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샤를리송, 월드컵 데뷔전서 묘기같은 원더골... 세계가 ‘깜짝’

김민기 기자 2022. 11. 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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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의 별]
브라질 히샤를리송, 월드컵 데뷔전서 멀티골

마약이 득실거리는 마을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았던 가난한 소년이 커서 월드컵 무대를 휘저었다. 손흥민(30)의 토트넘 동료인 브라질 공격수 히샤를리송(25)이 그 주인공이다.

축구인가 태권도인가 - 브라질의 히샤를리송이 25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점프를 해 몸을 180도 돌려 머리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공을 차는 이른바 ‘시저스 킥’을 시도하고 있다. 히샤를리송은 이 골을 포함해 두 골을 몰아넣었다. 월드컵 데뷔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EPA 연합뉴스

히샤를리송은 25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세르비아와 벌인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 선발 출전, 두 골을 몰아치며 2대0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 브라질은 세르비아(21위)를 상대로 전반 초반부터 공세를 폈지만 슈팅은 상대 골키퍼에게 번번이 막혔고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도 따랐다. 히샤를리송이 팽팽한 균형을 깼다. 그는 후반 17분 상대 골키퍼 선방에 튕겨 나온 골을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뽑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명품 터닝슛

두 번째 골은 백미(白眉)였다. 후반 28분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히샤를리송은 동료가 왼쪽에서 건네준 공을 왼발로 받아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 몸을 180도 돌려 오른발로 대포알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벼락 같은 슈팅보다 한 박자 늦었고, 공은 골대 왼쪽에 꽂혔다. 히샤를리송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뒤 포효했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달려와 그를 축하해줬다.

25일 월드컵 데뷔전서 세계가 ‘깜짝’ 놀란 브라질 대표팀 히샤를리송의 묘기같은 원더골은 준비된 슛이었다.SNS에 올라온 그의 원더슛과 꼭 닮은 연습 장면 모습이 결코 이 날의 슛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트위터 @Daiany_Aguiarr

히샤를리송의 두 번째 골은 이번 월드컵에서 지금까지 나온 골 중 가장 환상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국 BBC는 “완벽한 기술로 막을 수 없는 골을 뽑았다. 히샤를리송은 그가 왜 치치 브라질 감독의 신뢰를 받는지 증명했다”고 25일 보도했다. 국내 중계진도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나온 골 중 가장 아름다운, 환상적인 골”이라며 탄성을 질렀다. 히샤를리송은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데뷔전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톡톡히 알렸다.

◇마약 소굴서 자란 소년, 세계 스타로

히샤를리송은 1997년 브라질의 노바베네시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석공(石工), 어머니는 청소부였다. 가난한 집안의 다섯 아이 중 맏이였던 히샤를리송은 어릴 때부터 아이스크림·초콜릿을 팔며 부모님을 도왔다.

그의 또래 친구 대부분은 마약에 손을 댔다. 집 근처 골목에서 수시로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마약이 흔했다. 10대 시절 마약상이 히샤를리송을 보고 마약을 훔치려는 줄 알고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일도 있었다. 마약을 취급하면 아이스크림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범죄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히샤를리송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공을 만졌고, 잠재력을 인정받아 2013년부터 브라질의 한 클럽에서 축구를 배웠다. 2015년 데뷔한 그는 짧은 시간 동안 기량이 급상승하면서 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왓퍼드에 입성했다.

◇히샤를리송에게 2022년은 최고의 해

올해 히샤를리송은 어린 시절부터 간직했던 꿈들을 이뤘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둔 7월 에버턴에서 토트넘으로 둥지를 옮겼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리그 4위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따놓은 상황. 히샤를리송은 9월 마르세유와의 경기에 나서며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UCL 출전을 이뤘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히샤를리송은 경기장을 찾은 가족을 부여잡고 눈이 부을 정도로 펑펑 울었다.

그리고 이달 초엔 브라질 월드컵 명단에 포함되며 다시 한번 가족들과 기쁨을 나눴다. 6월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국내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던 히샤를리송은 종아리 부상으로 카타르행이 불분명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치치 감독은 최근 국가 대표팀에서 폼이 좋은 히샤를리송을 잊지 않고 발탁했다. 가족들과 명단 발표 방송을 보던 그는 부상을 잊은 듯 펄쩍 뛰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할 줄 아는 히샤를리송은 첫 월드컵 무대, 첫 경기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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