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SBS '나의 완벽한 비서'의 이준혁 배우를 만나다
1일 1가정에 보급이 시급한 캐릭터 ‘유은호’를 연기한 이준혁을 지난 11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마흔이 넘어 찾아온 데뷔 이후 가장 큰 관심에 당황한 듯 보였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이준혁은 소속사 대표까지 함께한 인터뷰는 처음인데 충격적인 일이라며 농담 섞인 말투로 운을 떼었다.
누가 마흔을 아저씨라 했던가. 20대보다 40대가 더 멋있는 배우, 대기만성형 배우, 드디어 진가가 발휘되는 배우다. 이준혁은 2007년 타이푼의 뮤직비디오 <기다릴게...>로 데뷔 학 KBS 드라마시티 단막극 <사랑이 우리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문영남 작가의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KBS <수상한 삼형제>로 인지도를 높였다. 주로 스릴러 등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며 KBS <적도의 남자>, tvN <비밀의 숲>, 영화 <범죄도시3>, 디즈니플러스 <비질란테>,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등으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배우 ‘크리스찬 베일’과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를 보며 꿈을 키웠지만 사실 감독을 지망했었다. 좋아하는 블루레이, DVD를 모으며 영화광의 면모를 키우는 취미도 여전하다. 언젠가는 크리스찬 베일을 만나고 싶다며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배우를 언급했다. 할리우드의 지독한 연기 천재를 우상으로 삼았던 그는 악역, 비리형사, 소시오패스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경계 없는 캐릭터를 넘나들었다.
장르물에 익숙했던 이준혁은 팬들 사이에서 ‘밀키 바닐라 엔젤’이란 달달한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과연 40대 이준혁의 매력은 무엇일까, ‘유은호= 이준혁’으로 정착된 수식어는 실제 성격과도 완벽한 매칭을 이루었다. 캐릭터가 배우의 꼭 맞는 옷을 입고 날개 달린 듯 훨훨 나는 과정을 매주 행복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드라마 한편이 준 영향력은 컸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곁에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게 바로 드라마를 보며 되새기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여기저기 불편하고 팍팍한 삶을 부드럽게 만드는 긍정의 영향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음은 배우 이준혁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일문일답이다.
밀키 바닐라 엔젤, 유은호와 이준혁
-벌써 데뷔 18년 차 중견 배우의 촉이 있었던 건가. 드라마의 인기와 반응의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이렇게까지 잘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필모 중 미니시리즈로는 <적도의 남자> 이후 두 번째로 시청률이 잘 나온 드라마다. 인기는 시대가 만들어 준 거 같다. 다른 시대에 나왔다면 외면받을 수 있었을 텐데. <나완비> 같은 이야기를 갈망해 왔고 필요로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작품 하나를 세상에 선보이는 일은 언제나 긴장된다. 100여 명의 사람이 모여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든 거다. 음식을 맛있다고 칭찬해 주면 ‘그 고민이 잘 맞았네’, ‘내 입맛이 통했구나’ 안심된다. 대중과 일대일로 대화도 나누고 친해진 것 같다. 추억의 정수를 함께 공유한 느낌이다”
-유은호는 성격, 일머리, 비주얼.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유니콘이다. 시대가 원하는 남성 판타지의 비결은 무엇이라 보는가.
“비주얼의 기준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아직도 미디어가 비주얼로 시청자를 속일 수 있는 영향력을 실감했다. 장르물에서는 특이한 눈이나 이상한 지점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은호는 좋은 조명과 예쁜 앵글을 찾았다. 현실에 없는 ‘가상의 비주얼’을 다 같이 만들어 낸 결과다.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니까 재미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따뜻한 말, 유머가 일종의 시청자와 등가교환이라 생각했다”
-유은호의 등장 장면이 특히 화제가 되었다. 본인과의 싱크로율을 얼마나 되나.
“모니터링을 잘 안 하는 편은 아닌데, 은호와 지윤이 예술의 전당에서 만날 때 등장 장면은 제작비가 상당했다. 100여 명의 보조출연자 분들이 참여해 주었다. 은호가 저보다 낫기 때문에 은호를 보면서 저도 놀란다. 은호처럼 이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현실에서 절 보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길 바란다. (웃음)”
-유은호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지점과 어떤 점에 신경 썼나.
“은호는 2회 만에 목적을 잃어버리는 캐릭터다. 아이의 우울함이 커져 (함께 있어 주려고) 회사를 그만두고, 또 생계를 위해 피플즈 비서로 입사하게 된다. 주인공이지만 시청자가 끝까지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이끄는 게 쉽지 않았다. 은호가 장면과 캐릭터와 조연처럼 보호하고 완충해 주는 역할이라 생각했기에 튀지 않아야 했다. 음악으로 치면 베이스처럼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깔려 있어야 했고, 메인 보컬은 아니어야 했다.
은호가 정답처럼 말해주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통하기 위해 클리셰를 깨는 묘한 행동을 하려고 했다. 예를 들면 혼났을 때 커피숍에서 동기랑 대화할 때 뛰어나갈 것 같은 움직임에 음악이 붙으면 리듬감이 생기겠다고 봤다. 그래서 대사보다 동선을 극대화했던 측면이 있다. 아이를 돌리는 장면이나, 개그 애드립 (떡볶이 먹는 장면에서 휴지를 말아 올리는 것, 사탕을 입에 넣으려고 할 때, 대표한테 농구하자고 말할 때)에 위트를 넣으려고 했다”
-주인공이라면 사건을 주도하는데 은호는 상사인 지윤을 더 빛나게 하는 데 주력한다. 대본을 읽으며 포지션의 방향성에 걱정은 없었나.
“남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많이 해봐서 그 고마움을 잘 알고 있다. 주연이 조연의 빛을 받는 건데, 때로는 조명보다 더 큰 조명이 되어준다. 그동안 독특하고 새로운 캐릭터로만 채워진 필모라서 특히 은호가 좋았다. 사회 비판이나 나쁜 것을 청소하는 사이다 형식 작품도 좋아하지만, 따뜻한 청사진 같은 작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은호를 통해서는 사소한 것들, 인간적인 점들이 더 멋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재벌이나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문고리 하나 고쳐주는 것만으로도 멋진 모습임을 드라마로 배웠다. 집밥도 힐링이었는데 그동안 집안일이 등한시된 건 아닌지 생각했다. 가사와 육아, 돌봄이 다른 일과 비교해서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로맨스 장르에서 특출난 케미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장르물에 집중했던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
“10년 전까지만 해도 배우가 로코, 멜로물을 원한다는 말을 꺼렸다. 한결같이 ‘진지하고 깊은 연기, 장르물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배우도 시대의 유행에 따라가는 거 같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생각은 저 때와는 다르고, 시대도 변했음을 실감한다. 저도 시대의 부름에 맞게 충실히 은호를 연기했던 거다. 예전에 인터뷰에서 멜로를 한다면 <연애시대> 같은 드라마 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런데 손예진 선배 이름이 유은호더라. (웃음) 요새 들어 신기함을 더 느끼는 중이다.
로맨스 장르에 어러움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다. 어떤 부분은 여전히 어렵지만, 로맨스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음악과 인물이 함께 가는 리듬감을 참고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대사가 많이 없어도 음악과 조명 등이 깔리면서 멋지게 만들어지는 상황이 있다. 멜로 장르 특성상 눈빛 교환도 필요해서 영화 <콜드 워>를 참고해 시선 교환에 공들였다. 역시나 장르물처럼 법칙과 문법이 존재하더라. <비질란테>의 액션은 사람을 죽이는 거지만, <나완비>의 액션은 키스다. 시청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다 비슷함을 깨달았다.
몸이 불편한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배우를 꿈꿀 때 영향을 끼친 다니엘 레이 루이스도 <나의 왼발>이란 작품을 했었다. 배우로서만 보면 도전적인 영역이 좋긴 하나. 다만 시대적 흐름에 따른 대중의 생각, 제가 원하는 것을 대중도 좋아할지, 의심은 있어야 한다. 무조건 특정 캐릭터나 장르를 해보겠다는 마음보다 더 어려운 접근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배우 이준혁이 할 수 있냐는 게 중요하다. 저 혼자의 의지보다 팀이 같이 협업하는 진지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성별 바꾼 클리셰, 시대가 원한 답
-계속해서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말했다. <나완비>가 시대 변화에 발맞춘 드라마라 생각 든다. 특히 싱글 대디, 남성 비서 역할이 본격적으로 다뤄진 드라마고 성별 지위 체계가 전복되면서 받는 관심도 커졌다. 역 클리셰가 인기 요인 중 하나지 싶다.
“어느 시대나 역지사지 마음이 필요한데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말씀 주신 소재가 드물었기에 오히려 접근성이 쉬웠다. 오래 밖에서 일하다 보니 집에 대한 판타지가 지금에서야 생겼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도 워킹맘이셔서 크게 클리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하는 여성이 언제나 자연스러웠고 오히려 집밥이 어색했다. 살림이 과거에는 하찮게 여겼지 않았나. 멋진 일로 생각 들게끔 해준 스태프의 노고가 컸다.
로맨스물의 클리셰는 자세히 모른다. 사실 은호가 자기 목적도 없어졌는데 그 정도(모든 일을 처리해 주는 상황)는 해야 하지 않나. 비튼다고 해도 재미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웃음) 안 그럴 거면 예술 영화로 가야 한다. 수많은 회의를 했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서도 지윤이 먼저 손잡는 설정으로 간 거다. 캐릭터의 기능이 온전히 수행되는 게 중요했다”
-드라마 속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고 서로 기대서 살아가는 모습도 따뜻하게 그려진다.
“<나완비>가 쉽게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서 이사(이상희)와 형님(이재우) 부부를 보면, 신발을 가져다주는 사소한 행동이 명품 백 가져다주는 것보다 좋아 보인다. 저 정도만 하면 멋진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지 않을 싶은 새론 비전을 제시하는 거다. 생각만 하던 것을 행동하는 것, 말 한마디 곱게 해주는 것, 가만히 같이 걸어주는 것, 반창고 붙여주는 것 등 쉬운 일이다”
-싱글 대디로서 프로다운 활약도 빛난다. 딸 별이(기소유)의 머리 땋기 신공부터, 요리, 집안일 등도 세심하게 살핀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현장에는 순간마다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저도 오래 일해와서 웬만한 일에는 초연한데, 아이 50명을 상대해야 하는 장면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소유가 현장을 지휘했다.
소유 나이의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하지 못해서 고민이었는데 괜한 기우였다. 놀라웠다. 소유는 소위 말하는 아역 배우가 아니라, 완벽한 프로 배우 자체였다. 귀엽기도 하지만 대화 전반에서 배우로서 동력이 느껴진다. (웃음) 아이의 멘트라서 자세히 밝히기는 뭐 한데 나름 고생도 하고 노력해서 이겨 냈던 일, 직업적인 단단함 등을 같은 동료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멋진 친구였다.
(웃음) 머리 묶는 장면 연습도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마네킹으로 연습했었는데 실제 아이 머리는 더 가늘고 얇아서 잘 안 따지더라. 머리 묶는 장면 때문에 대역까지 와주셨는데 제가 더 잘했다. 머리 묶는 데는 자신 있다”
-상사에서 연인이 된 한지민과 첫 연기 호흡은 어땠나.
“무협지에서나 볼만한 내공 있는 분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프로이자 동료로서 존경심도 커졌고 무엇보다 든든했다. 로코, 멜로 장르를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저와 대면하는 리스크가 클 텐데. 책임감과 짐을 안고 가야 했을 노고에 감사드린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멋있는 동료를 만나서 즐거웠다”
20대보다 40대가 빛나는 배우
-달리 생각해 보면 멋진 외모가 잘못 쓰인 시대를 잘못 태어난 배우 같다. 20대보다 지금이 더 어려 보인다는 평가다. 과거 사진이나 작품이 발굴되면서 하나같이 수염 스타일링에 의문을 두고 있다.
“그 말이 맞다면 지금 나올 걸 그랬다. (웃음) 수염은 개인의 의지가 아닌 시대의 의지였다. 그 시대에는 수염 없는 남자가 없었다. 수염이 없으면 일을 못 했다. 원빈, 차승원, 정우성, 소지섭 선배님이 있었는데 왜 저만 주목받는지 모르겠다. (웃음)
<조강지처 클럽>에 캐스팅된 이유도 수염이 예쁘게 나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수염이 잘 어울리는 게 매력이라 발모제를 다들 바르기도 했었다. 나름 시대에 발맞추려고 했던 거다. 지금은 또 수염을 밀라고 하더라. 제 포지션이 수염이 어울리는 마초상은 아닌 것 같다. 중간지대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어릴 때 40대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동재를 맡았을 때도 황시목(조승우) 보다 선배로 나와야 했다. 그때 노안이 과업이었다. 나이 들어 보이도록 꾸며야 했고 <야구소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전설이다> 때는 아이 아빠인 40대 역할을 스물일곱에 했었다. 감독님들 눈은 예리하니까.
아마 40대에 잘 되라고 그러셨던 게 아닐지 싶고 연배 있는 모습이 어울리겠다고 판단했던 거 같다. 직업도 기타리스트라서 손톱도 길렀었다. 그 시대의 판타지였던 거다. 밤새우고 술 마시고 담배도 많이 펴가면서 조숙해 보이도록 한 결과인데 나름대로 노력의 산물이라서 그 외모가 마음에 든다”
-‘핑계고’나 ‘살롱드립’에도 출연하며 홍보 활동에도 활발하다. 특별한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가.
“옛날과 홍보 지형이 바뀌었다. 저를 보여주어야만 하는 방식이 된 거다. 이 직업을 택한 이유도 저만의 판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20대는 맡은 캐릭터를 100% 수행하고 여러 작품을 하다 보면 ‘인간 이준혁 보다 캐릭터로만 생각하겠지’, ‘세상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 거야’, ‘사람들이 캐릭터로만 나를 기억하겠지’ 이런 판타지 있었다. (웃음)
밥 딜런을 여러 배우가 연기하는 영화 <아임 낫 데어>를 보면서 나중에 훌륭한 배우가 되면 내 전기 영화는 다른 배우가 각자 다른 스타일로 연기하게 하게 할 거라면서, ‘저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생각하게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밥 딜런 공연도 갈 정도로 저만의 판타지에 빠졌던 거 같다. 스스로 계속 노출될지를 예전에 알았다면 접근하지 못했을 거다.
저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여전히 두렵고 예능은 어렵다. 인터뷰는 익숙해지다 보니 편해졌지만 영상으로 남긴다(?) 저는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는데 후세에 그게 다 발굴되잖냐.. (웃음) 그렇게 되면 너무 부끄럽고.. 정말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도연 씨가 잘 해주셔서 ‘살롱드립’ 나간 게 화제가 되었다. 사실 그날 긴장을 많이 해서 촬영 마치고 많이 아팠다. 그다음 날 나래 씨 유튜브(나래식) 나가서 위염 이야기를 한 거다. 고열이 나면서 다시는 하지 말아야 했다고 다짐했다. 배우란 직업이 남이 준 대사를 열심히 외워서 멋있게 하는 건데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세상에 남기는 게 좋지만은 않은 거다. 친구들이 보는 것도 민망하고.. 그렇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과거 연출이 꿈이라고 했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영화감독이 최종 꿈이라고 하면 무겁게만 들린다. 어렸을 때 꾸던 수많은 꿈 중 하나였고, 실제 단편 영화를 만들어 보려고 도전했었다. 제 영화적 지식이 부족해서 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못 하겠더라. 그래서 배운 게 연기다. 연기를 하다 보니 다른 지점을 발견했다.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하면서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지금은 연출보다는 다른 파트에 관심 있다. 연출은 현장에 가장 많이 나와 있어서 옆에서 보면 꽤 힘들어 보이더라. (웃음) 다만 이 직업을 택한 만큼 어떤 파트 든 해보고 싶긴 하다.
영상을 고화질로 보고 싶어서 영화관도 가고, 블루레이도 구입하고 코멘터리도 챙겨본다. 문뜩 생각해 보니 좋아하는 작품을 구입해서 보고 있었는데 그 배우가 실물로 내 앞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민 씨가 눈앞에서 고화질로 연기를 하는 거다. 과거에는 업의 수행력만 생각하니 부담이 커 이런 생각을 못 했는데 요즘은 깜짝 놀라곤 한다. 돈 내고 아이맥스로 보는 것보다 내 앞에서 연기를 직접 해주니까 배우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이 컸다”
20kg 찌운 주성철 VS 20kg 뺀 유은호
-요즘 연기 말고 꽂혀 있는 취미 활동이 있나.
“노래도 만들고 동화책, 게임도 만들어 보고 싶다. 전에 만들었던 <안녕, 팝콘>이나 모바일 게임은 전액을 사비 털어서 만들었다. 작은 바람이라면 다음에는 다시 만들 제작비 정도는 들어왔으면 한다. 못해도 제작비 대비 십만 원 정도라도 회수돼서 스태프가 고기 먹을 정도의 수입은 있었으면 좋겠다”
-평소 나무늘보를 좋아하고 나무늘보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드라마에 삽입된 동요 ‘아기보’도 화제다.
“저는 작사와 기획 및 제작에 참여했다. 작곡은 늘 함께하는 ‘황윤진’이란 친구가 했다. 또 자비가 들어간 작품이다. 취미가 돈이 많이 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웃음) 현장에서 재미로 들려줬는데 좋다고 드라마에 써도 되냐길래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했다. 운 좋게 서혜원 배우가 불러줬다. 음악적 조예가 깊은 건 아니고 취미의 일환이다. 다음 곡도 만들고 있는데 성인을 위한 노래다. 다행히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라 불편하실 일은 없을 거다. (웃음)”
-지금까지 해 온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역할은 무엇인가.
“뒤를 돌아보는 성격은 아닌데.. 20kg를 찌운 적이 없어 <범죄도시3>가 기억난다. 그 정도의 외형 변화 테스트도 드물고 8K 화질로 마선배 앞에서 펀치 맞는 일도 드물다. 저에게는 물리적인 이유로 중요하다”
-<나완비>의 인기 이후 앞으로 작품을 결정할 때 고려할 점은 무엇이고, 특별출연이나 작은 역할, 신 스틸러같이 시선 끄는 역할도 괜찮나.
“이건 투자자의 영역인데 일단 업계 상황이 좋아지길 바란다. 아직은 실감하지 못하겠다. 촬영 중인 작품이 끝나면 시간이 6개월 정도 흘렀을 테고, 그땐 또 어떻게 세상이 달라질지 모른다. 유리한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요새는 초능력에 관심이 생겨서 퇴마물이나 초자연 현상을 쫓는 일, 귀신 잡는 일도 해보고 싶다. 사람은 많이 잡아 봤으니까 귀신을 좀 잡아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특별출연도 필요하면 당연히 하고 싶다. 주인공은 책임감과 부담감, 무게감도 큰 자리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아마 여유로운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라면 조연을 더 선호할 거다. 워라밸이 지켜지기 때문인데 연기를 하다 보면 주연 조연 큰 차이가 없다. 조연으로서 남을 비춰주는 것도 좋은 포지션이다”
-‘유은호’를 연기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솔직히 다음 작품도 도전적인 작품이다. 어려워서 집중과 고민, 스트레스가 굉장했는데 이번 작품의 결실이라고 하면 인터넷의 화제성, 인기를 체감하는 거 같다. 작품이 잘 되면 손님들을 많이 만난다. 그다음은 대중과 만나는 건데 마이너 한 작품을 많이 해서인지 대중과 만날 기회가 적었다. 어쨌든 세상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서 내놓는 기쁨이 크다. 그 과정에서 제가 얻는 건 역시나 다음 일거리(캐스팅)이겠다. 배우는 이 작품의 성과를 통해 증명해야 하고 하나의 검증인 셈이다. 작품이 잘 안되면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캐스팅도 쉽지 않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고 그분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장혜령
사진: 에이스팩토리,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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