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실화냐? 정의선, 인도에서 찾은 반전 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25%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인도에서 돌파구를 찾고 나섰다.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인도를 북미 다음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타운홀미팅을 마친 후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글로벌 판매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도 시장의 위상 변화다. 글로벌 판매량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15%로 유지하되, 유럽과 함께 북미(26%) 다음 핵심 시장으로 격상시켰다. 반면 북미는 기존 29%에서 26%로, 국내는 17%에서 13%로 각각 축소했다.

인도 정부 세제 개편이 기회

인도 전략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현지 정부의 세제 개편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새로운 간접세 제도 GST(상품·서비스세) 2.0을 시행했다. 소형차 세율을 28%에서 18%로 대폭 낮춘 것이 핵심이다.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현대차는 제도 시행 첫날인 22일 차량 1만1000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월 판매량 6만501대의 6분의 1을 하루 만에 기록한 것이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업계가 수십 년 만에 경험한 가장 큰 세금 인하”라고 평가했다.

올해 100만대 생산체제 완성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 푸네 공장 가동을 통해 현지 100만대 생산체제를 완성한다. 2023년 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의 연간 생산 목표는 25만대다. 기존 첸나이 공장 75만대와 합쳐 100만대를 넘는 규모다. 이는 미국 내 현대차그룹 전체 생산능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의선 회장도 푸네 공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푸네 공장은 현대차에 있어서 의미가 큰 거점이 될 것”이라며 총리를 준공식에 초청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투입으로 풀라인업 구성

현대차는 인도를 단순한 대체 시장이 아닌 전략적 핵심 거점으로 보고 있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현지 투입 검토에서 확인된다. 제네시스 투입은 인도를 북미·유럽과 같은 풀라인업 시장으로 격상시킨다는 의미다.

세제 개편도 제네시스 출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럭셔리 자동차 세율이 40%로 책정됐는데, 과거 28% 기본세율에 17~22% 특별세가 추가됐던 것을 고려하면 실질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진출이 가능한 시점에 왔다고 분석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를 미국 다음, 유럽과 대등한 핵심 시장으로 보는 것 같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관세 압박이라는 위기 속에서 정의선 회장이 찾아낸 인도 카드가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