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커트러리에도 리벳이 있나요?

트러리에도 유행이 있다고? 음식은 물론 레스토랑 인테리어에도 트렌드가 있듯 식기류 역시 동시대 감성을 따른다. 요즘은 리벳이 달린 클래식한 디자인의 커트러리가 자주 눈에 띈다는 사실. 고전적인 델리카트슨을 연상케하는 커트러리부터 기분 좋은 컬러풀 감성의 커트러리까지, 리벳이 달렸다면 일단 합격이다.
클래식한 무드의 장 네론 라귀올 제품 @Ohai
커트러리도 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한다

식기가 그렇듯 커트러리에도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감수성이 깃든다. 과거에도 그랬다. 크롬웰의 공화국 실험이 막을 내리고 찰스 2세의 왕정복고가 시작된 17세기 영국에서는 대대적인 문화적 변화가 추진되었다. 극장이 다시 문을 열었고, 헨델의 수상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뱃놀이가 시행되었고, 거의 하룻밤 사이에 스푼 디자인까지 바뀌었다. 은 세공사들의 예술혼이 깃든 장식용 머리를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생략한 ‘청교도 숟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자취를 감춘 것. 대신 찰스 2세가 대륙의 망명 궁정으로부터 가져온 ‘트리피드(trifid)’ 형태의 스푼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프랑스에서 디자인한 이 세 갈래의 트리피드 스푼은 왕실에서부터 시작해 나라 전체까지 퍼져 나갔다. 장식 없는 ‘퓨리탄(청교도) 스푼’(위)과 프랑스 영향을 받은 ‘트리피드 스푼’(아래)을 비교해보자.

출처 : Metropolitan Museum of Art
영화 <딜리셔스: 프렌치 레스토랑의 탄생> 스틸 컷 @Netflix

지금은 당연하게 쓰이는 포크 역시 처음엔 두 갈래였다. 조준(?)을 잘못하면 입이나 혀를 찔릴 위험이 컸기에 이 두 개의 날은 세 개로 늘어났고(프랑스혁명 중 자유, 평등, 박애의 세 가지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19세기 말에 가서야 사람들이 가장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4개의 날로 자리매김했다. 이탈리아 하지만 여전히 로스팅한 고기를 써는 카빙 나이프와 세트로 팔리는 카빙 포크는 두 갈래 날이다. 또한 심플한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모서리를 둥글게 한 삼지창 형태의 포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빅토리안 시대의 커트러리 @One Kings Lane

식사 예법이 복잡해진 빅토리안 시대에는 수많은 커트러리에 현기증이 일 정도였다. 갖가지 나이프와 스푼, 서버와 집게와 국자류. 종류도 많지만 디자인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귀족 가문의 문장을 포크와 스푼 손잡이에 세공해 장식했고, 기념일을 위한 선물용 커트러리에는 수신자의 이니셜도 새겨 넣었다. 빅토리안 앤티크를 선호하는 컬렉터들 덕분에 실버 커트러리는 여전히 인기 있는 경매 아이템

리벳 커트러리의 다채로운 매력
프랑스 라귀올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장 네론 라귀올 제품 @Ohai
친근하고 유쾌한 프렌치 무드의 사브르 제품 @Sabre_korea

그럼 지금은 어떤가? 최근 몇 년 사이 핫한 레스토랑이나 푸드 관련 인플루언서의 SNS를 보면 리벳이 달린 커트러리가 자주 눈에 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르투갈 브랜드 큐티폴(Cutipol)의 ‘고아’ 라인 같이 얇고 간결한 커트러리가 인스타그램을 주로 장식했는데 말이다. 특정한 배경을 정확하게 따지기는 힘들지만 사람들의 식생활 패턴, 인테리어 취향, F&B 트렌드의 변화와 연관성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장 네론 라귀올의 제품 공정 과정 @Jean Neron Laguiole

판재를 결합시키는 금속 핀을 지칭하는 리벳은 항공 정비와 건축 등의 대규모 공정에서부터 의류나 가구 같은 물건 제작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커트러리 제조에서는 어땠을까. 프랑스 남부 도시 라귀올(Laguiole)의 나이프 장인들은 잘 연마된 칼을 손잡이와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리벳을 활용했는데, 이것이 식사용 나이프 제작으로도 옮겨가면서 스푼이나 포크 등 커트러리 전체에 적용되었다(‘라귀올’은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이 도시에서 생산한 나이프와 식사 도구를 뜻한다). 활용도 높은 스테인리스 스틸이 사치스러운 실버 대신 커트러리에 적용된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목재나 수지,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의 손잡이와 스테인리스 스틸을 결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리벳이었고, 이는 견고한 고정력과 디자인적 요소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여줬다.

고기 요리와 함께할 때도 빛나는 리벳 커트러리 @Cartuja

그래서 리벳 커트러리는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고, 인더스트리얼적인 느낌까지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필자의 ‘뇌피셜’을 발휘해본다면, 이런 다채로운 인상이 ‘한 끗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F&B 흐름 속에서 강자로 부각된 것 아닐까.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서빙할 때도, 프렌치 감성의 디저트에 곁들일 때도 리벳을 부착한 심플한 커트러리는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테이블웨어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식기류 하나 허투루 고르지 않을 듯. 자, 이제 각각 느낌이 다른 리벳 커트러리로 우리 집 식탁 위를 트렌디하게 바꿔보자.

장 네론 라귀올 (Jean Neron Laguiole)

장 네론 라귀올(Jean Neron Laguiole)

장 네론 라귀올은 프랑스 남부 도시 라귀올에 뿌리를 둔 브랜드로, 1899년에 설립되어 3세대에 걸쳐 운영 중이다. 라귀올의 상징인 꿀벌 모티프가 포인트이며, 특유의 곡선이 클래식한 맛을 더해준다. ABS, 올리브 나무 소재의 손잡이와 스테인리스 스틸 식기가 결합되어 선택의 폭이 넓다. 모처럼 솜씨 자랑하고 싶은 디너 자리에 딱 어울리는 커트러리다.

사브르 (Sabre)
출처 : 사브르(Sabre)

모던하고 유쾌한 리벳 커트러리를 원한다면 단연 사브르다. 1993년 론칭한 프랑스 브랜드 사브르는 요즘 트렌디한 카페나 식기류에 민감한 1인 가구에서 인기다. 특히 세 개의 리벳이 박힌 ‘콩투아(Comptoir)’ 컬렉션은 프렌치 감성과 간결한 느낌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립감이 좋은 아크릴 손잡이를 들면 파리의 카페에 와 있는 듯한 감상에 젖게 된다.

까르투하 (La Cartuja)
출처 : 까르투하(La Cartuja)

170년 전통의 스페인의 테이블 웨어 브랜드 까르투하에서 선보이는 ‘오로Oro’ 커트러리. 고품질 스테인리스 스틸과 ABS 소재로 만들어지며 다섯 개의 리벳이 부착되어 있다. 까르투하의 심벌인 닻 모티프가 접합 부위에 새겨져 있으며 아이보리, 그레이, 네이비, 블랙 중 선택할 수 있다. 까르투하의 아름다운 식기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쥬벨 by 에비히슈테른(Jubel by Ewigstern)

현대적이면서도 빈티지 무드가 스며든 디자인을 원한다면 독일 브랜드 에비히슈테른의 프리미엄 커트러리 라인인 ‘쥬벨’을 눈여겨볼 것. 무광 스테인리스 스틸을 황동 골드 리벳으로 고정시킨 ABS 블랙 핸들이 특징. 둥글고 담백한 느낌의 모던 디자인이 빈티지 감성과 어우러져 어떤 테이블 웨어와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EDITOR 정성진(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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