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년] 광주 성심요양병원, 부모님 모시듯… 어르신 치유 성심을 다합니다

의료기관 중 요양병원 경영난이 유독 심각해지면서 우후죽순 들어섰던 노인병원들이 최근 하나둘 모습을 감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광주시 송정동에 터를 잡고 문을 연 성심요양병원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병원이 개원한 첫 해부터 입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개원 2년 차인 현재는 입원 대기줄까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제 걸음마를 뗀 신생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부일보는 고령자 의료 위기 속에서 지역 요양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나침반이 되고 있는 광주성심요양병원을 찾아가 그 이유를 알아봤다.

광주성심요양병원 전경. 사진=광주성심요양병원

◇‘치료’를 넘어 ‘치유’, ‘요양’이 아닌 ‘휴양’

올해로 두 살이 된 광주성심요양병원이 내세우고 있는 모토다. 단순히 병이나 상처를 낫게 하는 사전적 의미의 ‘치료’에 머물지 않고,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더한 의미의 ‘치유’를 제공하겠다는 병원의 의지가 함축돼 있다.

‘휴양’은 자연스레 노인이 떠오르는 요양을 대신해 ‘치유가 필요한 누구나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병원의 이름 역시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성심’을 다하겠다는 병원 가치를 그대로 담아 네이밍했다.

칠사산과 군월산 사이에 자리 잡은 광주성심요양병원은 사통팔달 광주시 안에서도 우수한 교통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광주시청에서 300m, 경기광주 IC 1.7㎞, 지역거점 응급의료시설인 참조은병원과는 2.3km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차량으로 5~10분 이내 이동 가능한 거리다.

특히 인근 경기광주 IC를 통해 중부고속도로, 제2중부고속도로 진출·입이 용이하고, 광주원주고속도로 역시 이용이 수월해 해 차량을 통한 주변 도시 이동이 편리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강동성심병원, 경희대병원 등 수도권 주요 병원까지도 모두 25㎞ 이내로 러시아워만 피하면 3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

◇6층 규모 건물 전체 단독 사용... 직접 가보니

백색 건물의 ‘SSC-H 성심요양병원’이라고 적힌 병원 출입문을 통해 로비에 들어서니 높은 층고와 호텔식 카트, 벽에 걸린 수 점의 그림 등이 눈에 띄었다.

병원 내부는 흡사 휴양리조트를 방불케 했는데, 요양병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풍경이었다. 과거 칙칙하고 올드한 요양병원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병원 측의 노고가 피부로 느껴졌다.

이 같은 병원 인테리어 고급화는 환자뿐만 아니라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보호자들의 심리적 안정까지도 신경 쓴 전략이다.

손혜경 성심요양병원 실장은 "환자분들에게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오는 병원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리조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어두컴컴한 병원에 부모님을 맡기고 오는 게 아니라 보호자들도 요양병원에 모시고 온 것이 효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했다"고 말했다.

고급진 인테리어와 더불어 건물 내부에서 환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도 엿볼 수 있었다. 병원 곳곳에 환기시스템과 공기살균기가 설치돼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했고, 악취 등 냄새 관리에는 특히나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손 실장은 "노인들은 후각이 덜 예민하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라며 "냄새 관리는 단순히 쾌적감을 약간 증대시키는 정도가 아니다. 냄새로 인해 우울해지고 죽음에 대한 공포감까지 가지시는 게 어르신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병원 내부 각 층은 파랑, 초록, 분홍, 노랑 등 인테리어 테마 색상이 달랐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이 역시도 환자의 입장을 생각한 병원 측의 배려가 녹아 있었다.

손 실장은 "호텔에 투숙할 때 ‘내가 몇 층이었지’ 하고 가물가물해하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다른 층에 내리더라도 직원들이 바로 안내하고 있어 오랜 시간 배회하는 일은 없겠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당황하거나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직관적으로 아실 수 있도록 층마다 색깔을 달리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광주시 성심요양병원 의료진 및 관계자들. 사진=성심요양병원

◇환자 위해 스카웃도 척척... ‘닥터 어벤져스’ 중심에 선 손성열 대표원장

광주성심요양병원은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외과, 이비인후과, 한의학 등 6명의 의사가 환자를 진료 중이다.

의료진은 ‘닥터 어벤져스’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높은 의료 수준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대부분 다른 병원과의 치열한 스카웃 경쟁을 통해 영입한 재원이다. 이들은 다학제 진료시스템으로 매일 함께 고민하며 진료에 나서고 있다. 노인질환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 각 파트의 전문의료진의 통합 진료가 필요하다. 그동안 의료진 간 신뢰가 많이 쌓여온 만큼 현재는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이 구축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성심병원만의 안정된 진료체계는 환자들의 만족도 향상에 있어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중심에는 가정의학과 소속 손성열 대표원장이 있다.

손 대표원장은 "노인질환은 한 가지 질병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고혈압 환자가 중추신경계질환도 함께 가졌다든지 하는 복합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다학제 시스템으로 모두가 주치의의 입장으로 함께 고민하고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열 대표원장의 어머니는 이 병원의 유미하 이사장(의료법인 성심의료재단)이며, 아버지는 故손국배 원장(성남성심연합영상클리닉)이다. 이들은 성남지역에서 지난 30년 동안 의료인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의료봉사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을 섬겨온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이 같은 부모님의 영향을 받고 자란 손 원장은 병원을 찾아오는 노인 환자를 보면 부모님이나 가족으로 생각하며 대한다고.

손성열 대표원장은 "어르신들의 단순 증상 완화나 기능의 회복, 얼마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의료행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과 자아효능감의 회복까지 돕는 진료를 하고 싶다"며 자신의 진료 철학을 밝혔다.

성심요양병원 투석실. 사진=성심요양병원

재활치료실과 인공신장실을 둘러보니, 가족의 마음으로 치료에 성심을 다한다는 성심요양병원의 비전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인건비와 투자 비용, 운영의 까다로움 등 때문에 경영진의 고민이 많았지만, 광주지역에 투석이 필요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너무 한정적이어서 운영을 시작했다는 특별한 공간이다.

탁 트인 재활치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워킹레일이 눈에 들어왔다. 50m는 족히 돼 보이는 천장의 워킹레일에는 낙상 방지 슈트가 연결돼 있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한번 걸어보자며 재활에 몰두하는 환자와 치료사의 모습이 보였다. 이곳 재활치료실에서는 각종 물리치료, 작업치료, 도수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연하치료, 호흡재활, 일상생활 활동훈련 등 모든 치료를 작업치료사와 물리치료사가 1:1로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밝고 아늑한 분위기의 인공신장실에서는 오랜 경력의 투석 전담 의료진들이 상태별 맞춤식 투석을 제공 중이다. 입원환자뿐 아니라 외래환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긴 투석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줄 TV가 침대마다 설치돼 있다.

성심요양병원 3층에 위치한 성심홀에서 환자들의 생일 축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성심요양병원

야외정원과 연결되는 3층 성심홀은 웃음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치료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가수 임영웅의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입원 중인 한 환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가 한창이었다. 생일을 맞이한 이 환자는 임영웅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연신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옆에는 보드게임이나 색칠놀이를 하는 환자들도 보였다. 이 같은 활동을 옆에서 지원하는 관리사들은 환자들을 대할 때 항상 ‘우리 어르신’이라고 불렀다. 병원에서 평소 쓰이는 환자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상투적인 단어는 최대한 피하고 정감 있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내뱉는 직원들의 모습에 환자들의 안정감을 높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 깔끔하고 위생적인 식당을 지나 1~6층 병원 건물의 내·외부 곳곳을 둘러본 결과, 건물이 단독으로 사용되면서 외부인과 환자가 섞일 가능성은 전무해 보였고, 산기슭 한가운데 지어진 휴양지의 별장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손성열 성심요양병원 원장

"내 아버지, 내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돌봐드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생업에 바쁘고, 의학적 대처를 할 수 없으니 저희가 있는 거지요. 보호자가 있는 어르신뿐 아니라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돌봄이 필요한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려 합니다."

손성열 대표원장은 앞으로의 광주성심요양병원의 운영 방향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며 "가속화되는 고령사회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많은 시기지만, 성심요양병원은 그에 발맞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지금처럼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백·김동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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