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스를 태운 니케 랩핑 캠핑카, '못' 보고 왔습니다.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저는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를 출시부터 꾸준히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매일 플레이하고 있는 건 물론, 관련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되도록 모두 참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부산 출장을 겸해 부산 애니플러스에 있는 콜라보레이션 카페를 방문하기도 했네요. 서울과는 다른 분위기라 좋았습니다.
그런 제가 8월 3일 두 번째 여름 업데이트와 함께 공개된 '니케 랩핑 캠핑카 오프라인 행사'에도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행사 내용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니케 랩핑을 한 캠핑카가 매일 일정 시간 일정 장소를 돌아다니니, 이걸 발견하면 인증샷을 남겨보라는 이벤트였죠. 딱히 뭘 주는 건 아니었지만, 아니스가 캠핑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걸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8월 4일 대학가를 도는 타이밍에 맞춰 취재를 나갔습니다.
…그리고 제목에 쓴 것처럼 랩핑카는 결국 보지 못했습니다.
1.
사실 이번 이벤트는 공지부터 여기저기 허술한 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먼저, 8월 5일 ~ 6일 일산 킨텍스 근처를 도는 코스를 제외한 강남, 대학가 코스는 이동 범위가 너무 넓었습니다. 또, 니케 랩핑카가 운행 코스 주요 기점마다 정차하는지 여부도 불확실했고, 이동 시간 중 언제 어느 지점을 지나가게 되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공지에도 도로 교통 상황에 따라 주행 시간 일정이 지연되거나 이동 동선이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한 만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요.
그래서 니케 랩핑카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각 차수 별 이동 시작 시간 전에 운행 시작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4일 대학가 코스의 공덕역 오거리 지점에서 니케 랩핑카를 촬영하고자 했습니다. 공지도 불확실한 이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알 방법은 도중 지점에서 예상 시간대에 니케 랩핑카를 촬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촬영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아닌 대로 이번 이벤트가 허술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니 좋고… 사실 좋지는 못합니다만, 아무튼 나가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2.
첫 번째 시도는 대학가 코스 2차 운행 시간대에 공덕역 오거리에서의 대기였습니다. 14시 30분부터 16시까지 운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공덕역 오거리는 첫 지점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코스였기에 15시부터 대기를 시작했습니다. 대기 지점은 공덕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 앞이었습니다. 니케 랩핑카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애오개역 방면, 공덕역 오거리를 모두 체크할 수 있는 장소였으니까요. 공덕역 오거리를 선택한 이유 중에는 제가 수년간 공덕역 근처에서 근무해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있었기에 무조건 찍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시간의 대기에도 불구하고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니케 랩핑카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니케' 홍보 대행사를 통해 확인한 공덕역 오거리 통과 시간은 16시 30분경으로, 예정 시간을 30분 넘긴 시점이었습니다. 제가 17시까지 기다렸으니, 해당 시점에 보이지 않았다는 건 도로교통 사정으로 인해 이동 동선이 변경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니케' 홍보 대행사를 통해서도 상세한 이동 동선은 확인이 불가능했기에 기사를 쓰는 지금도 추측에 그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도도 동일 장소에서 진행했습니다. 3차 운행은 17시 30분부터 19시까지 진행됐는데, 저는 18시부터 대기를 시작했습니다. 첫 시도에서 이동 동선 변경의 가능성이 부각된 만큼, 니케 랩핑카가 어디서, 어떤 루트로 오더라도 확인이 가능한 지점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해당 지점은 아래 지도와 같습니다. 애오개역 방면에서 오거리에서 꺾어서 들어오든, 중간에 백범로로 우회에서 들어오든 확인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여기서는 19시 30분까지 1시간 30분을 대기했지만, 니케 랩핑카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2차와 동일하게 2시간을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3차 운행 시점에서는 사정상 '니케' 홍보 대행사에 니케 랩핑카가 공덕역 오거리를 지날 시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안 그래도 너무 밖에 오래 있었던 시점이라 안전 상의 이유로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3.
제가 기다리던 시점에 니케 랩핑카가 지나갔는데 크기가 작아 미처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제가 대기한 시점 이전, 혹은 이후에 니케 랩핑카가 지나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봐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니케'의 플레이어들에게 니케 랩핑카를 노출시키고 싶었다면 지금의 방식은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니케 랩핑카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공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두 번째 여름 업데이트를 기념하여 지휘관님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입니다. 그렇다는 건 이번 이벤트의 타깃은 '니케'를 플레이하지 않는 일반 대중이 아닌, '니케'를 즐기고 있는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도 찍고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도 참여해보라는 걸 보면, 게임 홍보보다는 플레이어를 위한 이벤트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이벤트는 정상적인 참가가 불가능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지의 안내를 참고해도 니케 랩핑카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운행 코스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도로 교통 사정에 따라 운행 시각이나 이동 동선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공지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 니케 랩핑카는 전체 운행 시간 동안 정차 없이 코스를 이동한다고 합니다. 공지에는 1차, 2차, 3차로 운행 시각이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는 1차 시작 시간부터 3차 종료 시간까지 니케 랩핑카가 코스를 돌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시내 교통 상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싶지만, 이러면 1차 운행 시각 전에 운행 시작 지점에서 기다리는 것 외에는 어느 시점의 어느 지점에서든 니케 랩핑카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대한민국을 뒤덮은 뜨거운 폭염 아래서 말이죠.
도합 3시간 30분을 기다리면서 이번 이벤트에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이런 계획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게임 재화를 받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아니스가 캠핑카 타고 서울 시내를 달리는 걸 보고 싶다, 이 마음 하나로 가는 건데 지금 이벤트는 그런 욕구조차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합니다. 공지에서는 지휘관과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진행한 이벤트라고 했지만, '아무런 보람도 없이 고생한 기억도 추억이라면 추억'이라는 부정적인 감상만 남았습니다.
니케 랩핑카로 추억을 만든 건 니케 랩핑카 출발 전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한 작곡가 코스모그래프님 밖에 없을 겁니다.
4.
니케 랩핑카 이벤트는 오는 8월 9일까지 진행됩니다. 7일과 9일은 강남 코스를, 8일에는 대학가 코스를 돕니다. 하지만 3일, 4일 진행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한 이벤트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그렇게 기억되지 않으려면 바꾸어야 합니다.
이벤트 진행 도중에 급하게 바꿀 수 있는 건 운행 코스 정도라 봅니다. 운행 범위를 일산 킨텍스 코스 정도로 크게 축소하는 것이죠. 니케 랩핑카를 보기 위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정차한 니케 랩핑카 옆에서 사진을 찍지는 못하더라도 지나가는 걸 찍으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에 맞춰 공지도 새로 하고 가능하면 운행 시간 동안 운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안내도 함께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실수는 사람인 이상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시점에서 다른 건 몰라도 변화 없는 이벤트 강행만큼은 최악의 수라고 봅니다. 향후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는 운영팀의 판단에 달려 있겠지만, 적어도 '실수와 실패에서 배우고 있고 옳은 길을 향해 끝없이 고민하겠다'라는 7월 2차 개발자 노트에서의 다짐이 공허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