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로 잘 알려진 태국. 그 인기만큼 몰려드는 인파가 부담스럽다면 주목해 보자. 따사로운 날씨와 푸른빛 자연의 향기, 그리고 온전한 휴식이 있는 태국의 숨은 휴양지들.
짠타부리
방콕에서 차로 3시간 30분 정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짠타부리는 그만큼 도심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펼쳐낸다. 1893년부터 11년간 프랑스 점령 아래 있던 지역으로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유럽풍 건물이 동남아의 맑은 해변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것. 특히 특댕이라는 붉은 외관의 건물은 1893년에서 1903년 프랑스 점령 시절 본부로 쓰이던 곳으로, 프랑스 대포와 짠타부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그림과 문학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다. 짠타부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해변. 차오 라오 비치, 램씽 비치 등 끝없이 펼쳐진 고요한 바다와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백사장이 곳곳에 펼쳐져 어느 곳을 가도 힐링 그 자체다. 짠타부리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봄을 추천한다. 매년 5월이면 과일 축제가 열려 직접 과일을 수확하거나 갓 따낸 열매를 맛볼 수 있다. 포멜로, 잘라카, 망고스틴, 람부탄 등 제철 과일을 모두 맛볼 수 있으며, 짠타부리의 특산물인 두리안 축제는 탁신왕 기념관과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에 열리는 짠타부리 보석 시장도 놓치지 말자. 짠타부리는 세계 각국에서 채광된 루비 원석을 최초 가공 및 처리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천 개가 넘는 루비 공장이 모여 있다. 하지만 가짜 보석도 워낙 많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춤폰
태국 남부 지역으로 갈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항구도시. 쑤랏타니와 함께 태국 만Gulf of Thailand의 섬들로 나가는 교통 중심지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꼬 따오Koh Tao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도시 자체는 규모가 작고 방콕에서 찾아가려면 차로 8시간, 기차로 9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춤폰 여행만을 위한 관광객은 많지 않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다. 남부 특유의 열대 기후를 품은 춤폰은 무려 4km에 달하는 긴 해변, 퉁 우아 렌 해변Thung Wua Laen Beach과 꼬 무 해양 국립공원Koh Mu Chumphon Marine National Park이 있어 대자연 속에서 오롯이 힐링을 즐길 수 있다. 퉁 우아 렌 해변은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투명해 다이버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춤폰을 방문했다면 웅장한 폭포와 다양한 열대 식물을 만날 수 있는 남 똑 카포 삼림공원Nam Tok Kapo Forest Park도 추천한다.
춤폰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 주변 섬 중에는 맛폰 섬Koh Mat Phon, 삭 섬Koh Sak, 프라오 섬Koh Phrao, 란카 추이 섬Koh Lanka Chui이 유명하다. 또한 랑 녹 섬Koh Rang Nok에는 천연 동굴이 많아 한 번쯤 둘러볼 만하다.
카오락
새로운 신혼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도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만 이미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카오락은 바다와 산, 순수한 사람들이 있는 고즈넉한 도시로 평화로운 휴양이 가능한 지역이다. 태국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히는 시밀란 국립공원과 태국의 계림이라 불리는 팡아만 등 유명한 관광명소도 많다. 시밀란 섬Similan Islands은 1982년 태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군도다. 시밀란은 말레이어 방언으로 숫자 ‘9’를 의미하는데, 본래 9개 섬으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이후 1998년 2개 섬이 추가로 포함되면서 지금은 총 11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화려한 산호초, 너른 백사장 등 아름다운 해변 풍경을 품고 있어 휴양지로도,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또한 다양한 열대어가 살고 있어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 스폿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시밀란 섬을 여행한다면 3~4월을 추천한다. 이 시기에 고래상어와 만타가오리가 나타나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시밀란 섬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아무 때나 갈 수 없기 때문. 우기 시즌인 6~9월에는 방문할 수 없으며 10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약 7개월 간만 방문이 허용된다. 개장 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카오속Khaosok과 카오락 국립공원Khaolak National Park도 빼놓을 수 없다. 푸껫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곳은 예전부터 인구밀도가 낮아 자연이 원시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야생동물들도 잘 보존되고 있다. 특히 카오속의 석회암 산들은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코창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알려진 코창은 방콕에서 25km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관광지가 많지 않아 한산한 편이다. 대신 천혜의 바다와 해변이 아름다워 진정한 휴식을 위해 아는 사람만 찾는 숨은 명소다. 섬의 서남부 쪽에 위치한 해변들은 각각 색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품고 있으며 해변마다 고즈넉한 숙소와, 레스토랑,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니 여행 스타일이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중 핫 타남 해변은 고운 모래사장을 품은 해변으로 낮엔 유유자적 여유를 부릴 수 있고, 밤이면 비치 바에서 화려한 파티가 열려 활기찬 분위기다. 해변을 배경으로 노천에서 즐기는 타이 마사지도 놓치지 말자. 노을 질 무렵에 예약하면 바다와 하늘, 온 세상이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코창은 보통 일일 투어 프로그램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점심 식사까지 포함된 원 데이 투어를 이용하면 짧은 여행 일정 속에서도 완벽한 힐링을 즐길 수 있다.
크라비
태국 여행 사진을 찾다 보면 종종 암벽 등반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검고 웅장한 암벽 뒤로 투명한 바다가 펼쳐져 눈길을 끄는데, 이곳이 바로 크라비다. 한때 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피피섬Koh Phi Phi으로 가는 경유지 정도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석회암 절벽과 어우러진 이국적인 해변을 만끽하기 위해 모여든 여행자들도 적지 않다. 크라비의 성수기는 11월부터 4월까지. 이 시기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바다가 유독 맑아 휴양이나 액티비티를 즐기기 좋다.
크라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피피섬이다. 크라비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데, 그 수고로움조차 잊게 만드는 황홀한 풍경을 품고 있다. 피피섬은 크게 주민들이 살고 있는 피피돈, 영화 <더 비치>로 유명해진 피피레로 나눌 수 있다. 크라비에서도 한 번 더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물론, 동양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그만큼 온전한 휴식을 누리기에 제격이다.
한곳을 더 추천한다면 꼬 란따Koh Lanta가 있다. 크라비 주 가장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국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는 섬. 개발이 힘든 산악지형이라 서쪽 주요 해변을 제외하고는 원시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여행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라이 레Rai Leh도 가볼만하다. 바다 쪽으로 돌출된 작은 반도로 육지와 연결돼 있지만 북쪽 육로가 차단돼 있어 섬과 같은 느낌을 준다. 프라 낭, 동 라이 레, 서 라이 레 등 아름다운 해변을 품고 있으며 동 라이레를 제외한 프라 낭과 서 라이레는 해수욕을 즐기기 좋아 가족단위의 여행자들이 찾는다. 게다가 해변 옆으로 석회암 절벽이 장엄하게 펼쳐져 황홀한 풍경을 선사한다.
크라비 여행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바이킹 투어Biking Tour다. 자전거를 타고 크라비 주변의 다양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일일 투어에서는 에메랄드 풀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호수에서의 수영, 국립공원에서의 야생동물 관찰, 천혜의 폭포와 온천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고, 반나절 투어에서는 무슬림들의 섬인 꼬 끌랑Koh Klang 탐방 또는 어촌 마을 방문, 고무 농장, 야자수 농장, 국립공원과 폭포 방문 등이 포함돼 있다.
사툰
태국 서남쪽 최남단에 위치한 사툰 주의 주도다. 주도라고 하기엔 아주 작은 도시지만 시골 소도시의 풍경을 품고 있어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사툰은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으로 1813년까지 말레이시아의 영토였으며, 1925년이 되어서야 태국의 영토로 편입됐다. 태국 남부 도시들이 그러하듯 사툰 또한 무슬림의 영향을 받아 인구의 70%가 이슬람을 믿고 있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당 섬, 라위 섬, 리뻬 섬 등 맑은 바다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청량한 자연, 웅장한 수중 암석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휴양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또한 태국에서는 보기 힘든 산지를 끼고 있으며, 특히 동부 산간지방에 위치한 탈레반 국립공원에서는 바이크 라이딩에도 도전할 수 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육로와 해로를 통해 말레이시아까지 함께 여행하기도 좋다. 주말마다 국경지대에서 열리는 시장도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특산품들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으며 면세로 구입할 수 있어 여행자들은 물론 현지인도 애용하는 곳이다.
핫 야이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으며, 방콕에서 출발한다면 사툰행 에어컨 버스를 이용해 방문하면 된다. 좌석이 편리하고 실내가 쾌적하지만 12시간에서 최대 14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뜨랑
푸껫이나 크라비 등 휴양지로 잘 알려진 지역과 비교해 보자면 여행자가 현저히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여전히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꼬 묵, 꼬끄라단, 꼬 응아이 등 황홀한 자연 풍경과 편리한 숙박 시설을 품은 섬으로 가려는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꼬응아이는 크라비에 속하는 섬이지만 뜨랑에서 배를 타고 가는 게 편리하다. 빡멩 선착장에서 보트로 불과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꼬 묵은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섬으로 동쪽에는 수상 가옥 형태의 무슬림 어촌 마을이 형성돼 있어 독특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섬의 서쪽은 절벽과 해안선이 만나 경이로운 절경을 선사한다. 특히 에메랄드 동굴이라 불리는 탐 모라콧Tham Morakhot에서는 마치 천국에 들어온 듯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동굴 내부에 천연의 해변이 펼쳐지고 다양한 식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 동굴 위는 구멍이 뚫려 있어 원형의 하늘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탐 모라콧은 뜨랑은 물론, 꼬 란따에서 이곳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자가 많다. 태국 정부에서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언씬 타일랜드Unseen Thailand에 소개되기도 했다. 단, 동굴 내부는 배가 들어갈 수 없어 수영을 해서 들어가야 한다.
뜨랑은 작은 도시 규모에 비해 교통이 발달된 편이라 찾아가기도 쉽다. 방콕을 연결하는 국내선과 남부행 철도가 뜨랑을 통과한다. 푸껫, 크라비, 방콕 등지를 연결하는 버스 편도 다양하다. 섬 내에서는 오토바이 택시와 보트로 이동할 수 있으며 도보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 섬 동쪽의 선착장에서 핫 파랑까지 걸어서 약 30~40분, 꼬 묵 리조트에서 선착장까지는 15분 정도가 걸린다. 뜨랑의 시내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중국 푸쩌우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이룬 마을에서 꼬삐, 까놈 찐 등 음식 문화는 경험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