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과 수도권 전역이 지독한 불장 속에 갇혔다.
집값은 물론이고 전월세 가격까지 멈출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모양새다.
비록 상승 폭이 둔화했다는 통계 수치도 나오지만, 불길은 이미 서울 도심을 넘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이 미친 집값 폭등의 배후에는 예고된 위험을 빤히 보면서도 방치한 공급 부족이라는 부메랑이 있다.
아파트 하나만 바라보며 손을 놓고 있기엔 당장 터진 전세난과 수급 불균형의 골이 너무 깊다.
결국 시장을 진정시킬 마지막 히든카드로 공사 기간이 짧은 비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의 부동산 대란은 느닷없이 터진 돌발 악재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시장의 전문가들이 이대로 가다간 집이 심각하게 모자란다고 경고음을 울렸음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터진 전형적인 회색 코뿔소 현상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는 극에 달했고, 결국 수도권 전역의 매매가와 전세가를 밀어 올리는 최악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부가 뒤늦게 3기 신도시나 도심 재건축·재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당장 오늘 내일 들어갈 집이 급한 서민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주택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는 땅을 파고 뼈대를 올려 입주하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5~6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터진 전세난과 매수 대기 수요를 흡수하기엔 아파트 공급이라는 카드는 타이밍이 너무 늦다.

시간 싸움에서 밀리는 아파트의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유일한 돌파구는 결국 비아파트다.
공사 기간이 1~2년 안팎으로 짧은 다세대주택(빌라),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이 공급 가뭄을 해결할 단기 소방수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들은 도심 자투리 땅이나 역세권 부지를 활용해 신속하게 지어 올릴 수 있어, 전월세 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대안으로 꼽힌다.

비아파트 시장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정부도 대대적인 공급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동안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이 완전히 초토화되면서 공급 업자들이 시공을 포기하자, 정부가 세제 혜택과 대출 규제 완화라는 당근책을 들고나온 것이다.
주택 수 산정 제외나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비아파트 건설을 촉진하고 수요를 살아나게 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이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진입 장벽 앞에 좌절한 투자자와 실수요자라면 이제 시선을 넓혀야 할 때다.
정부의 비아파트 활성화 정책과 세제 혜택을 역이용하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도심 역세권에 위치해 직주근접성이 뛰어난 우량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향후 모아타운·신통기획 등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노후 다세대 밀집 지역의 매물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공급 절벽이 가시화된 2030년까지 비아파트를 주거 사다리와 틈새 투자처로 활용하는 안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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