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억의 무게' 엄상백.. 먹튀 꼬리표 떼내려면?

[민상현의 인사이드피치] ‘먹튀’와 ‘필승 카드’ 사이… 엄상백의 두 번째 시즌

사진=한화이글스(출처: 이하 동일)

- 15일 SSG전 3이닝 무실점 호투... 팔 각도 수정하며 잃어버린 구위 회복 중

- "내가 가장 안 좋았다"는 뼈아픈 자성, 78억 FA의 '진짜' 한화 시즌은 이제부터

- 문동주 부활과 왕옌청 가세, 황준서와의 경쟁.. 좁아진 선발문을 뚫으려면 '압도적'이어야 한다


야구에서 숫자는 종종 선수의 운명을 결정한다.

특히 그 숫자가 계약 금액이라면 더 그렇다.

4년 78억 원

지난해 체결한 이 숫자는 지금도 투수 엄상백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다.

그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기대치는 분명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안정시키는 카드. 최소한 두 자릿수 승리를 책임질 투수.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5시즌 엄상백의 성적표는 냉정했다.

2승 7패, 평균자책점 6.58.
이닝도 줄었고, 피안타율은 높아졌다.

결국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이름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사라졌다. FA 첫해 치고는 꽤 쓰라린 결말이었다.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KB REPORT

야구에서는 이런 순간을 두고 흔히 말한다.

“돈값을 못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선수에게 가장 잔인한 평가이기도 하다.

선발 로테이션의 문은 좁다

2026시즌을 앞둔 한화의 선발 구성을 보면 엄상백의 현실이 보인다.

국내 선발진 맨 앞에는 백전노장 류현진이 있다. 그 뒤에는 파이어볼러 문동주가 버틴다.

여기에 새 외국인 투수들과 아시아쿼터 카드까지 더해지면서 선발 로테이션은 이미 꽉 찬 상태다.

젊은 좌완 황준서도 만만찮은 경쟁자다.

이쯤 되면 질문이 하나 생긴다.

올시즌 엄상백의 자리는 어디일까?

현실적으로는 불펜이다. 그것도 단순한 롱릴리프가 아니라 경기 중후반을 맡는 카드.

선발 실패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또 다른 역할이다.

작은 신호, 그러나 의미 있는 투구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나온 장면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팀 자체 청백전에서 엄상백이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피안타는 없었다.탈삼진은 네 개.

구속도 140km대 중반을 안정적으로 찍었다.

무엇보다 투구 템포가 빨랐다. 지난 시즌 흔들리던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 장면 하나로 모든 평가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야구에서는 이런 작은 변화가 시즌 전체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엄상백에게는 더 그렇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도 3이닝 무실점 호투가 이어졌다.


올시즌 한화가 필요로 하는 투수

한화의 2026 시즌 투수진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선발은 탄탄하다.문제는 중간 다리다.

마무리 김서현 앞에서 경기를 정리할 카드가 부족하다. 바로 그 자리가 현재 엄상백에게 열려 있는 자리다.

선발로 5~6이닝을 던지는 투수와불펜에서 1~2이닝을 지우는 투수는 전혀 다른 유형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엄상백의 구종 조합은 오히려 후자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짧게 던질 때 더 살아나는 구속.타자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

불펜 투수로 재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결국 답은 하나

엄상백의 2026 시즌 목표는 단순하다.
선발이든불펜이든어떤 자리에서도 버티는 것.

FA 계약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마운드 위의 결과다.


78억이라는 숫자는 여전히 그의 이름 앞에 붙어 있다.

그러나 야구에서 숫자를 지우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1군 마운드 위에서 투구로 증명하는 것.

그리고 그 시험은 아직 3년이 남았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엄상백의 프로 통산 기록

출처: KBO 기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