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지식분점] 일본 장난감 업계 ‘삼국지’
*본 기획에서는 완성품 피규어는 상세히 다루지 않았습니다. 금형을 통해 뽑아져 나온 플라스틱 사출물을 조립, 일부 도색하여 완성에 이르는 제품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로 벌어진 원재료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대란 등 여러 이슈로 모형계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인기 모형은 입고날에 맞춰 미리 대기열에 서야 구매할 수 있는 일명 ‘오픈런’ 현상이 일반화되고, 되팔이(전매) 창궐로 인해 구매할 시 개수 제한이나 개인정보 확인이 필수가 되는 등… 이제 아무 때나 매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제품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취미생활 하나 영위하기에도 정말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도 모형업계 부동의 1위 메이커는 ‘반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최신작 건담 애니메이션인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의 폭발적인 인기로 2022년 하반기부터 반다이남코 그룹의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셨을 겁니다.
대부분의 수성의 마녀 건프라는 어느 매장에 가든 ‘SOLD OUT’ 딱지가 붙어있으며 발매 당시 매대에 쌓여있던 수성의 마녀 비인기 기체 제품이 몇 회 방영분에서 주역으로 등장하면 곧바로 매대에서 사라지는 등 현상이 반복되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공급은 달리는지 재입고를 기다리는 유저들의 목은 빠지기 일보직전입니다.
반다이의 프라모델 주요 밥벌이 품목이 건프라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본래 완성형에 도색이 완료된 형태로 발매되는 피규어도 반다이가 손을 대니 반다이만의 첨단 플라스틱 사출 기술의 혜택을 입은 피규어 프라모델도 이제는 늘 접할 수 있는 흔한 제품이 되어버렸죠.
프라모델의 큰 특징 중 하나인 ‘만드는 재미’란 각별합니다. 미소녀 피규어 쪽만 봐도 기존에는 나의 ‘최애 캐릭터’를 그냥 구입해서 포장 뜯고 책상 위에 올려놓는 즐거움만 느낄 수 있었죠. 여기에 프라모델 조립이라는 하나의 ‘빅 재미’를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만드는 과정, 어렵고 피곤하고 시간 걸립니다. 여기에 가장 큰 난관인 ‘도색’이라는 과정이 예전에는 필수였죠. 그래서 일상에 치이고 시간도 부족한 사람들은 만드는 재미라는 건 사실상 포기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금형과 사출 관련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부품 정밀도도 높아졌으며 신소재 개발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요즘 왠만한 프라들은 접착제 없이 그냥 툭툭 끼워도 조립이 가능하고 부품 다듬기 과정도 거의 없어졌죠. 도색요? 여러 가지 색으로 한꺼번에 사출하는 기술 발전으로 왠만하면 도색 없이 플라스틱 색깔만으로도 제품이 근사하게 완성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스케일 모형, 즉 밀리터리나 오토(바이크 포함), 비행기, 함선모형 등은 예외이긴 하지만요.
반다이가 업계 1등이고 기술력은 최고다 라는 얘기만 하고 넘어가려고 하다가 잠시 옆길로 빠졌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암튼, 우리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고(응?) 더군다나 편식은 몸에 해롭습니다(으응?). 반다이 제품 좋은 거야 우리 모두 알지만 그럼 선택의 여지는 없느냐? 라고 하면 ‘전혀’라고 말하고 싶다는 겁니다.
신 기획기사 첫 연재에서 소개할 회사들의 제품군은 업계 선두 반다이와는 차별화된 전략과 나름의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특정 분야에서는 시장을 개척한 부분도 있고 또 남들이 다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걸 접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택지를 주는 것들입니다. 여러분들의 모형 취미의 폭과 깊이를 조금 더 확장시켜줄 메이커와 제품 라인업들을 간단히 살펴볼까 합니다.
걸프라 원조 맛집, 코토부키야
반다이와 남코의 결합으로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새로 태어난 반다이 남코. 모체가 된 반다이가 만세를 부르는 어린아이를 형상화한 로고로 창업한 때는 1951년도라고 합니다.
‘반다이 게섯거라’를 외칠 만한 첫 번째 메이커인 코토부키야는 1953년 설립했다고 하니 반다이의 바로 뒤를 잇는 노포(老鋪) 중의 노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토부키야는 원래 주력 품목이 피규어인 회사입니다. 레진 킷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도색 퀄리티나 캐릭터의 조형 등이 꽤 뛰어나 이 회사의 피규어들은 꽤 좋은 평을 받고 있죠. 프라모델 제품으로의 도전은 2000년대 초반으로 꽤 일찍 시작한 편인데요, 밀리터리 등을 위시한 스케일 모형이 아닌 비 스케일 모형 분야에서는 반다이에 이은 업계 2위라고 해도 좋을 곳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코토부키야의 프라모델은 오랜 시리즈물인 HMM 조이드, 그리고 게임으로 유명한 슈퍼로봇대전의 오리지컬 메카닉 제품이죠. 슈퍼로봇대전 프라모델은 지금 반다이가 라이선스를 따내 최신 기술을 활용해 발매하기 이전부터 유일한 제품으로 희소가치가 있어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시장의 틈새를 잘 발굴해 유명 IP를 가진 캐릭터들을 곧잘 라이선스 제품화하기도 합니다. 세가의 아케이드 메카닉 액션 게임인 ‘보더 브레이크’의 기체 프라모델은 기체 디자인의 매력에 힘입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건프라 외에 처음으로 구입했던 프라모델로 기억에 남아있죠.
BB 세가의 ‘보더 브레이크’에 등장하는 ‘쿠거 타입-I’. 이 멋진 디자인에 반해 구입, 조립하다가 큰 고생을 겪었습니다 J
메이커 명이 좀 길고 발음이 괴랄(?)해 줄여서 ‘코토’라고도 하는데요, 이 회사 제품의 특징은 라인업이 희소가치가 높다는(조이드는 워낙 유명한지라 제외합니다) 것이 최고의 미덕입니다. 하지만 프라모델의 퀄리티로만 본다면 그닥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려운데… 무엇보다 제품에 쓰인 플라스틱의 재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죠. 과거 중국산 저가 카피 프라모델의 이형제(플라스틱이 금형에서 잘 빠져나오도록 금형 안쪽에 발라주는 일종의 기름)가 덕지덕지 붙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표면에서 물결 무늬가 심심찮게 보인다거나 커터나 니퍼로 잘 잘라지거나 다듬기가 힘든 재질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불만점이었습니다. 대칭 부품을 딱 끼웠을 때 엄청 뻑뻑해서 잘못 조립하기라도 할 경우 다시 분해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힘을 줘서 프라 재질이 흰색으로 변한다거나 접합 핀이 부러진다거나)라는 것도 추가 불만점이었죠. 이런 퀄리티에 또 가격은 어쩌면 그렇게 비쌌는지 모릅니다.
물론 (가격 빼고) 이러한 불만점도 10, 20년 정도 전 수준의 이야기이긴 합니다. 최근에 발매되는 제품들은 그러한 문제점이 많이 해결됐다고 하죠.
무엇보다 코토부키야가 가장 평가 받아야 할 지점은 바로 비 스케일 모형계에서 건담을 빼고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는 미소녀 캐릭터 프라모델, 속칭 ‘걸프라’라는 신규 분야를 탄생시킨 공로자라고 해야겠죠.
원조는 2009년 런칭한 ‘프레임 암즈’입니다. 로봇과 같은 메카의 프레임(골격)을 기본으로, 여기에 외부 장갑을 덧씌우며 그 외부 장갑의 변화로 다양한 메카의 베리에이션을 이어가는 코토부키야의 오리지널 시리즈였죠. 이 라인업을 전개해 나가며 어느 정도 설정이 안정화되고 제품도 늘려나가게 될 즈음인 2014년, 이 프레임 암즈의 일종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프레임 암즈의 미소녀 의인화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박을 터뜨리게 되면서 그 콧대 높은 반다이까지 대항마인 ’30 MINUTES SISTERS’라는 시리즈를 내놓게 만드는 등 규모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프라모델 메이커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걸프라’라는 신 장르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프레임 암즈 걸의 대성공으로 한껏 자극받은 코토부키야는 계속해서 라인업을 늘려나가는 것과 동시에 추가 시리즈인 ‘메가미 디바이스’, ‘창채소녀정원’ 등을 런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프레임 암즈 걸, 메가미 디바이스, 창채소녀정원 등 각각의 라인업의 특징과 장단점 등을 설명하려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또 여러 편으로 나뉘어야 할 판이니 소개는 이쯤 해두고, 걸프라 장르에 새로이 뛰어들 분들이라면 반드시 소중히(?) 여겨야 할 메이커가 바로 코토부키야라는 점만 명심하시면 될 듯합니다.
진격의 3위 메이커, 굿스마일 컴퍼니
2001년 설립된 굿스마일 컴퍼니는 모형 관련 경력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주로 소비하는 사탕, 과장 등에 포장되어 들어가는 완구(이를 ‘식완’이라 합니다)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코토부키야처럼 피규어 시장에 추가로 뛰어들게 되죠. 고가의 레진 피규어가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PVC 피규어 쪽에서는 ‘알터’, ‘메가하우스’, ‘오키드 시드’ 등과 경쟁하는 고퀄리티의 피규어 라인업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피규어 라인업으로 굿스마일 컴퍼니가 가장 유명하고 또 회사에 많은 돈을 벌어다 준 것은 바로 ‘넨드로이드’죠. 캐릭터를 2등신 ‘데포르메’하여 디테일의 특징을 잡아 귀엽게 만든 것으로 2006년부터 제품화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2천개가 넘는 제품이 있을 정도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수많은 캐릭터가 넨드로이드화 되어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두 개 정도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인기 상품입니다.
회사 초창기부터 협력해온 회사인 ‘맥스 팩토리’에서 제작하고 굿스마일 컴퍼니가 발매해 온 ‘피그마’ 시리즈도 이 회사의 주력.
그렇다면, 최근까지 피규어 외에 프라모델과는 별 인연이 없어보이던 이 회사를 왜 주목할 곳으로 소개하는가? 그것은 바로 2017년부터 신규 전개하는 ‘모데로이드(MODEROID)’ 라인업 때문입니다.
앞선 코토부키야의 경우처럼 굿스마일 컴퍼니의 프라모델 시리즈 모데로이드는 높은 가격선, 조악한 플라스틱 재질, 좋지 못한 조립성과 가동성 등 약점은 계승(?)합니다.
모데로이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하고 방대한 라인업입니다. 시장의 틈새, 그 틈새를 더욱 파고들어 선정한 것 같은 라인업은 좀 놀랍죠. 주로 연령대가 좀 되는 ‘아재들’에 가까운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첫 작인 마징카이저도 그렇고, ‘육신합체 갓마즈’, ‘슈퍼 그랑죠’, ‘천원돌파 그렌라간’, ‘용자 라이딘’, ‘철인 28호’ 등등… 그야말로 ‘추억팔이’의 향연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시장 진입을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 일반 소비자들의 앙케이트 등을 바탕으로 라인업을 결정한다고 하는데요.
지금 젊은 세대들은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을 법한 라인업들뿐이라 대중화시키는 데는 약점이 보이지만, 경제력이 충분하여 지갑을 언제든지 열 능력이 되는 어른 소비자들이 소위 ‘환장하는’ 추억의 물건으로 시장을 확대하여 나아간다는 느낌은 영리한 기획의 산물인 것도 같습니다.
굿스마일 컴퍼니의 모데로이드는 순수 라인업 측면에서 앞날이 특별히 기대되는 시리즈입니다. 조립성이나, 완성했을 때의 프로포션 등은 제작 협력 업체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70, 80년대 어린시절을 보냈을 다소 연령층이 높은 모형인이라면 매력을 느낄만한 라인업을 무기로 접해볼 만 하겠죠. 최근 라인업 발표도 하나 둘 찔끔찔끔 하기보단, 한 보따리 가득 펼쳐놓는 과감한 공개가 눈에 띄기도 했던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모형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찜! 플럼 PLUM
이 기획을 읽는 모형인 여러분 중에 게임을 즐기는 분들도 많으리라 봅니다. 그런 분들께 꼭 소개하고 싶은 메이커로 ‘플럼(PLUM)’을 선택했습니다.공식 회사명은 ‘PM 오피스 A’입니다.
코토부키야와 비슷하게 마이너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 프라모델 메이커가 플럼으로, 신기하게도 그 라인업의 대부분이 게임과 관련된 것입니다. 주로 메카닉 게임의 주력 메카 아니면 고전 슈팅 게임의 플레이어 캐릭터, 즉 우주선이나 전투기 등을 발매한 것이죠. 8비트 컴퓨터 시절부터 유명했던 코나미의 ‘그라디우스’ 시리즈 메인 기체인 ‘빅 바이퍼’를 아시나요? 그게 아니라면, 명품 슈팅 게임 ‘R-TYPE’ 시리즈의 메인 기체 ‘애로우 헤드’는요?
역시나 라인업은 요즘 게임들하고는 거리가 먼 것들뿐입니다. 그래도 명작으로 꼽히는 게임 속 기체를 축소된 실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희소가치는 분명하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세가의 콘솔 ‘메가드라이브’와 ‘새턴’ 시절 등장했던 로봇 액션 게임 ‘중장기병’ 시리즈 중 ‘중장기병 레이노스’, ‘중장기병 발켄’의 로봇 플라모델, 그리고 1990년대 매니아들을 양산했던 코가도 스튜디오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파워돌’ 시리즈 라인업 확충에도 열심입니다.
특히 파워돌 시리즈의 주역 메카 파워 로더를 처음에는 밀리터리 모형의 기본 스케일인 1/35로 내놓다가 좀 더 축소화한 1/48 스케일로 새로 전개한다고 발표했는데, 100개가 약간 넘는 적은 부품수로 조립성을 높이고 5인치 크기(약 13.5cm)로 줄여 라인업을 모으는 모형인들의 공간 제약 한계도 걱정(?)해 주는 등의 노력은 높이 사야 할 듯 합니다. ^^
눈 여겨 봐야 할 전통의 강호, 보크스
이번 기획의 마지막 소개 메이커는 모형 및 완구 업계의 또 다른 전통의 강호 ‘보크스’입니다. 이 회사의 사실상 가장 대표적(대중적?)인 라인은 바로 ‘구체관절인형(구관)’인데요. 이것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취미 영역이긴 하지만 사실 본 기획 코너에서 따로 소개할 날이 올지는 모르겠네요. 하핫;;
보크스는 앞선 반다이나 코토부키야 만큼은 아니지만 1972년 창업으로 나름 업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메이커인 만큼 많은 라인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 중 한 가지만 간단히 소개해 봅니다. 레진 피규어 분야에서 신선하고 발전된 시도를 보여줬던 ‘캬라구민’입니다.
기존 레진 피규어는 조립에는 특별한 접착제가 필요하고 제작 과정의 한계 때문에 다듬는 작업 역시 고생, 특히 모형인들에게 가장 난관은 다름아닌 ‘도색’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숙달된, 경험 많은 모델러만 완성작을 낼 수 있는 난이도의 레진 피규어는 초보 취미가에게는 사실 ‘허락되지 않은 영역’이었죠. 바로 캬라구민은 이런 높은 장벽을 깨고 피규어 제작의 허들을 낮추려는 시도였습니다. 우선 부품의 분할을 조립과 도색이 쉽도록 설계를 새롭게 했고, 레진에 각기 설정에 맞는 컬러를 넣어 무려 ‘도색을 하지 않아도 완성 시 그럴싸한 조형을 보여주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여기에 지금은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있지만 출시 당시에는 엄청난 파격이었던 것으로 ‘인형의 눈동자는 데칼로 처리한다’는 것! 입니다.
피규어 도색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실 테지만 인형 색칠의 ‘화룡정점’은 눈동자와 눈썹 도색에 있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던 작업이었습니다. 비록 그 퀄리티는 조악한 수준이었다고는 해도 그 어려운 눈 도색을 데칼 한 장 붙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사건’이었던 셈입니다.
비록 코토부키야가 걸프라라는 장르를 개척하면서 미소녀 인형 분야에서 이 캬라구민과 같은 진보된 레진 피규어보다 더욱 조립과 완성이 쉬운 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대중화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졌던 아쉬움이 있지만 분명 피규어 발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혁명적인’ 시도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꾸준히 라인업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죠.
프라모델 분야에서 보크스를 계속 눈 여겨 보아야 할 이유는 이들의 서브 브랜드인 ‘조형촌(造形村)’과 ‘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조형촌에서는 2차대전 당시의 걸작 전투기와 현대 전투기를 1/32 및 1/48 스케일로 내놓고 있는데, 전투기의 내부 골조 및 엔진, 콕핏 등을 무시무시한 디테일과 부품수로 재현한 ‘궁극의 에어로 모형’으로 극찬을 받고 있는 중이며 나가노 마모루 작가의 일생의 작품인 ‘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FSS)의 주력 기체 ‘모터헤드’ 프라모델의 경우, 과거 레진 키트와는 비교도 안 될 편리한 조립성과 완성 프로모션으로 역시 명작으로 소문난 라인업입니다. 비록 어른의 사정으로 FSS는 ‘고딕 메이드’로 완전 리부트되었지만 기존 모터헤드 라인업은 계속된다고 하는 만큼 보크스 프라모델의 앞으로의 전개를 주목해야 할 겁니다.
이렇게 해서 프라모델 업계 1위인 반다이의 아성을 따라잡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주목할 만한 모형 메이커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들 모두 모형 취미가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이 있는 라인업이 즐비한 만큼 이들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모형 전국시대’의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