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2㎏ 추 달고 훈련했다... 사격 男러닝타깃 ‘준비된 2관왕’

사격 남자 러닝 타깃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두 종목을 모두 석권했다. 정유진(40·청주시청), 하광철(33·부산시청), 곽용빈(29·충남체육회)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10m 러닝 타깃 혼합 단체전에서 총점 1116점을 쏴 2위 카자흐스탄(1111점), 3위 인도네시아(1098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10m 러닝 타깃 정상에 이어 이 종목에 걸린 단체전 금메달 2개를 모두 가져왔다. 러닝 타깃은 10m 앞에서 가로 방향으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종목으로, 표적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정상’과 표적 속도가 무작위로 달라지는 ‘혼합’으로 나뉜다.
러닝 타깃 대표팀의 단체전 2관왕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북한이 워낙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는 종목이라 은메달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국제 대회에서 자취를 감췄던 북한 선수들이 5년 만에 돌아온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며 두 종목 모두 미끄러졌다. 우리 선수들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북한은 정상 2위, 혼합 4위에 그쳤다.

국내 러닝 타깃 선수가 8명밖에 안 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룬 쾌거다. 8명 중 실업팀에 소속된 선수는 단 3명.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이다. 나머지 1명은 국군체육부대 소속이고, 그 외엔 개인 훈련을 하거나 대회에 꾸준히 참여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2011년부터 3년간 선수 부족을 이유로 러닝 타깃 종목이 전국체전 종목에서 빠지는 시련도 있었다. 그 기간 선수들은 직장 생활을 병행(정유진)하거나, 지방 체육회에서 주는 100만원 남짓 지원금만 받으며 혼자서 운동을 이어가야 했다(하광철).
이런 환경에서 아시안게임 단체전 석권을 이룬 배경엔 러닝 타깃 선수 출신인 홍승표(61) 사격 대표팀 총감독의 지도력이 있었다. 홍 감독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로, 1996년부터 2021년까지 26년간 국군체육부대 감독을 맡았다. 이번에 2관왕에 오른 정유진, 하광철, 곽용빈이 모두 군 복무 시절 그의 지도를 거쳤다. 홍 감독은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도 러닝 타깃 선수들에게 더 애착이 간다”며 “내 새끼라는 마음으로 더 엄하게 대한다. 선수들도 다 이해해주고 받아준다”라고 했다.
국군체육부대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2021년 9월부터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홍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했다. 5.5㎏짜리 소총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힘을 기르기 위해 팔에 모래주머니를 차거나 총에 추를 달아 들고 있는 훈련을 시켰다. 2㎏짜리 추를 달고 2분간 들고 있다가 3분 휴식을 취하는 훈련을 하루 20세트씩 시켰다. 홍 감독은 “선수들 눈물이 쏙 빠지도록 훈련시켰다”며 “대외적으로는 정유진의 개인전 금메달 1개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내심 단체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유진은 “홍 감독님의 기본기 훈련에다 허대경 코치님의 기술 지도가 더해져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선수들의 의지도 컸다. 러닝 타깃은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이 함께 모여 훈련할 기회는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이 있을 때뿐이었다. 국내 무대에선 선수층이 얇아 팀을 이뤄 경기할 기회가 없다. 선수들은 대표팀 소집 때마다 “시간이 아깝다”며 야간 훈련을 자청했다. ‘맏형’ 정유진은 “사격장에 중국 음악을 틀고 중국 현지 시각에 맞춰 훈련하며 아시안게임에 대비했다”며 “이번이 아시안게임 다섯 번째인데, 함께 고생한 두 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따서 더욱 값지다”고 했다.
하광철은 “어제는 금메달을 땄어도 평소 훈련보다 점수가 안 나와서 감독님에게 혼났지만 오늘은 제 실력으로 우승해서 기쁘다”며 “다음 아시안게임 때 다시 뭉쳐서 또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곽용빈은 “메달만 따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뼈 빠지게 노력해서 금메달 따서 기분 좋다”고 했다.

정유진은 이날 러닝 타깃 혼합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전날 정상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따 이번 대회 금2·동2를 수확했다. 혼성 10m 공기소총에선 박하준(23·KT스포츠)-이은서(30·서산시청)가 동메달을 땄다. 박하준은 전날 남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단체전 은메달에 이어 메달 3개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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