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약점으로 꼽히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이 전례 없는 낸드플래시 불황이 장기화하며 부침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쌓은 순손실은 누적 7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적자 탓에 솔리다임은 올해 3분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낸드플래시 시장이 내년에도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솔리다임의 어려운 경영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내년에도 실적 부진에 처한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의 현금흐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나오는 솔리다임(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의 요약 재무상태는 총자산 12조9943억원, 총부채 13억4578억원으로, 회사가 지는 부채가 가진 자본을 웃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4분기부터 대규모 분기 순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해 3조3257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봤고 올해 3분기까지 3조6724억을 추가로 쌓았다. 올해 4분기에도 솔리다임이 조단위 적자를 보게 되면 누적 순손실이 인수대금과 비슷한 규모까지 치솟게 된다.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가져오며 지급하기로 한 총인수 대금은 약 90억달러(약 11조7000억원)다.

적자 폭이 커지며 총자본이 줄어드는 속도도 가팔라졌다. 솔리다임의 총자본은 지난해 말 3조1416억원 규모로 전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더니 올해 1분기(2조3520억원), 2분기(9841억원), 3분기(-4635억원) 잇달아 감소했다.
솔리다임의 실적 악화는 유례없는 낸드플래시 시장 불황 탓이다. 솔리다임은 주로 서버에 탑재하는 기업용 SSD를 제작하는데, 경기 불황에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서버용 SSD 구입을 꺼리며 업황이 악화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을 타고 일반 서버 대신 AI 서버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생성형 AI 중심 컴퓨터 구조에서 활용도가 적은 낸드플래시는 찬밥 신세가 됐다.
솔리다임은 올해 7월 생산규모를 24% 감축하는 등 공급조절에 나섰다.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 하락세를 둔화할 수 있지만, 매출이 줄면서 감가상각비를 비롯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며 단기간에 적자가 확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업용 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합산 매출은 3억7400만달러(486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8.3% 감소했다. 3분기에도 업황이 추가로 악화하며 매출은 전분기 대비 두자릿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보고 있다. 내년에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현금 원가 이하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솔리다임의 부진은 SK하이닉스에도 걸림돌이다. 누적 적자만 7조원이 넘는 데다 내년 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인수를 위한 잔금 약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오는 2025년 1분기에 치러야 한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대금을 제외하고도 약 10조원가량을 유상증자와 대여금으로 투입한 상황에서 솔리다임으로 인해 까먹는 현금이 불어나고 있다.
SK하이닉스 자체적으로는 내년 설비투자로 올해보다 50% 늘어난 약 10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부진이 아니었다면 보다 적극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적자를 보면서 SK하이닉스가 D램 부문에서 약진한 효과를 100% 보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 고대역폭메모리(HBM) SK하이닉스가 선점한 영역에서 삼성전자의 추격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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