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SUV 크기에서 대형 MPV 수준의 실내공간을 구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기아자동차가 최근 공개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더 기아 PV5’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현실적 답안을 제시한다. 전기차만의 구조적 장점을 극대화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공간 효율성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PV5의 핵심은 PBV 전용 전동화 플랫폼 ‘E-GMP.S’에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엔진룸과 변속기가 차지하던 공간을 모두 승객과 화물을 위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운전석을 차량 최전방에 배치하고 완전히 평평한 바닥을 구현함으로써 같은 차체 크기에서도 훨씬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실제 수치로 살펴보면 PV5는 전장 4,695mm, 전폭 18,95mm로 스포티지(4,685 ×1,865mm)와 유사한 크기다. 하지만 2,995mm에 달하는 축거를 바탕으로 3열 좌석에서도 머리와 다리 공간을 각각 1,000mm 이상 확보했다. 이는 카니발(5,155 ×1,995mm)에 육박하는 실내공간 활용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물 적재 능력 또한 인상적이다. 카고 롱 모델 기준 최대 4,420리터의 적재공간을 확보했는데, 이는 동급 내연기관 상용차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PV5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이다. 루프, 도어, 테일게이트 등 주요 차체 부품을 모듈화해 최대 16가지 바디 조합이 가능하다. 승용 목적의 패신저 모델에서 화물 운송용 카고 모델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용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 자동차 제조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사한다. 완성차 업체가 표준화된 차량을 대량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에서, 고객의 개별 요구에 맞춰 맞춤형 차량을 제공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PV5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전기차 세제혜택과 각종 보조금을 반영하면 패신저 모델은 3,000만 원 중후반대, 카고 모델은 2,000만 원 중후반대부터 구매 가능하다. 같은 공간을 제공하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상당한 가격 우위를 점하는 셈이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전기차는 높은 가격 때문에 일부 얼리어답터나 법인 고객에 한정됐지만, PV5처럼 실용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모델이 등장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자녀 가구나 소상공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차 수준의 공간을 중형차 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PV5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혁신적인 공간 활용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한 이 차량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나아가 글로벌 PBV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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