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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펄홀딩스와 진평전자가 알에프세미를 인수한다.
알에프세미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수 목적은 시너지를 통한 실적개선으로 풀이된다.
블랙펄홀딩스와 진평전자, 알에프세미에 810억 규모 자금 투입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랙펄홀딩스가 알에프세미의 6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매입하고 진평전자 등은 2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진평전자는 지난 3일 182만4967주를 88억원(한주당 4800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직전거래일인 3월31일 주가가 718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3.1%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이에 앞서 3월31일 알에프세미는 진평전자가 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4249원, 발행주식수는 470만6990주다. 이를 통해 진평전자는 유상증자 참여와 주식양수 등을 통해 알에프세미의 지분 약 41.9%(653만1957주)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알에프세미의 공시에 따르면 신주 발행가액은 과거 1개월, 1주일, 최근 기준 거래된 주식의 평균가격에 10% 할인된 가격이다.
이처럼 경영권 변경이 포함된 거래임에도 할인이 적용된 데는 알에프세미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알에프세미는 2019년 8억원, 2020년 210억원, 2021년 110억원, 2022년 1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2019년 4245억원, 2020년 3392억원, 2021년 3679억원, 2022년 3324억원으로 2021년 한때 오르긴 했지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진평전자와 파트너관계를 맺고 있는 블랙펄홀딩스는 전환사채를 통해 알에프세미에 투자한다. 4일 공시된 알에프세미의 전환사채발행 결정에 따르면 블랙펄홀딩스는 5회차 400억원, 6회차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매입한다. 해당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모두 5242원이다. 블랙펄홀딩스가 전환청구기간 시작일인 2024년 5월19일과 6월2일, 사채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40.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진평전자의 지분은 18.0%로 낮아진다.
1999년 설립된 알에프세미는 캐패시터 마이크로용 소자반도체(ECM Chip), 정전기보호소자(TVS Diode), MEMS 마이크로폰, 교류직결형구동장치(AC Direct LED Drive IC) 등 소자급반도체 분야 전문 기업이다.
SiC/GaN 전력반도체, 6인치 파운드리, 초소형 패키지 파운드리, 살균 램프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방계 출신 진평전자, 시너지로 알에프세미 4년 적자 털까
진평전자와 블랙펄홀딩스가 알에프세미를 시세대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한 것은 맞지만 인수 자체가 타당했는가에는 의문부호가 여전히 남는다.

알에프세미의 에비타멀티플(EV/EBITDA)은 진평전자의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 기준 -12.54, 해당 계약 체결 직전거래일인 3월31일 종가 기준 -19.46이다.
에비타멀티플은 M&A거래에서 많이 사용되는 지표로 기업의 현금창출력 대비 가치를 수치화한 값으로 '몇년 만에 인수에 투자한 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느냐'를 뜻한다.
알에프세미의 에비타멀티플은 마이너스값인 만큼 블랙펄홀딩스와 진평전자는 현재 상황에서 알에프세미 운영을 통해 인수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블랙펄홀딩스와 진평전자가 사업 시너지를 통한 흑자전환 및 기업가치 제고를 노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진평전자는 알에프세미가 코로나19 이후 계속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인수를 한 것은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진평전자가 삼성전자의 방계기업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알에프세미가 얻을 수 있는 시너지는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평그룹의 시작인 천진진평전자유한공사는 한국기업인 알머스(구 영보엔지니어링)의 중국 소재 종속기업이었다.
알머스의 2012년 연결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003년에 중국 천진지역에 현지생산법인 천진진평전자유한공사를 설립해 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알머스의 최대주주는 2022년 감사보고서 기준 지분 76.1%를 보유한 김상용 대표다. 김 대표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조카로 김씨의 어머니가 바로 이 선대회장의 셋째 누나인 이순희씨다. 알머스는 2007년 7월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됐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해외투자 진출기업정보란(2020년 기준)에는 천진진평전자유한공사의 모기업이 영보엔지니어링, 현 알머스라고 적혀있기도 하다.
다만 알머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천진진평전자유한공사는 2017년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진평그룹 사업 확장 공격적, 기대감에 주가 뛰어

진평그룹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진평그룹의 2022년 업무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2023년의 목표는 32700 리튬 이온 배터리 제품 개발 및 산업화 완료, 연말 1.5GW 양산 달성. 전지 모듈과 PACK 시장 개척이다. 2024년과 2025년의 목표로는 상반기에 1.5GW의 최대 생산 능력을 달성한 후, 투자 장비가 3.5GW의 최대 생산 능력에 도달해 글로벌 주요 32700LFP 생산 업체가 되는 것을 들었다. 2026년에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알에프세미 주가는 31일 인수 관련 공시 직전인 30일 감사보고서 발표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3월29일 4725원이던 알에프세미 종가는 6일 9750원까지 오르며 6거래일 만에 106.3% 상승했다.
이 때문에 진평전자와 블랙펄홀딩스는 투입자금과 비슷한 규모의 시세차익을 확보하게 됐다. 210억원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4249원, 600억원 규모 CB 전환가액은 5242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예정대로 자급납입이 완료되고 신주가 발행될 경우 평가차익은 6일 종가 기준 유상증자는 272억 원, 전환사채는 516억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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