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우리금융의 깊어지는 시름
잇단 금융사고에 과점주주 지배구조도 ‘균열’
근본원인은 합병후 PMI 실패, 문화 바뀌어야
비은행 M&A를 통해 무너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금융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잇단 금융사고와 과점주주 지배구조에 균열이 가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금융은 이달 초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향후 5년내 자기자본이익율 10%를 달성하고 10년 이내에 자기자본 5조원까지 늘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물론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만으로 금융그룹이 기대하는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후 10년 만에 잃어버린 증권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브랜드 사용 상도의 논란까지 일으키며 신설 증권사명으로 ‘우리투자증권’ 사용을 고수했다. 매각 당시 ‘우리투자증권’ 브랜드 소유권은 우리은행이 보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량 증권사 매각에 대한 아쉬움과 장래 증권업 진출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을 것이다.
역시 우리아비바생명(현 iM라이프) 매각으로 철수했던 보험업 재진출을 위해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M&A 협상이 한창 진행중이다. 현재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인수협상이 성공할 경우 우리금융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외형성장과 사업구조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부 경영관리 부실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우리금융의 성장을 위한 동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지난 11일 전임 손태승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 건에 대해 "고객들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금융 경영진이 공식 사과를 한 것이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4월 고객정보 유출사고, 6월 영업점 직원 횡령사건에 이어 그룹의 전임 CEO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으로 현직 그룹 CEO가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내부통제 위험관리는 제도와 시스템 구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제도와 시스템은 사람이 운영한다. 조직원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운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사람이 잘 바뀌지 않듯이 조직문화도 단기간에 바뀌기 쉽지 않다. 합병 직후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신설 회사의 경영관리 체계와 조직문화를 올바르게 세우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꼽는 이유다. PMI에 실패하면 합병조직이 병들고 가치를 상실한다. 우리금융의 연이은 금융사고 발생 원인도 뿌리를 찾자면 합병 후유증 치료 실패에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병해 출범한 은행이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11일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 처신’ 등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동안 사고 발생 때마다 강조했던 내부통제 시스템도 개선할 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우리금융의 성공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전임 회장 관련 부정대출 사건을 마지막으로 그룹 CEO가 고개를 숙이는 일이 다시 재현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내년부터 금융회사 책무구조도 시행이 본격화된다.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우리금융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 CEO들이 운영리스크 부담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게 된다.
우리금융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목할만한 또 다른 일은 과점주주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와 은행 민영화를 위해 우여곡절 끝에 지배구조 선진화를 명분으로 도입된 과점주주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지난달 우리금융 지분 3.7%를 보유하며 5대 과점주주의 한 축을 담당해 온 IMM PE가 지분 2.3%를 블록 딜로 처분했다. IMM PE의 잔여지분은 1.4%수준으로 하락했다. IMM PE는 펀드만기가 내년으로 임박한 상황에서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은행주 주가 상승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잔여지분 1.4%에 대해서도 연내 모두 처분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IMM PE는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 과점주주 방식의 우리은행 민영화에 참여한 유일한 사모펀드다. 최초 지분율 6%를 확보해 사외이사 1명을 이사진에 참여시키며 경영에 참여해 왔다. IMM PE가 이사회 구성에서 빠지고 회사 추천으로 채워지면 한투증권 키움증권 푸본현대 유진PE 등 과점주주 대리인 4명과 임종룡 회장을 포함한 회사 추천이사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된다. 이사회를 주도해온 사모펀드가 빠지고 구성비율도 줄면서 과점주주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금융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 보험 등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그런데 우리금융의 성장전략 추진에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있어 왔다. 증권 보험이 본업인 과점주주가 우리금융의 비은행 성장전략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IMM PE의 지분매각을 계기로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지분율 17%로 금융그룹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과점주주들이 나머지 83% 주주들의 이해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중인 과점주주, 금융당국, 시장투자자, 고객 등 우리금융의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현재의 지배구조 운용방식을 평가해보고 개선점을 모색할 때가 됐다.
우리금융 스스로 밝혔듯이 우선은 빈발하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과 내부통제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룹 성장에 동참할 주주입장에서 지배구조 변화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당면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과 성장을 위해 추진중인 증권사 및 보험사 M&A도 성사시켜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모두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금융이 성장전략 추진에 매진해도 촌음(寸陰)이 아까운 시기에 걸림돌만 늘어나는 것이 안타깝다.
허정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