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검은 사막에서 찾은 유해란의 극적 '터닝 포인트'

[골프한국] 유해란(24)이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될 대사건을 만들어냈다. 1주일 전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앳 칼턴우즈에서 막을 내린 시즌 첫 메이저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1, 3 라운드 선두에 나섰다가 허무하게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 고개를 떨구었던 유해란이 2~5일 미국 유타주 아이빈스의 블랙데저트 리조트코스(파72)에서 열린 올해 창설 블랙데저트 챔피언십에서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유해란은 5일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6개로 8타를 줄이고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 공동 2위 인뤄닝(중국)과 에스더 헨젤라이트(독일)를 5타차로 따돌리고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째다. 한국선수로는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한 김아림(힐튼드랜드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과 김효주(포드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3번째다.
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고 퀄리파잉 토너먼트 수석으로 2023년 LPGA투어에 입성한 유해란은 루키 시즌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첫승을 신고하며 신인왕을 차지한 뒤 2024년 9월 FM 챔피언십에서 고진영과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우승상금 45만 달러(약 6억 3000만원)를 거머쥐어 3시즌 만에 LPGA투어 통산 상금이 517만 3598달러를 기록했다.
유해란의 최종 라운드는 완벽 그 자체였다. 나흘 동안 보기 하나밖에 안낸 거의 무결점 라운드였다. 3일 연속 이글도 잡았다. 4라운드 생애 최저타 기록이 23언더파인데 이번에 26언더파를 쳤다. 지난주 셰브론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이글 기회를 맞고도 버디를 못해 우승을 놓친 인뤄닝(중국), 에스터 헨젤라이드(독일), 리유안(중국), 다케다 리오(일본),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등의 거센 도전이 있었으나 그는 예전의 유해란이 아니었다.
무엇이 유해란을 변하게 했나 곰곰이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게 걸음걸이였다. 전에는 약간의 팔자걸음에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흐느적거리듯 걸었다. 단호함이나 결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선지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고 슬그머니 놓치는 일이 잦았다.
이번엔 달랐다. 그동안의 안타까운 시행착오가 담금질 역할을 했는지 걸을 때 몸을 흔들지 않았고 걸음걸이도 한결 힘차고 당당했다. 미스샷을 냈을 때 전에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게 담담하게 소화해 냈다. 우승 후 영어인터뷰를 할 때도 서툰 영어였지만 당당하고 즐겁게 해냈다.
블랙데저트 챔피언십에서 터닝 포인트를 찾은 유해란이 이미 LPGA투어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김아림과 함께 한국 여자골프의 새로운 물길을 이끄는 주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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