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가디언이 유럽 정보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대유럽 작전이 수개월 안에 격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체코와 라트비아, 스웨덴 정보기관 수장들이 같은 판단을 공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수개월 안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상대로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가 유럽 정보당국에서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유럽 정보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대(對)유럽 작전이 "수년이 아닌 수개월 안에" 한층 격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체코와 라트비아, 스웨덴 등의 정보당국 수장들은 최근 잇따르는 드론 침범과 기반시설 파괴 공작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발트해 국가 당국자 일부는 전면적인 군사공격이 임박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면전이 아니라 레드라인 시험"
유럽 정보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제한적으로 공격해 동맹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것이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러시아가 전면전을 일으키기보다 드론·미사일 공격이나 국경 침범 등으로 대응 수위를 떠본 뒤 서방 내부의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도 러시아가 동맹의 결속을 시험하기 위한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투아니아 영공에서 격추된 폭발물 드론"
최근 실제 사건도 잇따랐다. 지난 15일 리투아니아 영공에 침입한 폭발물 탑재 드론이 이탈리아군 소속 나토 전투기에 격추됐다. 러시아 군함은 발트해에서 덴마크 군용 헬기를 향해 조명탄을 발사했고, 네덜란드에서는 30곳이 넘는 철도 시설에서 고의적인 파괴 행위가 발견됐다. 리투아니아 당국은 격추된 드론의 출처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해당 드론이 러시아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공포 자체가 무기가 될 수 있다"
유럽 정보당국은 이런 움직임을 우크라이나 전쟁과 분리해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발트해 국가 당국자 일부는 임박한 전면 공격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러시아의 심리전에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경고의 수위를 어디에 맞출 것인지가 유럽 내부의 또 다른 쟁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유럽은 드론 침범과 기반시설 공작이라는 '회색지대' 도발에 대응할 체계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나토 5조를 발동할 만한 공격인지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개월이 동맹의 결속을 가늠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AP/뉴시스, 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