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대한 겸손·존중 담은 집

조회수 2023. 3. 8. 09: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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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신탄진 주택, 겸양지가謙讓之家

1980년대에 조성된 오랜 단독주택 단지의 중앙에 위치한 새 집, 겸양지가謙讓之家는 세련됨을 유지하면서도 이웃들과 조화를 잘 이뤄 푸근하다. 건축주의 아버지와 함께 삼대가 사는 이 집은 넓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용적인 공간 계획으로 가족 이외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도 여유로울 만큼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글 사진 노철중 기자 | 자료 아림주택건설

HOUSE NOTE

DATA

위치  대전광역시 신탄진동
지역/지구
도시지역, 제1종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일반 목구조
대지면적  
186.3㎡(56.36평)
건축면적  
105.5㎡(31.92평)
연면적
185.43㎡(56.09평)
         
1층 102.6㎡(31.04평/주차장 22.22㎡ 포함)
         
2층 82.83㎡(25.06평)
         
다락 19.6㎡(5.93평)
건폐율
56.39%
용적률
87.61%
설계기간
2022년 1월 ~ 6월
시공기간
2022년 7월 ~ 11월
설계  모모건축사사무소
momo4arch@gmail.com
                                
www.momoarchitecture.com
시공  아림주택건설
031-8016-0696 www.arimhousing.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칼라 강판 평이음
            
외벽 - 칼라 강판 평이음, 세라믹 사이딩
            
데크 - 현무암
내부마감
천장 - 합지
            
내벽 - 합지
            
바닥 - 강마루
단열재
지붕 - 수용성 연질 우레탄폼
         
외벽 - 인슐레이션 R23
         
내벽 - 인슐레이션 R19
         
중단열 - 인슐레이션 R23
계단실
디딤판 - 레드오크 집성판
         
난간 - 평철
창호  
시스템창호
현관문
플레트글래스 MS28
조명  
LED
주방기구
리바트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대성셀틱

건축주는 홀로 지내는 아버지와 장모님을 모두 모시고 살만큼 크고, 층간 소음 걱정 없는 집이  필요했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 시대에 놀러가지 않아도 집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집을 짓고 싶었다.

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이트 톤 수납장과 중문을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방에서 거실 쪽을 바라봤을 때 보이는 장식장은 일종의 가림막으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이 동네는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와 분위기가 비슷해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건강한 몸과 생각이 형성되길 바라고, 사람 냄새 나는 곳을 만들어 타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어요.”

아버지방은 침대와 간단한 가구들로 심플하게 꾸몄다.

그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동네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융화’를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한다. 인심도 많이 얻은 덕분에 이사 때 이웃들로부터 많은 선물도 받았다. 이 집을 설계할 때부터 이웃 간 서로 존중하는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실은 남쪽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오를 때마다 따뜻하고 화사한 느낌을 받는다.

설계자는 “주변 주택들과 30년이라는 세월 차이가 있는 새 집이 마을 한가운데 새롭게 들어서기 때문에 위화감이 들지 않고, 오픈 스페이스를 최대한 공유하되 영역을 구분해 이웃 간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집을 설계하기로 했어요.”라며 “집 내부에서도 가족들 간의 세대 차이가 있지만, 분위기나 공간적으로 삼대가 편안히 소통하며 서로의 영역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먼저 인사하는 집

주택을 특정 위치에서 바라보면 건물이 마치 인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 천영택 작가

겸양지가는 대지 위에 바르게 서 있는 일반 건물들과 다를 바 없지만, 특정 위치에서 보면 마치 건물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따라서 겸양지가의 부제는 ‘먼저 인사하는 집’이다. 주말이면 이 집에 동네 아이들이 자주 놀러온다. 2층에 있는 방, 가족실, 다락 등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된다. 게다가 담장도 없으니 동네 주민들에게 주는 위화감도 없다.

“이사 후 동네 아이들과 놀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바로 리더십인 것 같아요(웃음). 우리 집에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 거니까 그 또래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자연스럽게 대장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뿌듯했어요.”

주방·식당은 전체적인 화이트 톤에 분홍색을 포인트로 사용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건축주는 동네에서 반장을 할 만큼, 이미 마을에 융화됐다. 집이 먼저 인사를 하니 자연스럽게 동네 사람들도 마음을 열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거실에는 쇼파를 제외하고 가구를 거의 두지 않음으로써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인들과 바비큐 장소로 자주 활용되는 2층 발코니는 지붕의 꼼꼼한 각도 설계 때문에 주택 앞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내부를 들키지 않는다. 또, 2층 방의 창문도 앞집과의 거리와 시각 등의 계산을 통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도록 설계했다.

2층 안방도 가구를 최소화했으며, 지붕의 형태에 따라 창 모양을 낸 것이 특징이다.

따뜻한 분홍색 인테리어

2층 발코니는 시각적인 설계로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겸양지가는 남향이다. 건축주가 온·냉풍기를 설치했는데, 에어컨 기능만 있는 것으로 설치할 걸 실수했다고 후회할 정도로 따뜻하다. 벽은 대부분의 화이트 톤의 합지를 사용했고 바닥은 강마루로 통일했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두지 않아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집의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분홍색 인테리어다. 주방의 싱크대와 거실의 커튼, 모두가 분홍색이다. 분홍색은 건축주 아내가 선택한 것으로, 집 전체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거의 연출해 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아이들 방은 특색 있는 2층 침대, 일정하지 않은 지붕 모양 등으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2층 가족실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며, 건축주 4식구만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기도 하다.

1층은 개인 공간인 아버지방과 공용 공간인 거실, 주방이 공존한다. 하지만 입체적으로 두 공간을 분리해 프라이버시 확보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계획했다. 현관 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에 아버지 방이 위치한다. 거실·주방과 아버지 방 사이에는 일종의 가림막 역할을 하도록 나무 장식장을 만들어 배치했다. 1층 계단에도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2층 자녀들 공간과 확실히 구분되도록 했다.

2층 복도 끝에는 붙박이장처럼 숨어있는 미니 주방이 있다.

2층은 건축주 부부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부부가 사용하는 안방이 있고,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도 있다. 아이들방, 가족실, 아내를 위한 특별 공간 등 총 네 개의 공간이 배치됐다. 2층의 천장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2층 실들의 형태가 개성을 가진 것은 전적으로 다양한 지붕 모양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주택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미니주방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붙박이장처럼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 문을 열면 주방 일을 할 수 있다. 냉장고와 식탁은 가족실에 두어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간단한 조리 보조를 돕는 미니주방
2층 파우더룸의 유리문을 열면 1층 세탁실로 빨래를 던질 수 있는 재미있는 통로가 있다.

도심 속 시골 동네

이 주택의 또 다른 숨은 한 컷은 1층 주방 옆에 붙어 있는 세탁실과 2층 파우더룸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2층에서 빨래를 연결된 통에 집어넣으면 바로 1층 세탁실로 떨어진다. 미니주방, 빨래 던지는 통 등은 건축주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작은 공간 하나라도, 주변의 작은 인심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2층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다락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꾸몄다.

건축주는 ‘도심 속 시골 동네’를 꿈꾼다고 한다. 먼저 인사하는 집, 겸양지가는 이러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결국, 아파트와 달리 사람들과 어울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서와 감정이 넘쳐나는, 그야말로 사람 냄새 나는 동네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겸양지가는 완성형 주택이 아니다. 주변 환경을 바꾸고, 반대로 주변 환경에 적응해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주택이다.

거실 통창이 난 쪽에는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간이 담장을 설치했다.
차 2대를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돋보인다.
앞집 옥상에서 바라본 주택의 전경. 주택의 특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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