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27년간 외길을 걸어온 수소차 기술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했지만, 정작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27년 독주의 결실, 그런데 왜?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 역사는 1998년부터 시작됐다. IMF 사태라는 악재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투싼ix 퓨얼셀’을 양산하며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 결실이 바로 2025년 출시된 ‘디 올 뉴 넥쏘’다. 한 번 충전으로 720km를 달릴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를 자랑한다. 실제 연비 주행 시에는 140km/kg을 기록하며 최대 1,000km 주행도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충전 시간도 단 5분이면 충분하다. 전기차가 급속충전으로도 30분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우위다. 기존 609km였던 주행거리도 111km나 늘어났고, 고전압 배터리 출력은 100% 증가했다.
독주하지만 혼자 뛰는 경기장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2024년 상반기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2% 급감한 4,102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1,252대를 판매해 여전히 세계 1위를 지켰지만, 전년 대비 31.9% 감소한 수치다.
국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2년 1만104대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23년 4,294대, 2024년 2,717대로 급격히 줄었다. 올해 1월에는 단 2대만 팔렸다는 충격적인 기록도 남겼다.
“경쟁자는 없지만 시장도 없다” – 현재 수소차 시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충전소 230곳 vs 수소차 4만대, 이게 맞아?
수소차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인프라 부족이다. 현대차가 8년간 노력해 국내 수소차 누적등록 대수를 4만대까지 끌어올렸지만, 수소충전소는 고작 230여 곳에 불과하다.
전국 수소충전소 313기 중 실제 운영되는 곳은 더 적다. 충전소가 없거나 운영시간이 짧아 소비자들의 불편이 극심한 상황이다. 수소 연료비도 전기차 대비 2-3배 비싸 경제성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도 발을 빼고 있다. 2024년 수소차 보급 예산과 수소충전소 설치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감액되며 정책적 지원마저 축소되고 있다.
토요타도 포기한 판에 현대차만 외롭게
세계 2위였던 토요타 미라이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년간 누적 판매량이 2만대에 불과한 미라이는 현대 넥쏘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수소 기술에 대한 뚝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공개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통해 차세대 수소 기술을 예고했고, 2025년 완전 신차인 차세대 넥쏘도 준비 중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일까, 고집일까?
현대차의 27년 수소차 여정은 기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상업적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시장이 따라오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현대차만이 외롭게 뛰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현대차의 수소차 독주가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일까, 아니면 시장을 외면한 고집일까? 답은 수소 인프라가 얼마나 빨리 구축되느냐에 달려 있다.
연비와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