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대성공하더니 검도 국대 선발전까지 나간 괴물 신인 배우

(Feel터뷰!) 영화 '만분의 일초'의 주종혁 배우를 만나다

11월 8일 다소 쌀쌀한 날씨에 배우 주종혁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모술수 권민우로 단숨에 인지도를 얻으며 행복한 한해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주종혁은 단숨에 떠오른 스타가 아닌 오랫동안 밑바탕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내공 있는 배우다.

단편 영화 <몽마>로 데뷔, <영 피플 인 코리아>, <어느날 갑자기>, <동경>, <전기기능사> 등 독립영화 장단편계를 휩쓸며 드라마 [D.P], [해피니스], [유미의 세포들]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다. [드라마 스페셜 2022-아쉬탕가를 아시나요]에서 드라마 첫 주연이자 로맨스 연기를 펼쳐 어떠한 장르와 역할도 맛깔나게 표현하는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개봉 전인 <한국이 싫어서>에서는 실제 뉴질랜드 유학 생활을 살려 실제 본인 같은 캐릭터를 선보였다.

영화 <만분의 일초>에서는 대한민국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 라인업에 올랐지만 분노를 품고 어쩔 바 모르는 ‘재우’를 연기해 호평 받았다.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꾹꾹 눌러 담고 있다가 조금씩 터지는 뜨거운 감정을 차가운 검도관의 마룻바닥마저 활활타오를 정도로 보여준다. 어릴 적 부터 태권도를 배웠던 만큼 스포츠 영화의 백미인 몸 쓰는 장면 뿐만 아니라 눈빛, 표정, 땀방울, 떨리는 공기까지 묘하게 잡아낸 연기가 극을 장악한다.


"검도의 차갑지만 뜨거운 매력에 빠져.."

-검도 소재의 영화 답게 검도를 배우고 검도 선수가 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촬영 두 달 전부터 저랑 문진승, 장준휘, 김용석 배우와 광화문 검도관에서 기본을 숙지했고요. 한 달 정도는 용인대 학생들과 합숙하면서 지냈는데요. 감독님도 합숙하면서 밤 마다 만나서 대본 이야기 나누고 그랬죠. 그때마다 생각나는 것들을 묻고 답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해 갔고, 넷이서 아이디어를 많이 공유했어요.

합숙은 운동인지 연기인지.. 군대온 줄 알았어요. (웃음) 어떻게 앉고 죽도를 잡고 호면 쓰는지 등 검도인의 자세를 배웠죠. 영화 보시면 발로 툭 칠 때 스텝을 세게 밟아야 했어요. 익숙지 않아서 발에 물집이 많이 생겼는데, 재우가 손에 물집 터지는 것처럼 힘이 많이 들어갔죠.에너지, 기세도 궁금해도 국가대표 검도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한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배우는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검도를 직접 배워보니 매력이라던지 이후 일상이 변화된 게 있다면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태권도장을 운영시거든요. 언젠가 태권도 선수를 맡길 원시긴 합니다만 (웃음) 검도와 태권도는 전혀 다르지만 스포츠 영화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 출연 결정을 하게 되었는데요. 검도에서 ‘묵상’이라고 하는데 앉아서 눈 감고 명상하는 걸 말해요. 촬영 끝나고 집에서 명상 해보려고 하니 잠이 와서 실패했어요. 검도관의 절제된 분위기에서 하는 묵상은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겹치면 없이 인상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한국이 싫어서>에서는 껄렁한 유학생이라 답답한 재우와는 전혀 다릅니다. 본인 스스로 변화를 즐기고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망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만분의 일초>는 ‘우영우’ 이전에 찍었어요. 영화 마지막 촬영 쯤 ‘우영우’ 전체 리딩을 했던 기억인데요. 우영우가 인기를 끌어버리니까 저도 모르게 감독님께 ‘지금이에요!’ 막 이러면서. 지금 개봉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는데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권민우 이미지가 많이 사라져서 재우를 더 잘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어요.

캐릭터는 비슷해 보여도 같아도 각각 다른 캐릭터라도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복이 차고 넘치게 많은 것 같아요. 독립영화도 많이 했고 해 놓은 것도 있는데 아직 보여드릴게 많이 남았어요. (웃음)

작품 선택기준은 읽어봤을 때 캐릭터의 매력, 흥미, 도전 의식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기분이 들때요. 캐릭터의 서사가 담겨 있고 반전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한 작품안에서 다채롭게 보일 수 있는 역할이 늘 욕심나요. 피도 눈물도 없는 진짜 악역, 사이코패스도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그런것도 어울리겠다는 말을 들어서 꼭 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신선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만, 책임감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베리어프리 영화제 홍보대사로 행사에 참여 한적이 있는데요. 영화제를 응원하고 홍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책임감도 들었습니다”

-재우는 큰 트라우마를 겪고 여전히 과거 속에 갇혀 지내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공적으로는 국가대표가 되어야 하고 사적으로는 복수를 해야하고요. 그 끓어오름의 균형, 재우를 만났을 때 어떻게 접근하셨는지, 김성환 감독님의 디렉팅도 궁금합니다.

“대사가 많지 않은 인물이라 혼자만 연기해야 되나 생각했었는데요. 감정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기구한 운명에 안쓰러웠어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수를 만나면서 트라우마를 감추고 본인만 꾹꾹 눌러 담잖아요. 누구나 아픔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표출하는 사람, 잊으려는 사람, 안고 가는 사람이 있잖아요. 재우는 담아두고 가는 사람, 제대로 표출 못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목표는 결국 하나에요. 태수를 이겨야만 국가대표도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재우는 국가 대표 보다는 태수와의 관계성에 더 매달려갑니다. 원수였던 사람과 같이 있어야하니 악바리가 되어가는 거죠. 재우는 자주 손을 떠는데 감정이 떨리는 것도 있지만 감정을 놓지 못한 상태이기도 한 겁니다. 후반에 태수를 때렸을 때도 해소되지 않거든요. 복수가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죠”

-아버지와의 관계가 태수의 관계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의 전사는 아역배우가 연기해서 글로 접근을 했어야 했는데요. 초고 때부터 수정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했어요. 오롯이 원망만 있으면 안되겠기에 추후 아버지를 대면하는 재우의 마음을 반영해야 했죠. 한 검도인으로 마주하면 아버지를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고 시간이 지나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장준휘 배우를 이상적인 아버지, 김용석 배우를 그리운 형으로 설정했어요.”

-재우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형에 대한 그리움이 큰 인물인데요. 어머니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어머니는 유일한 가족인 동시에 보듬어야하고 무조건 지켜야하는 존재에요. 어머니가 계속 다 그만두고 돌아오라는 권유를 무시하는 이유가 되겠죠. ‘어머니를 지키는 일이야’라면서 자기 합리화라는 길이기에 어릴 때도 아버지를 찾아서 꼭 데려가겠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태수와 처음 대련하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잖아요. 한 쪽은 분노가 장전된 상황이고 한 쪽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데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셨는지요.

“첫 대련 할 때 태수는 인사를 해도 재우는 안하고 쳐다보고만 있어요. 드디어 마주한 재우의 감정, 그때부터 긴장이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죽도로 코싸움을 하는데 그저 재우는 이기려고 퍼붓기만 하잖아요. 길게 찍었지만 둘의 인상적인 첫 만남을 위해서는 그 긴장감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재우는 실제 성격과는 정반대 성향이시네요. (웃음)

“맞아요. 감독님이 제가 미국 스웩이 있다면서..(웃음) 움직임이 재우스럽지 않다고 하셨거든요. 무언가를 저는 빨리 잊어버리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해요. 즐겁게 살아야 좋다고 생각하는 타입이거든요. 근데 저.. 지금 인터뷰 잘 하고 있는 거 맞나요? 확인 받고 싶어하는 타입이라 자꾸만 묻게 되네요. (웃음) ”

-태수의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의 악의가 불편할 수 있잖아요. 태수 역할을 맡은 문진승 배우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태수는 목소리 톤도 항상 일정하고 차분해요. 재우의 감정만 들끓고 있었는데요. 문진승 배우와는 합숙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무엇보다 육체적으로 힘들다 보니 챙겨주기 바빴습니다”

-신인 때 <만분의 일초>에 발탁되었다고 들었어요. 스스로 감독님에게 어필했던 주종혁 배우만의 장점이 있을까요?

“아.. 제가 저를..? (웃음) 부끄럽지만 항상 열려 있고 수용하려고 노력해요.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합니다. 제 고집 보다는 많은 의견 중에서 고르는 성향이 큰 것 같아요. 아직 많이 안해봐서 연기에 정답은 없고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것마저도 얕은 생각일까봐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한국이 싫어서>에서는 유학시절 때 한 친구를 모방했었거든요. <만분의 일초>는 제가 잘 했다기 보나 모두가 잘한 영화입니다. 두 번 보면서 느낀 건 연기에 부족함이 보이지만 재우의 감정선을 대사 없이도 드러낸 것 같아요. 그걸 또 관객들이 잘 받아들여 주셨고 검도와 접목도 잘 돼서 감사합니다”

-<만분의 일초> 재우를 통해 주종혁 배우가 듣고 싶은 반응도 궁금해요.

“음.. ‘연기 잘한다, 인물에 공감된다, 잘 표현했다’ 그런 말 듣고 싶어요. 또는 ‘주종혁의 색다른 모습이구나’ 같은 말이요. 결국 관객의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칭찬 받는 것도 좋지만 모든 현장 스탭들과 함께 열심히한 것을 보상 받는 기분이 더 좋아요.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즐겁고 행복하고 원동력이 돼서 뿌듯해하면서 받아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주종혁은 계속 발전하는 배우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행복한 일이 뭐냐는 질문에 ‘연기 칭찬’ 밖에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더 욕심 나고 호감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작은 소망도 생겼는데 다양한 작품도 하면서 그쪽 현장도 경험하고 싶어졌습니다”

-혹시 차기작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사람사는 이야기, 소소한 웃음과 감동이 있는 따뜻한 휴먼 장르 꼭 해보고 싶고요. 최근 찍은 작품인데 [비밀은 없어]라고 내년 상반기에 JTBC에서 방영되어요. 극 중에서 트로트 가수를 맡았는데요. (웃음) 많은 도전을 했던 작품인데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낸 애잔한 남자의 마음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제 곡도 있는데 음원 욕심도 살짝 있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요즘 극장이 예전 같지 않아요. 독립영화는 개봉관을 찾기 쉽지 않고요. 이런 시기에 작품이 개봉하는 부담도 크지 싶어요. <만분의 일초>를 볼까 말까 고민하는 예비 관객을 위한 말씀도 부탁드려요.

“<만분의 일초>는 두 인물의 심리가 부딪히면서도 잘 어울어지는 영화입니다.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할 것 같고, 그게 검도와 만나면서 폭발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요즘 영화계가 많이 힘든데, 어떤 영화든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희 <만분의 일초>도 많은 관심 가져주길 바랍입니다”

글: 장혜령

사진: (주)더쿱디스트리뷰션

만분의 일초
감독
김성환
출연
주종혁, 문진승, 이주연, 장준휘, 최민철
평점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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