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락에 투기촉진책 초강수 두었지만…中 부동산 버블 걱정 "사상 최대 하락"

[땅집고] “함께 잘먹고 잘살자”는 명분으로 집값을 잡기위해 대출 제한 등 규제정책을 총동원했던 중국정부.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투기 촉진책’까지 동원, 집값 살리기에 나섰다. ‘무소불위’라는 중국 공산당도 집값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신규 주택 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존 주택가격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부도를 내자, 한 건설 현장에서 분양대금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조선DB

■ 기존주택 가격 역대 최대폭 하락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7% 하락했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최대의 하락 폭이다. 1월부터 5월까지의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판매(면적 기준)는 20.3% 줄었으며 신규 부동산 판매는 28% 감소했다. 신규 착공(면적 기준)은 전년 대비 24.2% 감소했고 부동산 개발업자가 조달한 자금은 24.3% 줄었다.

로이터 통신은 5월의 주택 가격이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은 투자은행 맥쿼리 은행의 통계를 인용해 중국의 주요 70개 도시의 기존 주택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7.5% 하락했다고 전했다. 역대 최대의 하락 폭이다.

■ 집값 잡겠다고 총력전 폈던 중국의 돌변

“집은 거주하기 위해 사는 것이지 투기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만해도 부동산 시장의 투기 과열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시주석이 ‘함께 잘먹고 잘살자’는 이른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강조한 것은 집값으로 인한 사회갈등을 막고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였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하 경기침체를 막기위한 저금리 정책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은 한국 문재인 정부를 뺨치는 듯했다. 중국 상하이시가 위장 이혼을 통한 주택 투기 방지 등 대책을 발표했다. 부부가 이혼 후 3년 이내에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보유주택 수에 이혼 전 보유 주택을 포함하는 내용이었다.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들은 투기 방지를 위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을 분양한다. 그런데 위장이혼으로 무주택 조건을 만들어 주택을 분양받는 방식으로 주택 4채를 구입한 사례가 적발돼 나온 대책이다. 상하이시는 분양 주택구입후 매매금지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강남 8학군처럼 중국의 명문학군 탓에 집값이 오른다고 근거리 학교 배정 원칙도 바꿨다. 중국은 명문 학교에 입학가능한 주택을 일컫는 '쉐취팡'(學區房)이라고 하는데 다 쓰러져가는 집의 가격이 2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중국정부는 2021년 1월 대출 총량제도 도입했다. 1990년 끝없이 치솟던 일본의 버블을 붕괴시킨 초강력 규제이다. 당시 중국 금융당국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기업 융자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은행대출 전체 잔액 중 부동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돈줄을 죄는 것이다. 백약이 무효라던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일본처럼 총량규제 앞에서 싸늘하게 식어갔다.

■ 집값 폭락하자 부동산업체 줄지어 도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조선DB

총량규제는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부동산 기업에 치명타를 날렸다. 민간 1위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이 부도위기에 처했다. 헝다와 함께 1,2위를 다투던 비구이위안(碧桂园)도 부도를 냈다. 대형업체들의 자금난으로 아파트 공사지연과 중단사태가 잇따르자 모기지 상환 거부 운동도 확산됐다. 중국도 한국처럼 선분양하는데, 계약을 하면 30% 정도의 계약금을 일시불로 내고 나머지는 주택담보대출로 상환한다. 부동산업체가 부도를 내면 그동안 납입했던 돈을 되돌려 받을 방법이 없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완성 상태로 방치된 주택이 중국 전역에 200만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큰 문제는 부동산버블 붕괴가 중국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반한 ‘콘크리트 의존형’ 경제이다. 중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유재산인 토지 사용권을 매각해서 재원으로 활용한다. 토지사용권 매각 자금이 2020년 기준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약 46%를 차지한다.

부동산 시장 냉각이 지속되면 토지매각이 불가능해지고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산업이 GDP 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하고 부동산이 중산층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60~70%이다. 부동산 가격 장기하락은 지방 정부의 파탄은 물론 중산층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국가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는 진정한 ‘토건국가’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 중국공산당의 배신, 다시 쏟아진 투기조장정책

투기만은 막겠다던 중국은 이제 투기 촉진책을 쓰고 있다. 수도 베이징이 최근 13년 만에 구매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나섰다. 투기를 막기위해 베이징에 집이 없고 5년 이상 베이징시에서 사회 보험이나 개인 소득세를 납부한 경우에 주택을 1채만 살 수 있게 제한했다. 베이징시는 앞서 다양한 부동산 시장 완화책을 내놨다. 대출 완화, 계약금 비율 인하 등을 실시했고 지난 3월에는 이혼 후 3년간 신규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베이징시를 포함해 중국 내 29곳의 대도시 중 22곳이 구매 제한 정책을 폐지한 상태다.

인민은행은 또 개인 차원의 주택구매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첫 번째, 두 번째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대출 금리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고, 계약금 비율도 첫 주택은 기존 20%에서 15%로, 두 번째 주택은 30%에서 25%로 완화했다.

전국에 산재한 미분양 주택을 지방 정부가 직접 매입해 임대 주택 등으로 전환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침체로 발생한 미분양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정부가 직접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정책은 나온 적이 없다.

글=차학봉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