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만6000㎞ 우주선 밖에서 10분 있었다”...민간인의 우주 유영 어떻게 했나 보니 [사이언스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9. 1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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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재러드 아이작먼과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세라 길리스가 우주유영을 하고 있다. [사진=폴라리스]
민간 우주 유영 시대가 도래했다. 그간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의 정부기관 소속 우주인만 수행하던 공공의 영역에서, 민간인도 우주 유영에 나서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13일 미국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는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임무를 이끄는 재러드 아이작먼과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세라 길리스가 우주유영 시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폴라리스던 우주 유영 임무가 1시간 46분 만에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며 “민간 우주인이 민간 우주선으로 우주 유영을 한 인류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우주 유영은 스페이스X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민간 우주비행사인 아이작먼은 12일 오전 6시 50분(한국시간 오후 7시 50분)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 ‘크루 드래건’ 꼭대기의 해치를 열었다. 스페이스X의 우주복을 입은 아이작먼은 해치에 부착된 난간 형태의 ‘스카이워커’로 명명된 구조물을 한손으로 잡은 채 우주로 몸을 내밀었다. 약 730㎞ 고도에서 시속 2만6000㎞로 움직이는 우주선 위에 올라섰다. 아이작먼은 10분 가량 선체 외부에 머물렀다.

아이작먼은 이후 선내로 돌아왔고, 또 다른 민간 우주비행사인 세라 길리스가 바턴을 이어받아 우주 유영에 나섰다. 길리스도 10여분 가량 우주 유영을 수행했다. 아이작먼은 우주 유영 때 “첫 광경은 꽤 좋다”며 “지구에 있을 때 우리는 할 일이 많지만, 여기서는 마치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는 소감을 전했다.

우주 유영은 사람이 우주선이나 우주선 밖으로 우주복을 입고 나가 활동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우주 유영의 목적은 다양하다. 우선 과학실험을 꼽을 수 있다. 우주인은 우주 유영 중에 과학실험을 수행한다. 우주선 외부에 과학실험 장치를 설치하고 우주를 탐구한다. 우주 유영의 또 다른 목적 중 하나는 정비다. 우주 위성이나 우주선을 수리할 때 우주 유영에 나선다.

우주선 밖으로의 우주 유영을 준비하는 민간 우주비행사. [사진=폴라리스]
이번 민간 우주유영의 목적도 과학실험이다. 우주비행사들은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들이 몰려 있어 방사능 수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밴 앨런대’를 통과한다. 밴 앨런대를 몇차례 통과할 경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3개월 간 지낼 때와 비슷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방사선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스페이스X의 저궤도 우주인터넷 ‘스타링크’ 위성들 간의 레이저 통신 시스템 등 최대 40개의 실험도 수행한다.

우주 유영에 필수적인 것은 우주복이다. 우주인은 우주 유영을 하기 몇 시간 전부터 우주복을 입는다. 우주복은 가압, 산소로 채워진다.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은 몇 시간 동안 산소를 호흡한다. 산소만 호흡하면 우주인의 몸에서 모든 질소가 제거된다. 질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우주인이 우주 유영에 나설 때 몸에 기포가 생길 수 있다. 이 기포로 인해 우주인은 어깨나 팔꿈치, 손목, 무릎에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우주복 준비를 마친 우주인은 우주선에서 나갈 준비를 한다. 감압실 역할을 하는 ‘에어록’이란 장치를 통해 우주선을 나간다. 우주인들이 우주선 안에 있을 때 에어록은 기밀이 유지돼 공기가 빠져나갈 수 없다. 에어록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우주인들이 우주 유영을 할 준비가 되면 첫번째 문을 통과하면 이 문을 단단히 잠근다. 우주선에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막는 것이다. 두번째 문은 우주와 연결된다. 이 문이 열리고 우주인은 우주 유영에 나선다.

다만 이번 민간 우주유영 때는 크루 드래건 우주선에 에어록 장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우주인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했다. 우주인들은 우주의 진공 상태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주선의 공기를 빼내면서 기내 압력을 낮추는 ‘사전 호흡’ 과정을 거쳤다.

그간 우주유영은 정부 주도로 이뤄져왔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이 우주유영을 하는 모습. [사진=NASA]
우주 유영에는 여러 형태가 존재한다. 로봇 팔에 발을 고정한 형태, 안전줄(생명줄)에 매달린 형태 등이다. 이번 민간 우주유영은 우주유영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우주선 앞쪽의 이동보조장치 ‘스카이워커’에 발을 고정시키는 형태로 진행됐다. 한 손으로는 구조물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자유로운 상태였다. 마치 우주선에 붙어 있는 형태다. 아이작먼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우리가 약간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유영은 위험성이 높은 작업이다. 진공 상태일 뿐만 아니라 위험한 파편들이 무수히 떠다닌다. 시속 2만5000km 궤도를 도는 우주선이 1cm 미만의 물체에도 파격을 입을 수 있다. 우주복에 조그마한 구멍이라도 나는 순간 우주인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번 민간 우주유영도 이런 점을 고려해 우주선에 발을 고정시킨 형태로 진행됐다. 안전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시도됐다.

이번 우주 유영이 주목받는 것은 민간이 수행한 첫 우주 유영이기 때문이다. 인류 첫 우주 유영은 1965년 3월 이뤄졌다. 구소련의 우주비행사인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약 10분 간 우주 유영을 했다. 3달 후 미국도 우주 유영을 실시했다. 유인 우주선 제미니 4호의 우주비행사였던 에드워드 화이트가 약 23분 간 우주 유영을 수행했다. 가장 많은 우주 유영을 한 인물은 러시아 우주비행사인 아나톨리 솔로비예프다. 16번 우주 유영에 나섰다. 시간으로 따지면 82시간 동안 우주에 머물렀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약 270명이 우주유영에 나선 것으로 집계된다. 모두 정부 주도의 우주유영이었다. 이번 민간 우주 유영이 뉴스페이스 시대를 위한 새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폴라리스 던 임무는 또 다른 기록도 세웠다. 크루 드래건은 고도 190~1400km의 타원형 저궤도 우주비행 중이다. 1400km는 국제우주정거장보다 3배 이상 높은 고도다. 1960년대 달까지 다녀온 아폴로 우주선 이후 최고의 유인 우주비행 고도이기도 하다.

이번 임무는 아이잭먼이 민간인의 심우주 여행 기술 시험을 위해 기획한 3번의 폴라리스 프로그램 중 첫번째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역대 최강 로켓이자 우주선인 ‘스타십’을 이용해 우주비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재러드 아이잭먼 시프트4페인먼트 최고경영자(CEO·오른쪽 둘째) 등 이번 민간 우주비행에 나선 우주비행사들. [사진=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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