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정원] 만두는 스토리다

나는 만두를 좋아한다. 만두를 잘 먹을 뿐 아니라 잘 빚는다. 고기만두는 기본이고 새우만두나 채소 만두도 빚는다. 어머니와 아내 덕분이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어머니는 해마다 추석 송편과 동지 팥죽은 직접 만드셨지만 만두는 잘 만들지 않으셨다. 어머니 어릴 적, 경상도에는 밀이 귀해 만두를 먹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이 커 가면서 송편보다 만두에 더 열광하자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우리 형제들에게 만두를 만들어주셨다. 해마다 김장철에 배추 3접(300포기)을 담그시던 어머니에게 만두는 어려운 레시피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북 출신 집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장인은 개성, 장모는 평북 정주 출신이었다. 아내는 명절과 상관없이 틈만 나면 만두를 만들었다. 아내는 황해도 출신인 할머니에게 만두를 배웠다고 했다. 냉면 같은 이북 음식도 척척 만들었다. 나는 어느새 아내 옆에 앉아 함께 만두를 빚고 있었다.
요리 열정이 남다르던 어머니와 아내 덕인지 나도 마흔이 넘어 요리에 빠지게 됐다. 나는 두 사람과 달리 만두피를 직접 반죽해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늦깎이 요리사로 내 이름을 건 음식점을 열고 싶었을 때였다. 직접 민 피로 빚은 만두는 더 쫄깃하고 담백했다.
늦바람이 난 나는 결국 쉰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탈리아에 요리 유학을 갔다. 이탈리아에 가보니 라비올리(ravioli)라는 이탈리아 만두가 있었다. 소갈비로 만드는 아뇰로티(agnolotti)나 호박 만두인 카펠라치(cappellacci)도 신기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손톱만큼 작은 토르텔리니(tortellini)였다. 특이하게 이 라비올리는 우리나라 만둣국처럼 육수에 말아 먹는다. 중세 때부터 크리스마스 음식이었다.
만두는 동북아나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즐긴다. 밀의 원산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해 만두는 유라시아 곳곳으로 퍼졌다. 만두는 고기·곡물·채소를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데다 통통하고 정겨운 모양새가 사람들을 매혹했다. 그래서 만두는 많은 지역에서 축제성을 획득했다. 만두는 동양의 설날과 서양의 크리스마스 음식 등으로 쓰인다. 가족들이 둘러 앉아 함께 빚어 즐기는 문화도 비슷하다.
몇년 전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뒤 본가에 가족들이 모여 만두를 빚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명절 때마다 나는 새우만두를 빚는다. 새우살을 다져 만두소를 만들고 새우 머리와 껍질로 육수를 뽑는다. 반은 한국식이고 반은 이탈리아식이다. 만두는 담백하고 자연산 대하 내장에서 나오는 육수는 제법 향이 깊다.
그렇다고 이탈리아 유학파의 비법이 따로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이 만두에는 나를 음식의 세계로 인도했던 어머니와 아내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져 있다. 가족에게 따뜻한 한끼를 먹이려고 고된 노동을 감내하던 어머니들의 마음을 그들에게 배우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걸리는 새우만두를 만들 엄두조차 못 냈을 것이다.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