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70을 둘러싼 안타까운 현실이다. 2017년 화려하게 데뷔했던 이 중형 세단이 이제는 사실상 단종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업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G70의 국내 판매량은 고작 1,069대. 7월 판매량은 71대로 하루 평균 2.3대 수준이다. 전국의 제네시스 전시장을 모두 합쳐도 하루에 G70을 3대도 팔지 못한다는 뜻이다.

같은 제네시스 브랜드 내에서도 격차는 극명하다. 형제 세단 G80은 7월에 2,711대가 팔렸다. G70의 38배다. 7월에 GV70은 2,444대, GV80은 2,157대, G90은 579대가 팔렸다. 브랜드는 같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G70의 몰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출시 초기인 2018년 1만 4,417대, 2019년 1만 6,975대로 선방했지만, 2020년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2020년 7,910대, 2021년 7,429대, 2022년 6,087대, 2023년 4,320대, 작년 2,371대로 해마다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참혹한 판매 실적이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이 G70의 2세대 모델 개발을 중단하고, 향후 2~3년 내 생산을 종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이 G70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성능만 보면 결코 나쁜 차가 아니다. 2.5L 터보부터 3.3L V6 트윈터보까지, 최고출력 304마력에서 370마력의 강력한 엔진을 탑재했다.

하지만 가격은 4,281만 원부터 5,023만 원까지로 결코 만만하지 않다. 전장 4,685mm의 컴팩트한 크기 대비 높은 가격과 복합연비 8.8~11.2㎞/L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시장 트렌드의 변화였다. 세단보다는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그리고 프리미엄 세단을 찾는 고객들조차 더 큰 크기의 G80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G70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세단이라는 애매한 포지션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1년 영국에 진출했지만 3년 만에 철수했고, 미국에서는 올해 4월부터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가격 경쟁력마저 잃었다.

2017년 기아 스팅어와 함께 국내 프리미엄 중형 세단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던 G70. 하지만 스팅어는 작년 4월 이미 생산을 중단했고, 이제 G70마저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자체는 성공했다. G80과 GV80, GV70은 모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중형 세단이라는 카테고리에서만큼은 제네시스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좋은 차였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G70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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