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로 거래는 주춤, 한 번 오른 서울 집값 쉬이 안 떨어져"

김원 2024. 9. 14.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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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23주 연속 상승하는 등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와 금융권이 대출 규제 카드로 제동을 걸었다. 금리를 올리고, 대출 한도를 줄여 불붙은 아파트 매수세를 진정시키려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실수요자는 규제로 돌아선 정부의 입장 선회에 당황스럽다. 그렇다면 추석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어떻게 될까. 본지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자 “대출 규제로 거래가 주춤할 것”이란데 동의하면서도 “한 번 오른 서울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 매매 거래 급증하고 가격도 급등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621건(해제 건 제외)을 기록하며, 지난 2020년 7월(1만661건)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8월 거래량은 13일 기준 5191건에 그친다. 거래 신고기한이 보름가량 남았지만 6월 거래량(7294건)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거래 가격이 이미 이전 최고가를 넘어선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매수자가 많아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의 8·8 공급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둔화하고 있고, 전면적인 대출 규제 영향으로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소폭 인상돼 매수심리가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 김 위원은 “강남권 등 선호 지역은 거래량이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하락세로 바뀌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서울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가격 상승이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주요 입지 아파트의 경우 매도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매수 환경이 달라지면서 내 집 마련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단지 투자 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금이라도 서울에서 직주근접이 가능한 신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도 “최근 분양가 추세를 봐도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아 내 집 마련 시기도 지금이 적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 규제로 가격이 일부 조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대출 상환 여력에 맞춰 평소 선호하는 지역의 매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기준금리 인하를 꼽는다. 다만 기준금리가 내릴 경우 정부의 규제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집값 상승세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지역별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손보거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한 단계 더 강화하는 등의 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는 흐름”이라며 “수요자들의 투자 심리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고 매수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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