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고양 아파트 주차장 기둥 파열…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돼야"

고가혜 기자 2023. 1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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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정밀안전진단 받을 수 있어 새옹지마"
정치권, 특별법 급물살…지자체도 "제정 촉구"
파손된 기둥. (사진=독자 제공)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신축 아파트였다면 암담했겠지만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는 노후화 단지라 이번 사건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신속히 받을 수 있게 돼 차라리 잘 된 듯 합니다. 추후 일산 신도시 재건축 진행시 해당 단지를 재건축 1호 단지로 추진할 명분도 준 듯 합니다."(일산 거주 주민 A씨)

일산·분당 등 노후도시의 재건축 연한을 낮추는 '1기 신도시 특별법'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일산 소재 노후 단지 중 한 곳에서 기둥 붕괴 사고까지 나자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21일 일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지하주차장 기둥 콘크리트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파손된 기둥은 벽면 시멘트가 떨어져 철근이 노출된 상태였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는 1994년에 준공된 건물로 파열된 기둥의 상층은 아파트 지상주차장으로 건물과 직접 연결된 기둥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고양시 안전점검자문단 위원인 장호면 세명대 교수는 "이번 기둥 파열의 원인은 부실공사로 추정된다. 콘크리트 타설 부분에 벽돌, 경화된 콘크리트 덩어리를 집어넣어 철근과 콘크리트 부착력, 인장압축강도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늑근(콘크리트 보의 주근을 둘러 감는 보강철근) 간격도 15㎝ 간격으로 해야 하는데, 30㎝로 간격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반침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곧바로 고양시는 현장을 통제하고 점검에 나섰으며, 아파트 관리주체와 협의해 이른 시일 내 전문기관의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주민들은 빠르게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이번 정밀안전진단에서 안 좋은 등급이 나오게 되면 최근 가속도가 붙고 있는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과 함께 재건축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단지에 거주하는 B씨는 "건물기둥이었다면 큰일이었겠지만 다행히 해당 기둥은 요즘처럼 건물 지하에 있는 주차장이 아닌 노상 주차장 밑의 지하주차장 기둥"이라면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30년이 지난 아파트다보니 이왕 사고가 일어난 김에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주민 C씨는 "안그래도 부동산에서는 대지지분 24.1평, 일반주거지역 3종에 중대형 아파트로 구성된 단지라서 재건축할 경우 1+1이 가능한 단지라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고를 재건축 시점으로 본다면 새옹지마가 될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일산신도시 전경. (사진=고양시 제공)


지난 3월 발의된 1기 신도시 특별법은 20년이 넘는 100만㎡ 이상 택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200% 안팎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는 방안이 핵심이다.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해당 단지가 있는 일산과 분당 등 5개 수도권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목동과 상계, 중계, 부단 해운대, 대전 둔산 등 전국 51개 지역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70~226%로 이미 법상에서 정한 용적률 상한선까지 모두 채운 상황이기에 해당 지역들은 특별법이 제정돼야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그동안은 야당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함에 따라 법안이 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계속 표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총선 정국을 앞두고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이 연내에 꼭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이에 야당 측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이 앞장서 연내에 1기 신도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달 22일과 29일 열리는 국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후계획도시특별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인 가운데, 주차장 기둥 파열 사고까지 터지며 특별법 통과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지자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법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1기 신도시 건립 시 일부 건설사의 안전이나 품질에 대한 인식 부족과 법률상 구조·시공 기준이 요즘에 비해 낮고, 공사 관리·감독 체계가 허술해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며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안전과 품질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며, 시민의 안전 확보와 불편 해소를 위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국회에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한편 내년을 목표로 별도의 1기 신도시 정비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내년 중 기본방침(국토부)·기본계획(지자체) 병행 수립, 선도지구 지정 등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내 특별법 통과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회의 법 통과를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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