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망 현대아울렛 화재... 하역장 화물차 주변서 불꽃 솟았다

대전/우정식 기자 2022. 9. 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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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7명 사망
화재경보에 달려간 시설관리팀 직원도 연기 휩싸여 끝내…
시설관리·청소·물류배송 직원들 새벽부터 영업 준비하다 참변
하역장에 쌓인 박스·의류·신발 불타면서 순식간에 연기 퍼져
스프링클러와 연기배출 설비 제대로 작동됐는지 등 조사나서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출동한 소방 대원들이 물을 뿌리며 진압을 하고 있다./신현종 기자

26일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 주차장 화재는 스프링클러와 연기를 빼내는 제연 시설이 있었는데도 큰 피해를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스프링클러와 제연 시설 등 소방 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정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화재는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퍼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대전시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쯤 아울렛 지하 1층 주차장 물품 하역장 근처에서 불꽃이 치솟으면서 불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하 1층 물류 하역장 등에 쌓여있던 종이 박스와 의류, 신발 등이 타면서 뿜어져 나온 다량의 연기가 급속히 확산해 사망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렛 지하 주차장은 약 3만3000㎡ 넓이로 5개의 차량 진·출입로가 있다.

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이날 이 건물 지하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당시 화재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대피할 겨를도 없이 검은 연기가 급속히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종 기자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7명 대부분은 질식사나 전신 화상을 입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물품 하역장 근처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견됐고, 화물용 승강기에서도 3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사망자 1명은 지하 1층 여자 탈의실에서 발견됐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연기를 피하려 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1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사상자 8명 중 6명은 시설 관리와 청소 업무 등을 담당하는 하청 업체 직원들이고, 2명은 물류 배송을 담당하는 외부 용역 업체 직원들이다. 이들은 개점 전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업무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경찰은 이날 방범카메라(CCTV) 영상을 분석해 물품 하역장 인근에 주차된 화물차 주변에서 불꽃이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재 발생 직전인 오전 7시 45분쯤 한 남성이 1t 화물차에서 물건을 내리고 이동한 뒤 화물차 인근에서 연기와 함께 불꽃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현대아울렛 지하 1층에는 스프링클러와 제연 시설이 설치돼 있다. 김윤형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장은 “지하에 연기를 빠지게 하는 제연 시설과 스프링클러가 있고 화재 당시 작동한 것으로 안다”며 “소방관들이 지하에 들어갔을 당시 바닥에 물이 고여있었다고 전해 들어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정확한 부분은 소방과 확인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날 화재는 연기가 급격하게 퍼지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 초기 현장에 있다 탈출했다는 물류 배송 업체 직원은 “지하 1층에서 쇠파이프로 쇠를 때리는 듯한 소리가 ‘빵빵빵’ 들렸고, 20~30초도 안 돼 검은 연기가 지하 주차장을 채웠다”면서 “처음엔 천장을 타고 오더니 연기가 가라앉았고,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몰려와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처음에는 차를 타고 나가려고 했는데 앞이 깜깜해서 차 운행을 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몸만 피했다”고 했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대전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소방 당국 등 유관 기관과 합동 감식을 할 예정이다. 경찰은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스프링클러 등 소방 방재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고 정상 작동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26일 오전 7시45분께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사망했다. 소방대원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실종자 한 명의 시신을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나 제연 설비 등 소방 설비는 건물의 면적, 용도 등을 계산해 설치하도록 돼 있다”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소방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화재가 난 아울렛은 지난 6월 3~12일 진행된 소방 점검에서 시정 조치도 받았다. 당시 지하 1층 주차장의 화재 감지기 전선이 끊기거나 상태가 불량한 점이 확인됐다. 김윤형 점장은 “당시 점검에서 지적 사항이 24건 나와서 한 달 내에 조치를 완료해 소방에 자료를 제출했다”며 “지적 사항은 알람이 작게 울리거나 유도등이 미점등되는 것 등이었다”고 했다.

이날 화재 현장을 찾은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은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 업계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기업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는 아직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은 기업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조사 인력을 파견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대전=우정식·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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