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강 열풍'에 늦은밤 불밝힌 출판단지…인쇄기 '풀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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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에 40년간 종사하면서 이렇게 바쁘게 책 만드는 건 처음입니다. 경사스럽네요. 이번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50년 넘게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직원은 "저희는 거래처가 많지만, 인쇄기 하나에 한 가지 책만 들어가는데 지금 3대가 한강 작가 책을 만들고 있다"며 "다른 출판물은 일단 미룰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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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출판업에 40년간 종사하면서 이렇게 바쁘게 책 만드는 건 처음입니다. 경사스럽네요. 이번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14일 오후 8시께 경기 파주시 신촌동 파주출판단지의 인쇄소와 제본소 곳곳에는 평소와 달리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출판사들의 증쇄 요청이 쇄도하자 인쇄·제본 업체들이 쉴 틈 없이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인쇄업체 아트인에서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인쇄하기 위해 직원 9명이 주야간 2교대로 24시간 인쇄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아트인은 최근 출판사 창비로부터 8만 부의 인쇄 요청을 받았으며, 이는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량이었다.
대부분의 직원은 주말 휴무를 반납하고 인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신용운(54) 공장장은 "총 3대의 인쇄기가 있는데 다른 인쇄물은 업체에 양해를 구하고 2대로 채식주의자를 만들고 있다"며 "기계 1대에 2명이 붙어서 하루에 2만부씩 찍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쇄소 밖 창고에선 인쇄용지 수십만장이 쌓여있었고, 안에서는 용지가 먹(흑)·청·적·황의 4원색 물감이 칠해지는 인쇄기에 일사불란하게 빨려 들어가며 표지로 완성됐다.
인쇄기 기장은 차곡차곡 쌓인 인쇄물을 꼼꼼히 돋보기로 확인해가며 색감에 이상이 없는지 파악했다.
강인술 대표(50)는 "평소 하루에 2천부 정도만 찍어낼 정도로 한가하고 출판과 인쇄 시장 전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이번 계기로 출판과 인쇄 모두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대형 인쇄소인 영신사도 야간 근무자들이 '흰', '작별하지 않는다', '디 에센셜' 등 한강 소설책 인쇄 작업에 한창이었다.
영신사는 출판사로부터 이틀간 3가지 책, 총 38만부의 증쇄와 제본 등을 요청받았다.
50년 넘게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직원은 "저희는 거래처가 많지만, 인쇄기 하나에 한 가지 책만 들어가는데 지금 3대가 한강 작가 책을 만들고 있다"며 "다른 출판물은 일단 미룰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쇄업체에서 완성된 출력물들은 트럭에 실려 인근의 제본소로 옮겨졌다.
천광인쇄소 제본소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제본을 맡아 15명의 국내외 근로자가 출력 용지들을 접고 자르며 책을 완성했다.
래핑 작업을 맡은 스리랑카 국적의 사뚠(26) 씨는 "어제도 자정까지 일했고, 오늘도 야근하며 바빠요"라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완성된 책들은 쌓여갔고, 책들은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최신작"이라는 종이띠로 함께 포장되고 있었다.
천광인쇄소 관계자는 "원래 제본은 주간 근무만 하는데 많은 출력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설득해 야근 근무도 하게 됐다"며 "직원들이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출판단지 곳곳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고, 분주한 근로자들의 손길이 쉼 없이 이어졌다. 한강 열풍이 출판업계 전반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wildboa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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