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버스 막고 분노한 전북 팬심, 김상식 감독 홀로 뒤집어쓴 '책임론'

이성필 기자 2023. 4. 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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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 박힌 버스를 두고 팬들에게 소명하는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왼쪽)
▲ 김상식 감독에게는 "사퇴하라", "책임을 져라"라는 외침이 밀려 들어갔다.

[스포티비뉴스=전주, 이성필 기자] 결국 전북 현대 선수단 퇴근 버스가 가로막혔다. 패한 선수단은 버스 안에 갇혔고 팬들의 배려로 1시간 반 정도 지나 경기장을 빠져나갔지만, 코칭스태프가 탄 버스는 본부석 출입구 앞에 무한 정차 하다 어렵게 떠났다.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1-2 역전패했다. 1승2무2패, 상당히 나쁜 초반이다. A매치 휴식기 동안 그 어떤 외부 활동도 하지 않고 훈련에만 매진했던 전북 선수단이라는 점에서 더 뼈아픈 패배였다.

전력 손실도 있었다. 후반 종료 직전 중앙 수비수 박진섭이 황인재 골키퍼와 충돌했고 머리에 출혈이 있었다. 응급차가 그라운드 안으로 바로 들어와 병원으로 이송하며 빠르게 대처했지만, 1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카의 머리를 막지 못하고 실점하며 졌다.

경기 후 김상식 감독은 "5경기를 했고 3패를 기록한 것은 전북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감독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통과 믿음이 있어야 앞으로 전북 앞날이 더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선수단은 물론 구단 전체적인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재진과 만난 뒤 경기장 밖으로 나간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풍경은 밀집한 팬들이었다. 경기 내내 야유로 김 감독은 물론 허병길 대표이사를 비판했다. "허병길 나가"라며 구단에서 퇴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두 대의 버스를 앞뒤로 가로막은 팬들은 대화를 요구했다. 물론 김 감독이 타겟이었고 "김상식 나가"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경기장과 달리 지상에서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라 팬들의 버스 막기라는 강력한 의사 표현이 통했다.

▲ 전북 현대 팬들은 구단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았다.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 전북 현대 팬들은 구단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았다.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감독이 버스 안에서 나오지 않자 팬들은 아예 버스 진입로에 누워 버렸다. 경비 인력이 겨우 설득하며 흥분한 팬을 말렸다. 전북 구단 실무진도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이 갇혔다면 다른 해결사는 허 대표였지만, 팬들 앞에 보이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의사를 전달해서 해산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서로 대치 시간이 길어졌고 구단 프런트가 버스에 오르내리는 순간마다 격앙된 목소리들이 울렸다. "허병길 대표는 나와라"라고 외친 팬 조윤서(25) 씨는 "양심이 있으면 팬들 앞에 나와서 '죄송하다'라던가 '제가 능력이 부족합니다'라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팬들과 소통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나마 한 시간 반 가까이 지나서야 아량을 베푼 팬들로 인해 선수단 버스가 먼저 완주군 봉동읍의 클럽하우스로 떠났지만, 코칭스태프 탑승 버스는 그 자리 그대로였다. 분노의 대상이 어느 지점인지 팬들이 알린 것이다.

소수의 경찰력까지 등장했다. 물론 경찰력이 팬들을 해산할 권리는 없었다. 구단이 팬들을 해산시켜달라고 '신고'라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점에서 그저 바라만 봤다. 약 2시간여가 지날 즈음 김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경기장 선수대기실로 향했고 허 대표와 면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분 뒤 김 감독이 다시 나왔다. 버스에 오르려던 김 감독이 팬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알렸지만,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김 감독 혼자 대답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뒤에 있던 김두현 코치, 이운재 골키퍼 코치 등의 표정도 풀리지 않았다. 팬들에게 빌지 않으면 계속 갇힐 분위기였다.

김 감독의 대답은 팬들의 함성에 묻혔다. 애써 대답은 했지만, 성토의 목소리가 더 컸다. "책임을 질 일이 있다면 져야겠죠"라는 말이 나왔지만, "불분명하다"라거나 "정확하게 언제까지 못 하면 나가겠다고 해라"라고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두 시간 반여가 지나서야 코칭스태프 버스는 경기장을 떠났다. 팬들의 야유는 멈추지 않았고 "징하다"라는 소리도 나왔다. 이를 바라보는 실무 프런트의 표정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리더십의 부재만 도드라진 180분 동안의 대치였다. 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까지 무엇이든 보여줘야 하는 전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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