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과외보다 비싸다는 PT

새해 계획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삼대장. 책 읽기, 외국어 공부하기 그리고 운동하기! 그중에서도 매번 1순위로 뽑히는 게 바로 운동과 다이어트다. 연초에 헬스장이 가장 붐빈다고 하는데, 운동을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선 헬스장은 낯설고 어색한 공간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찾는 게 바로 퍼스널 트레이닝, 소위 PT라 일컫는 운동 수업인데, 이건 또 가격이 살벌해서 불만이 터져오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헬스장 PT는 왜 이렇게 비싼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보통 PT 가격은 헬스장마다, 선생님마다 제각각이긴 하지만, 10회 기준 서울 평균 7~80만 원, 전국 평균 5~60만 원대로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온라인에선 서울대생 과외비보다도 비싸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인데 왜 이렇게 비싼 걸까?

현직 트레이너로 활동중인 유튜버 머켈남님에게 의견을 구해봤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PT샵이 아닌 이상 가격을 정하는 결정권은 트레이너가 아닌 헬스장에 있다고 했다. 

유튜버 머켈남·현직 트레이너
“PT 격은 센터에서 나가는 월 관리비 같은 거나 직원 급여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거를 고려해서 회사에서 정해주는 PT 단가가 원래 있어요. 가급적이면 최저 단가라고 해서 더 깨뜨릴 수 없는 단가를 회사에서는 얘기를 해놔요. 그럴 경우는 트레이너도 그걸 따라야 되는 입장이죠”

헬스장이 PT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수익 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창업률과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예술·스포츠 서비스업인데, 헬스장과 개인 PT샵, 필라테스 교습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창업률이 높은 만큼 업종 내 출혈 경쟁도 심한 편이라서 주로 헬스장 이용권을 싸게 파는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저렴한 이용권 외 수익을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익 모델이 PT 회원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것. 보통 수강료의 60% 정도는 센터의 몫이라고 한다. 

헬스장은 초기 창업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150평 이상 헬스장은 최소 3억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고, 이 역시 저렴한 헬스장 이용권만으로는 회수하긴 어렵기에 PT 수강료로 충당하려는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트레이너 입장에서도 기본급은 낮고 수수료에서 커미션을 받는 시스템이니 가격도 높이려 하고, 나아가 PT를 강권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보이는 거다.

유튜버 머켈남·현직 트레이너
“트레이너는 운동만 알려주는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고 계시는데 사실 영업직에 가깝거든요. 트레이너의 월급은 PT 매출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매출 달성 구간이라고 있는데 그 구간에 따라서 그달의 수업료와 커미션 등이 달라지거든요”

또 단순히 가격에 대한 거부감보다도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은 경우가 잦아 불만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

유튜버 머켈남·현직 트레이너
“그만한 돈을 주더라도 가치를 전달받고 싶다는 게 큰 거거든요. 비싼 돈 내고 결제까지 했는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전문성과 서비스의 품질을 체감하게 되는 겁니다. 회원들을 돈으로 바라보는 트레이너분들도 꽤 있거든요. 1시간을 농담 따먹기 해서 보내는 분도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더 반성하고 개선해서 PT 인식이 나아지길 바랄 뿐입니다.”

PT가격은 정찰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시된 가격은 없지만 3년차 이하는 회당 5만 원 선 3년차 이상 10년차 이하는 회당 7~8만 원, 그 이상의 경력이나 선수출신, 유명 트레이너 등은 회당 10만 원 이상의 가격 형성이 기본적이라고 한다.

PT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실 수업에 대한 만족도만 높다면 어느정도 가격 부담을 지고서라도 지불할 고객들은 있을 거다. 기본기가 없는 개인이 운동을 시작하려면 숙련된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는 것과 유튜브보며 따라하는 건 차이가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헬스업계의 불량 트레이너들이 PT 수업 전체의 인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온라인에서 PT 후기를 읽어봐도 전문적인 교육을 원했는데, 그냥 운동 카운트만 한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자주 본다, 기본적인 시간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다 등 PT에 대한 불만이 유독 많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은 것도 가격에 대한 불만으로 작용하는 거다.

이런 업계의 사정 외에도 PT 가격이 비싼 더 근본적인 이유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PT는 운동선수나 연예인에게 수요가 국한되었던 반면, 이제는 일반인도 체형관리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바디프로필 촬영이 버킷리스트인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비싸긴 비싸도 PT를 받는 사람이 그만큼 있으니까 그 가격이 유지된다는 이야기다.

PT의 본질 자체는 운동을 배우는 것에 있겠지만, 요즘 PT는 어쩌면 ‘돈을 내고 운동할 의지를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