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 송강호가 아니었어? '살인의 추억'을 있게 한 배우의 정체

연극 무대에서 봉준호의 페르소나까지

김뢰하는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도예를 전공하던 대학 시절, 우연히 마주한 노천극장에서 연극을 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조명이 비추는 무대와 배우들의 진지한 표정이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고, 그는 연극반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연기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1989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그는 이후 1998년 영화 <퇴마록>으로 스크린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과 대립하는 부두목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드라마에서는 2006년 <내 인생의 스페셜>을 통해 안방극장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에는 긴 무명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연극 무대에 서면서 한 달에 3만 원, 심지어 만 원을 벌던 시기도 있었고, 어떤 해는 연간 수입이 3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생계는 막막했지만 그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열정과 기쁨이 더 컸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그를 버티게 한 힘이었습니다.

김뢰하는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봉 감독의 초기 단편부터 <살인의 추억>, <괴물>까지 거의 모든 초창기 작품에 출연하며, 특유의 깊이 있는 연기로 영화에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그가 원작 연극 <날보러 와요>에서 이미 같은 역할을 맡아 연기하던 중, 봉준호 감독에게 먼저 '나중에 네가 영화로 만들어'라며 영화화를 제안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인 2006년에는 열 살 연하의 연극배우 박윤경과 결혼하며 늦깎이 인생의 또 다른 장을 열었습니다.

무대 위와 삶의 자리 모두에서 성실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배우 김뢰하. 그는 여전히 묵묵히, 진심을 담아 연기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