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분담금' 리모델링에만 가구당 5.7억 태운다는 이 아파트, 어디길래
[땅집고] 강남 알짜 어려움을 겪는 등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는 정비사업지가 속출하는 가운데, 강남 한강변 아파트에서는 재건축·재개발보다 사업성이 낮은 리모델링 사업도 제 속도를 내고 있다.
리모델링은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을 못할 때 차선책으로 택하는 정비사업으로, 통상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사업성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미 초고가 아파트가 줄줄이 등장한 한강변에서는 적은 물량으로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아파트 가격에 분담금을 합하더라도 시세 대비 오를 가능성이 높아 정비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 가구 당 5.7억내도 84㎡ 아파트 109㎡로 리모델링
송파구 거여1단지, 강변현대아파트 등 일부 단지가 수익성 악화로 리모델링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과 달리, 한강변의 경우 역대 최고가 분담금이 결정돼도 사업을 추진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업계 및 청담건영 리모델링 조합에 따르면 청담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30일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권리변동계획’ 및 시공사인 GS건설과 공사비 확정 등을 의결했다. 리모델링사업에서 권리변동계획은 재건축 사업의 관리처분계획에 해당한다.
이 단지의 리모델링 공사비 3.3㎡(1평) 당 1137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른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5억7000만원 선이다. 기존 리모델링 분담금 약 4억원보다 40% 이상 높다.
청담건영은 기존 용적률이 397%에 달해 일찍부터 수평 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기존 지하2층~지상 19층, 240가구를 지하 5층~지상 20층 2개동에 총 262가구 및 부대복리시설로 바꾼다. 가구 당 전용면적은 84㎡에서 109㎡로 넓어진다. 이 단지는 올 9월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 ‘역대 최고 분담금’ 청담 건영, PH129·에테르노 이웃사촌
이처럼 ‘억’ 소리나는 분담금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우수한 입지다. 이 단지는 강남에서도 가장 부촌으로 꼽히는 청담도에서도 한강변에 바로 맞닿아 있고, 초고가 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바로 옆 단지는 가수 아이유와 배우 송중기 등 유명 연예인들이 분양받은 초고가 주택 ‘에테르노청담’이다. 이 단지 매매 호가는 220억원~320억원 선이다. 이외에도 도보 3분 거리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전국 1위를 기록한 ‘PH129(더 펜트하우스 청담)’, 상지리츠빌카일룸 1·2차가 있다.
청담동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것도 높은 분담금을 낼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올해 들어 청담동에서는 매달 2~5건의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영동대로 초입에 위치한 ‘청담자이’ 전용 89㎡(11층)는 올 2월 38억에 팔렸다. 2023년 5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 36억8000만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청담건영의 경우 일반분양 가구가 22가구에 불과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옆 단지 ‘에테르노 청담’의 3.3㎡(1평) 당 분양가가 2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단지의 3.3㎡ 당 분양가 1억원 넘을 가능성 제기된다.
■ 한강 가까운 옥수동·풍납동도 ‘리모델링’ 어렵다
청담동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순항하는 것과 달리, 서울 대부분 지역에선 리모델링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건축비 조합원들이 내야 할 가구 당 분담금이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면서 용적률이 200%로 높은 편인 단지도 재건축에 도전할 길이 열려서다. 재건축은 리모델링보다 일반분양을 늘리기 쉬워 조합원 분담금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아파트는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선회하고 리모델링 조합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 역시 최근 조합 이사회를 열고 조합 해산을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14일 개최할 예정이다. 일부 리모델링 반대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재건축 추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다만, 높은 분담금으로 이어질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의 2019년 맺었던 공사가계약을 해지했다. 시공사 측이 3.3㎡당 공사비를 445만원에서 672만원으로 약 51% 올려달라고 요청한 뒤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글=김서경 땅집고 기자