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두산’일 줄 알았는데, 40억 KT행…19세에 겪은 첫 이별 “아쉽지만, 다 이유가 있을 것” [오!쎈 타이베이]
[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고작 1년이었지만 데뷔 첫해 프로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준 선배였기에 이적이 아쉽게 느껴졌다. 김택연(두산 베어스)은 그렇게 19세에 맞이한 첫 이별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8일 두산 베어스 부동의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과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이적 소식이었다.
허경민은 2020년 12월 10일 원소속팀 두산과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은 4+3년으로,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25억 원, 연봉 40억 원 등 총액 65억 원을 받고, 4년 뒤 두산 구단 최초로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 조항을 넣었다.
허경민은 FA 계약 후 4년 동안 50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6리(1746타수 499안타) 27홈런 228타점 29도루 233득점을 남겼다. 장타율 .391과 출루율 .352를 더해 OPS가 .743다. 계약 첫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향하는 미러클 여정에 큰 힘을 보탰고, 2023시즌 주장을 맡아 처음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과 함께 팀의 2년 만에 가을 무대 복귀를 이끌었다.
허경민은 올해 4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아 115경기 타율 3할9리 129안타 7홈런 61타점 5도루 69득점 OPS .811을 기록했다. 우측 어깨 극상근 미세 손상, 새끼손가락 아탈구 등 각종 부상 악재 속에서도 공격에서 477타석, 수비에서 883이닝을 소화, FA 계약 4년 중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뽐냈다.
허경민은 2024시즌을 마치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4년 계약이 끝난 뒤 구단이 아닌 선수가 재계약 주도권을 갖는 계약서에 사인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2가지였다. 3년 20억 원에 두산에 잔류하거나 FA을 선언하고 다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었다.
허경민은 결국 3년 20억 원을 포기했고, 지난 7일 원소속팀 두산과 새로운 FA 계약을 위한 만남을 가졌다. 야구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허경민은 이 자리에서 3+1년 30억 원 규모(추정치)의 계약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은퇴식, 지도자연수 등 매력적인 옵션이 더해졌으나 허경민의 선택은 추가 10억 원과 함께 순수 계약기간 4년을 보장한 KT였다.
허경민의 KT행은 두산 팬들에게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16년 베어스맨’ 허경민은 그 누구보다 두산을 향한 애정 및 충성심이 높은 선수였다. 첫 FA 계약 당시 “금액보다 7년이라는 기간에 너무 감사했다. 내 잔류를 원했던 두산 팬들의 마음을 7년 동안 가슴 깊이 간직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여름 홈구장 단상 인터뷰에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두산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말하며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데뷔 시즌을 맞아 허경민과 정든 1년을 보낸 슈퍼루키 김택연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 준비에 한창인 김택연은 취재진과 만나 “(허경민 이적 소식은) 예상외의 일이었다. 나 또한 생각 못했다. 올해 (허)경민 선배님이 잘해주셨기 때문에 아쉽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택연은 19세 신인답지 않게 허경민과 다른 선배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아쉽지만, 당연히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나 같은 경우 경민 선배님과 1년밖에 지내지 못했는데 (정)수빈 선배님처럼 신인 때부터 10년 이상 같이 있었던 선배님들은 더 아쉬울 거 같다. 나도 그런 상황이 된다면 그럴 거 같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1년 동안 귀감이 됐던 선배는 떠났고, 이제 내년부터 그 선배를 적으로 상대해야 한다. 김택연은 “경민 선배님이 우리 팀에 정말 많은 기여를 하셔서 이적이 더 많이 아쉬운 느낌이다. 다른 팀 가서도 더 잘하실 거 같다. 조만간 연락을 직접 드릴 것”이라며 선배의 새로운 야구인생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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