최고의 투수다.

뱀처럼 휘던 160km의 시대

임창용의 재능은 리그 역사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옆구리에서 나와 뱀처럼 꿈틀대며 들어오는 강속구, 이른바 뱀직구는 전성기 시속 160km를 찍었다.

1995년 해태에서 데뷔한 그를 1998년 말 삼성은 양준혁을 포함해 세 명을 내주고 데려왔을 만큼 가치가 컸고, 언제 불러도 응답한다는 '애니콜'이라는 별명 속에 마무리와 선발을 오가며 리그를 지배했다. KBO 통산 130승 258세이브, 투수 역대 7위의 누적 가치(WAR)가 그 위상을 증명한다.

일본의 수호신, 만 37세의 메이저리거

30대에 접어들어 한국에서 내리막을 걷던 그는 2008년 헐값에 일본 야쿠르트로 건너가 인생 2막을 열었다. 첫해 33세이브로 단숨에 수호신이 됐고, 3년 15억엔의 초대형 재계약과 함께 선동열의 한국인 일본 무대 최다 세이브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팔꿈치 수술 후 만 37세의 나이로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마운드까지 밟은 것이다. 2014년 삼성으로 돌아와서는 이듬해 최고령 세이브왕에 오르며 한·일 통산 300세이브의 금자탑을 쌓았다. 여기까지였다면, 그는 흠 없는 전설로 남았을 것이다.

마카오의 밤이 모든 걸 삼켰다

2015년 11월, 원정도박 의혹이 터졌다. 임창용은 마카오 카지노에서의 바카라 도박을 시인했고, 삼성은 최고령 세이브왕을 그해 겨울 가차 없이 방출했다. KBO의 72경기 출장 정지가 뒤따랐다.

2016년 고향팀 KIA가 손을 내밀어 재기의 기회를 얻었지만, 2018시즌 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으며 은퇴식조차 없이 쫓기듯 그라운드를 떠났다. 비극은 유니폼을 벗은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상습도박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번 사기 사건까지 이어지며 '레전드 40' 헌액자의 이름은 법원 기사에서 더 자주 보이게 됐다.

세 나라 최고 무대를 밟은 재능과 그 모든 것을 갉아먹은 중독. 임창용의 이야기는 한 편의 성공 신화이자 가장 뼈아픈 반면교사로 남았다. 이제 후배들을 도우며 살겠다는 그의 다짐이 마지막 재기가 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은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